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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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 짧죠

울프팩 2005. 1. 5. 23:53

매달 글을 쓰는 잡지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좀 다른 주제였다.


'비터 로맨스'.
말 그대로 쓰디쓴 사랑을 다룬 영화를 소개하는 기획이었다.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정했다.
원고를 맡고 예전에 봤던 영화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남들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를 얘기하지만 결말 부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런 장면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상처를 주고 떠났던 여인이 다시 나타났다.
마치 아무 일 없었던 듯 스스럼없이 얘기를 하던 여인이 남자의 손을 잡는다.


남자는 슬그머니 여인의 손을 놓는다.
그리고 화난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니며 슬픈 표정도 아닌 무덤덤한 얼굴로 돌아선다.

그 장면을 보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이장희가 만든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 짧죠'라는 노래다.

그가 쓴 노래말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우린 우리가 나눈 소중한 사랑을 위해 속은 울지만 웃어버리죠."

영화가 끝날 때보면 유지태는 허수아비처럼 들판에 팔을 벌리고 서서 웃는다.
그의 웃는 모습을 보면 속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노래는 이장희보다 우순실의 목소리로 들어야 제격이다.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소리로 부르는 절절한 노래가 오래도록 가슴을 때린다.

옛 생각에 LP를 꺼내 찍어봤다. 이장희가 미국 가기 전 마지막 낸 음반이다.
B면 첫 번째 곡이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 짧죠'다.
이 노래를 맛깔스럽게 부른 우순실의 CD다. CD랙을 한참 뒤적거려 겨우 찾았다.
이장희의 LP는 물론이고 우순실의 CD조차 지금은 구할 수가 없는 희귀 음반이 돼버렸다.

 

우순실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 짧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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