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어느 날 갑자기 우주정거장에 장애가 발생하고 인공위성이 지구로 떨어지면서 수 만명씩 사망하는 등 일대 혼란이 발생한다.
알고 보니 먼 해왕성에서 밀어닥친 전자파 폭풍인 써지가 원인이었다.
미 정부에서는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오래전 탐사에 나섰다가 해왕성 근처에서 표류하는 클리포드 대령(토미 리 존스)이 써지와 관련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대를 급파한다.
마침 아버지의 뒤를 이어 우주인이 된 아들 로이(브래드 피트)가 사건의 진실을 캐기 위한 임무를 띠고 여정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달과 화성을 경유해 해왕성으로 향하던 로이는 예기치 않은 일들에 휘말리며 위기에 빠진다.
결국 로이는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지만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한다.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공상과학(SF) 영화 '애드 아스트라'(Ad Astra, 2019년)는 마치 우주판 '지옥의 묵시록'을 보는 것 같다.
한때 지구의 영웅이었다가 졸지에 사건의 배후로 지목받는 클리포드는 '지옥의 묵시록'에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해 왕처럼 군림하는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을 연상케 한다.
커츠 대령 같은 광기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지만 외계 생명체를 찾아야 한다는 아집에 사로잡혀 일행을 죽음으로 내모는 클리포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광기를 짐작케 한다.
클리포드의 존재뿐 아니라 로이가 해왕성까지 찾아가는 여정 또한 '지옥의 묵시록'과 흡사하다.
클리포드가 영웅인지 악당인지 알아내려는 로이가 임무와 부자지간의 인간적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지옥의 묵시록'의 벤자민 대위(마틴 쉰)를 떠올리게 만든다.
결국 지옥의 묵시록과 흡사한 기본 틀을 우주로 옮겨 공간과 시간의 연대기를 확장한 셈이다.
이 와중에 달과 화성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은 비록 과학적 사실과 어긋나지만 재미있는 SF 상상력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자원을 노린 우주 해적의 등장과 화성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적당한 액션이 섞인 우주 미스터리물처럼 진행된다.
하지만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클리포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형성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해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커츠 대령의 광기에 빨려 들게 만들었던 '지옥의 묵시록' 같은 흡입력을 클리포드는 갖고 있지 못하다.
클리포드를 이해할 만한 단서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캐릭터가 갖고 있는 흡입력마저 부족하다 보니 관객을 설득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는 토미 리 존스의 연기력 문제가 아닌 영화적 구성, 즉 연출의 미진함이 빚은 결과다.
즉 선명한 갈등 구조가 뿜어내는 긴장과 미스터리한 구성으로 호기심을 유발하는 얼개가 약하다.
그렇다 보니 광활한 우주 공간만큼 거대한 스크린을 채우는 것은 예쁘게 꾸민 행성과 끝 모를 공허함 뿐이다.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먹장 같은 우주 공간을 다루는 만큼 블랙의 표현이 중요한데 깊은 블랙을 보여준다.
디테일도 뛰어난 편.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웅장하다.
각종 효과음이 사방 채널을 가득 채우며 쏟아지고 저음이 묵직하게 울린다.
부록으로 감독 해설, 제작 과정, 캐릭터 설명, 제작진 인터뷰, 미술, 제작과정, 삭제 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모든 부록은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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