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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라이온 킹(블루레이,실사판)

울프팩 2019. 12. 22. 23:08

존 파브로 감독의 '라이온 킹'(The Lion King, 2019년)은 디즈니의 위대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실사판이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그림이 아닌 실물 촬영 같은 영상으로 다시 만든 리메이크판이다.

 

그런데 실사판이라고 하기 애매한 것이, 여기 나오는 풍광과 동물은 실물이 아닌 99.9%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디지털 캐릭터이다.

100% 라고 하지 않은 것은 실제 아프리카 가서 찍은 풍광이 초반에 한 컷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면 사람이 그린 애니메이션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컴퓨터 그래픽이 어찌나 감쪽같은 지 실사판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들판 위로 뛰어다니는 동물과 새떼, 사자와 하이에나의 모습은 마치 BBC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그 정도로 동물의 모습과 움직임 등이 사실적이다.

 

비단 동물뿐만이 아니다.

드넓은 사바나와 사막, 정글의 모습은 어떤 게 실제 촬영이고 어떤 것이 디지털로 만든 풍경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다.

 

특히 아프리카 초원에서 바라본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은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경이롭다.

이 정도로 정교하다면 앞으로 동물 다큐멘터리를 흉내 낸 디지털 영화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다큐멘터리에서는 불가능한 동물들의 연기, 서로 몸을 비비고 핥아주며 뒹굴고 장난치는 모습은 디지털에서나 가능한 모습들이다.

실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보는데도 불구하고 어찌나 사실적인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 감탄하며 보게 된다.

 

놀라운 것은 동물과 풍경의 재현뿐만이 아니다.

그 속으로 파고든 카메라의 움직임도 놀랄 만큼 역동적이다.

 

하이에나가 어린 심바를 추격하는 장면이나 계곡에서 어린 심바가 누우 떼에게 쫓기는 유명한 장면은 자동차 추격전처럼 긴장감 있고 아슬아슬하다.

이처럼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은 가상현실(VR)을 도입하면서 가능해졌다.

 

즉 디지털로 만든 영상을 VR로 재현하며 촬영감독이 VR 조작기를 카메라처럼 들고 그 안에서 움직이면 이를 캡처해 디지털 영상 속에서 카메라 움직임을 그대로 묘사하는 방식으로 촬영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디지털 그래픽과 VR이 결합한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됐다.

 

그만큼 영상은 여러모로 보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들지만 아쉬운 것은 노래다.

어차피 줄거리는 원작을 그대로 가져온 만큼 달라진 게 없는데 노래는 새로 추가된 곡도 있고 원곡을 재해석한 곡들도 있다.

 

원곡의 느낌을 잘 살린 곡도 있지만 'Be Prepared' 같은 곡은 원작의 이미지를 크게 깎아 먹었다.

제레미 아이언스가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때로는 읊조리고 때로는 포효하듯 연극적으로 부르는 이 노래를 이번 작품에서는 심심하게 그냥 뭉개 버렸다.

 

이 작품의 드라마 효과를 가장 고조시킨 곡이어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이를 망가뜨려 몹시 실망스러웠다.

아마 너무 원작과 똑같은 생각이 들어서 곡을 바꾼 모양인데 그러지 않는 게 나았을 뻔했다.

 

존 파브로 감독은 이 작품뿐 아니라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촬영한 또 다른 작품 '정글북'도 연출을 했다.

'아이언맨'과 '아이언맨 2'도 그렇고 나름 비중 있는 작품을 연출하는 것으로 봐서 그는 이제 디즈니가 믿고 쓰는 카드가 됐다.

 

존 파브로의 특징은 진중함과 가벼움이 적당히 섞이는 연출 방식인데 이 작품에서도 그런 그의 연출 스타일이 잘 맞아떨어진 듯싶다.

다만 원작에 미치지 못한 노래는 옥에 티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 디지털 작품답게 화질이 뛰어나다.

동물들의 털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묘사될 만큼 디테일이 뛰어나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음량이 작은 게 흠이다.

디즈니 타이틀이 그렇듯 각 채널의 활용도는 좋은데 음량이 작다 보니 서라운드 효과가 미약하게 들린다.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부록으로 감독 해설과 음악, 촬영, 캐스팅, 스토리보드,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영상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각 부록은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 시작과 함께 나오는 일출 장면이 이 작품에서 유일한 실제 촬영이다.
멀리 눈 덮인 킬리만자로산 아래로 코끼리떼가 움직이는 풍경이 실제 같다. MPC에서 배경과 캐릭터의 디지털 작업을 맡았다.
애니메이션 앵글을 그대로 살린 장면들도 있다. 존 파브로 감독은 영화 음악을 맡은 한스 짐머의 오케스트라에서 타이틀에 등장하는 노래의 마지막 큰 북 소리를 직접 연주했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재현한 밤하늘. 이 장면은 타임랩스 사진기법에서 영감을 얻었다.
배우 제임스 얼 존스가 원작 애니메이션과 실사판에서 위대한 사자왕 무파사의 목소리를 모두 연기했다. 그가 유일하게 원작에 이어 그대로 출연한 성우다.
제작진은 이 작품을 위해 BBC다큐멘터리의 촬영과 편집, 음악 등을 집중 연구했고 여러 촬영 기법을 가져왔다.
원작에서 무서웠던 누우떼의 질주 장면을 돌리트랙을 깔고 VR 카메라를 돌려서 긴장감 넘치게 촬영.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영상을 가상현실로 만들어 띄우고 VR 장비를 착용한 촬용감독이 모션캡처 방에서 VR조작기를 카메라처럼 들고 움직이면 이를 캡처해 카메라 움직임을 영상 속에서 그대로 재현했다.
티몬과 품바 일행이 암사자 날라에게 쫓기는 장면은 멜 깁슨의 영화 '아포칼립스'의 추격 장면을 흉내냈다.
성장한 암사자 날라의 목소리는 가수 비욘세가 맡았다.
동물들이 애니메이션처럼 연기할 수 없어 완전 실사 촬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실적인 디지털 영상으로 재현했으나 애니메이션처럼 캐릭터에 과장된 표정연기를 적용할 수 없다 보니 극적 효과는 덜하다.
제작진은 플로리다의 디즈니월드의 동물원인 디즈니 애니멀킹덤을 방문해 동물들의 움직임을 세밀하고 관찰하고 촬영해 디지털로 재현했다.
감독과 제작진은 헬리콥터 3대와 사파리 랜드크루저 6대에 나눠타고 2주간 케냐 등 아프리카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자연 풍경을 관찰 및 촬영했다.
음악은 원작의 한스 짐머가 다시 맡았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라이온 킹 (4K UHD 2D COMBO) : 블루레이
 
라이온 킹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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