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공격하는 증오 범죄의 이면에는 일종의 공포심이 도사리고 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를 배척하며 나아가서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증오 범죄가 야기하는 폭력은 나약함의 발로이자 비겁함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인종 혐오다.
특히 미국 같은 다인종 다민족 국가에서는 인종 혐오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생존을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권력의 향유를 꾀한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토니 케이 감독의 '아메리칸 히스토리 X'(American History X, 1998년)는 인종 범죄의 부당성을 에드워드 노튼이 연기한 데릭 빈야드라는 인물을 통해 웅변하듯 보여준다.
한때 신나치 그룹의 영웅이었던 데릭은 자동차를 훔치러 온 흑인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옥살이를 한다.
하지만 영웅처럼 감옥에 간 데릭은 완전히 달라진 사람이 돼서 출소한다.
도대체 감옥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사람이 이렇게 달라진 것일까.
데릭은 단순히 자신만 변한 게 아니라 신나치 그룹에 빠져있는 동생을 되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한때 자신이 종교처럼 믿었던 신나치 그룹의 리더를 공격하기까지 한다.
결국 데릭의 과거와 현재는 미국이라는 다민족 다인종 사회가 앓고 있는 병폐를 여실히 보여준다.
토니 케이 감독은 이를 특정 인물에 초점을 맞춰 설득력 있게 잘 그려 냈다.
특히 데릭이 신나치 그룹에 몰두했던 과거의 모습을 흑백, 달라진 현재를 컬러로 처리해 데릭의 암울했던 과거와 달라진 현재를 시각적으로 확연하게 차이 나도록 표현했다.
물론 극 중 데릭의 이야기는 가상의 스토리이지만 완전한 허구만은 아니다.
실제 유명한 스킨헤드족이었던 프랭크 밍크(Frank Meeink)의 이야기와 유사하다.
본명이 프랜시스 스티븐 베르톨리니였던 프랭크 밍크는 14세 때 네오 나치 운동에 참여한 뒤 백인 우월주의 단체의 열혈 운동원이 됐지만 17세 때 라이벌 스킨헤드족을 죽기 일보 직전까지 만든 뒤 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밍크는 감옥에서 흑인 죄수들에게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한 뒤 미식축구, 농구 등 스포츠를 배워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결국 그는 출소 후 인종차별의 부당성과 잘못을 알리는 강연을 하러 다니는 등 인권 운동가가 됐다.
영화 속 데릭의 모습은 실제로 밍크의 삶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중요한 것은 영화 속 캐릭터의 모습이 사실이냐 허구이냐가 아니라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인종 차별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삶이 어려워지면서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약자에 대한 공격과 비난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 경제의 붕괴를 유대인의 탓으로 돌렸던 것처럼 무엇인가 잘못을 전가할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이야기는 비단 미국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병폐와 혐오 범죄 등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비록 이야기가 재미있거나 빠져들만한 영상이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증오는 마음의 짐"이라는 데릭의 대사가 마음속에 맴돌게 된다.
그만큼 증오 범죄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 영화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평범한 화질이다.
흑백 영상은 따로 화질을 논할 만하지 않지만 컬러 영상은 디테일이 아주 좋은 편이 아니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과도한 포맷에 비하면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다지 음향 효과가 인상적이지 않으며 평범한 편.
부록으로 삭제 장면이 들어 있으며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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