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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어네스트와 셀레스틴(블루레이)

울프팩 2022. 5. 6. 10:09

가브리엘 뱅상은 대기만성형 여류 화가다.

본명이 모니크 마르탱인 그는 1928년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브뤼셀 인근 소니언 숲에서 자연을 관찰하며 자란 그는 브뤼셀 왕립미술학교에서 공부한 뒤 꾸준히 그림을 그렸으나 나이 50이 넘어 유명해졌다.

1972년 5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널리 이름을 알린 작품이 바로 그림책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시리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작고 영리한 생쥐와 덩치 크며 막무가내인 곰이 한 집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서정적인 수채화풍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 벵자맹 레네, 뱅상 파타르, 스테판 오비에 세 사람이 공동 감독한 '어네스트와 셀레스틴'(Ernest & Celestine, 2012년)이다.

 

내용은 원작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에 대한 오해 때문에 쥐와 곰의 세계에서 각각 해로운 존재로 오해받은 셀레스틴과 어네스트가 서로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면서 오해를 푸는 이야기다.

 

반목이 심한 곰과 생쥐의 세계는 갈등과 대립이 심한 현대사회에 대한 풍자다.

특히 갈등의 이면에는 서로를 해롭고 괴물 같은 존재로만 인식하는 오해와 편견이 있다는 것이 원작자나 제작진의 생각이다.

 

작품 속 곰과 생쥐는 서로를 인정하는 진솔한 우정을 통해 적이라고 생각한 존재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항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배려를 잊지 않았던 원작자 뱅상의 생각이 배어있다.

 

초기에 뱅상이 그린 작품들은 '어네스트와 셀레스틴'과 많이 다르다.

목탄과 연필만 이용해 흑백으로 거친 스케치처럼 그린 '떠돌이 개' '꼬마 인형' 등의 작품들이 대표적인데 그림 묘사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약자를 바라보는 그의 남다른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 또한 손그림 같은 애니메이션으로 원작자의 그림과 의도를 최대한 살렸다.

특히 뱅생이 간결한 선으로 묘사한 캐릭터들과 맑고 투명한 색감의 배경을 그대로 묘사했다.

 

무엇보다 횡스크롤처럼 평면적으로 흐르는 앵글이 많이 나오는데, 이 또한 옆으로 넘기면서 보는 그림책 느낌이 물씬 살아난다.

뱅생을 몰랐던 사람들에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그의 작품 세계를 널리 알릴 수 있게 된 좋은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깔끔한 윤곽선과 더불어 투명한 색감의 그림이 잘 살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전방에 소리가 집중됐다.

원래 멀티 사운드가 요란한 영화는 아니니 크게 흠이 되지 않는다.

 

우리말 녹음도 들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보기 좋다.

특이한 것은 시각 장애인을 위해 화면을 해설해 주는 배리어 프리 트랙이 들어 있는데, 배우 유지태가 목소리 해설을 맡았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감독 인터뷰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수록됐다.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제작자 디디에 브루너는 딸이 어렸을 때 매일 밤 읽어준 동화책인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자 가브리엘 뱅상은 2000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50년 넘게 그림을 그려 1만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원작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 여러 편으로 구성됐다.
제작진은 1,000장에 가까운 그림을 모두 손으로 그린 뒤 디지털 스캔을 했다. 배경그림도 전부 수채물감으로 그려 디지털 스캔을 하고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마무리 터칭을 했다.
뱅상 파타 감독은 일본 지브리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작품을 많이 보고 여기서 영감을 얻었다.
가브리엘 뱅상의 원작 시리즈는 '비오는 날의 소풍' '크리스마스 파티' 등 총 5부작으로 구성됐다.
원작자 가브리엘 뱅상은 '아이들'이라고 부른 자신의 작품들을 팔기 싫어서 1981년 이후 전시회를 거의 하지 않았다.
통나무집의 내부는 원작과 동일하게 살렸다.
제작진은 쥐들의 지하도시를 묘사하기 위해 파리의 지하 채석장, 하수도, 지하철 등을 면밀하게 조사했다.
작품 속에서 생쥐는 어린이, 곰은 어른을 대신하면서 서로 다른 두 집단의 의인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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