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아메리칸 지골로 (블루레이)

울프팩 2013. 10. 4. 00:34

1980년대 중반 국내에서 폴 슈레이더 감독의 '아메리칸 지골로'(American Gigolo, 1980년)는 원래 제목대로 개봉되지 않았다.
당시 개봉 제목은 '리처드 기어의 아메리칸 플레이보이'.

남창을 뜻하는 지골로의 부정적인 의미도 문제였지만, 당시 사람들이 지골로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개봉도 해외에 비해 한참 늦은 1985년에 이뤄졌다.

후속작 '사관과 신사'가 1983년에 먼저 들어와 국내에서 리차드 기어의 인기가 올라가자 뒤늦게 개봉했다.
리차드 기어의 인기도 인기지만 이 작품은 사실 주제가 때문에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데보라 해리가 보컬로 있었던 밴드 블론디가 부른 주제가 'Call Me'는 빌보드 차트 넘버 1에 오르며 영화보다 먼저 국내에 상륙했다.
당시 작곡가 조르지오 모로더의 전성기였던 만큼 적당한 댄스 리듬의 이 곡은 디스코 열풍과 함께 크게 히트했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음모에 빠져 살인 누명을 뒤집어 쓴 남창의 이야기다.
폴 슈레이더 감독은 나름 생소한 남창의 세계를 추리 기법의 미스테리한 이야기로 잘 풀어 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리차드 기어다.
한창 젊은 시절 리처드 기어는 매끈한 외모와 몸매로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리처드 기어는 헤어누드는 물론이고 성기 노출까지 마다 않는 열연을 펼쳤다.
여기에 그의 몸에 피부처럼 딱 달라붙는 의상을 디자인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공도 컸다.

그야말로 리처드 기어와 아르마니 슈트의 찰떡 궁합을 제대로 보여줬다.
흔치 않은 소재를 감각적인 음악과 디자인으로 잘 포장한 작품으로, 전성기 때 기어의 매력을 제대로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78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썩 좋지는 않다.
초반 영상은 필름의 거친 입자와 지글거림, 잡티가 그대로 드러나며, 전체적으로 윤곽선이 두텁고 어두운 장면의 디테일이 너무 떨어진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를 적절히 활용해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은 편이다.
부록은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극 중 리처드 기어가 몰고 나오는 벤츠 컨버터블 450SL 쿠페. 주인공 역할로 체비 체이스, '슈퍼맨'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리브, '그리스'의 존 트라볼타가 제의를 받았다. 리브는 100만달러의 출연료를 요구해 무산됐고, 트라볼타는 누드 촬영을 거부해 불발됐다.
UCLA에서 영화를 전공한 폴 슈레이더 감독은 '캣피플', 일본 극우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생애를 다룬 '미시마'를 연출했으며 '택시 드라이버' 작가이기도 하다.
홍등가를 연상케 하는 붉은 조명. 기어의 몸에 딱 떨어지는 옷은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디자인했다. 1970, 80년대 대문짝만한 셔츠 칼라가 유행하던 시절, 아르마니 슈트는 좁은 셔츠 칼라를 사용해 지금봐도 시대적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촌스럽지 않다.
제작은 블록버스터 제조기인 제리 브룩하이머가 맡았으며, 세트 및 미술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영화를 주로 작업한 페르디난도 스카피오티가 담당했다.
게이 전문 포주로 나온 흑인 빌 듀크는 '코만도' '프레데터' 등에도 출연해 낯이 익다.
지금은 사라진 LA 로데오거리의 타워레코드 1호점. 로렌 허튼이 여주인공을 연기. 원래 줄리 크리스티가 나올 예정이었으나 남자 주연배우가 바뀌면서 그만뒀다. 메릴 스트립도 여주인공 역할을 제의 받았다.
기어의 포주로 나오는 여성 니나 반 팰런트는 1960년대말~70년대초 작가 클리포드 어빙과 염문을 뿌렸다. 재밌는 것은 리처드 기어가 나중에 어빙의 생애를 다룬 영화 '더 혹스'에서 어빙 역할을 맡았다는 점이다.
폴 슈레이더 감독이 유럽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흔적이 곳곳에 나타난다. 마치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달콤한 인생'을 연상케 하는 빗금이 그어지는 조명도 그렇다.
작곡가 조르지오 모로더는 원래 주제가 'Call Me'를 플리트우드맥의 보컬 스티비 닉스에게 불러달라고 의뢰했으나, 닉스가 새로 계약한 모던레코드에서 모로더와 일하는 것을 막아 블론디에게 넘어갔다.
폴 슈레이더 감독은 마지막 엔딩을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소매치기'에서 영감을 얻어 구상했다. 공교롭게 마지막 대사도 비슷하다. '소매치기'에서는 "그대에 이르기 위해 나는 얼마나 기이한 길을 걸어 왔던가?"라는 대사가 '아메리칸 지골로'에서는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해 나는 얼마나 멀리 돌아왔던가"라는 기어의 방백으로 바뀌었다.
아메리칸 지골로
폴 슈레이더
American Gigolo (아메리칸 지골로) OST
OST
아메리칸 지골로 : 블루레이
Paul Schrader 감독/리차드 기어 출연/Lauren Hutton 출연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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