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인터뷰

'얼짱' 골퍼 최나연을 만나다

울프팩 2013. 3. 9. 12:42
엊그제 후원사인 SK텔레콤의 직원들에게 강연을 하기 위해 강단에 선 골퍼 최나연을 만났다.
그는 골프 애호가들 사이에 전성기 때 박세리 만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여자 프로골프 선수들 중에는 대만 쳉야니에 이어 세계 랭킹 2위를 달리는 뛰어난 골프 실력과 '얼짱'으로 불릴 만큼 예쁘기 때문이다.
1987년생으로 나이도 25세로 어리고, 운동선수여서 과연 강의를 잘 할까 싶었는데 의외로 조리있고 재미있게 말을 잘했다.

강연과 강연 후 가진 인터뷰도 재미있었는데, 지면 사정상 다 싣지 못해 옮겨본다.
Q 초등학생 때 골프를 시작했다.
= "처음 시작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한다. 초등학교 때인 1997년 12월23일(만 10세) 시작했다. 전날 공장에 가서 키에 맞는 골채프를 직접 맞췄다. 원래 운동을 좋아해서 처음부터 골프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시작했다."

"아빠가 프로골퍼를 하고 싶어하셨는데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 꿈을 자식들이 대신 이뤄주기를 원하셨다."
"처음 퍼팅했을 때 홀컵에 공이 들어가는 소리를 아직도 기억한다. 방학 때면 새벽 6시에 연습장에 나가 밤 10시에 귀가했다. 그때는 골프가 너무 재밌어서 힘들 지 않았고 마냥 행복했다."

Q 중 3 때 국가대표 생활을 했다. 힘들지 않았나.
= "중 2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돼 중 3때부터 국가대표 생활을 했다. 그런데 발탁되고 나서 성적이 좋아 않아 주변 비난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때 엄마가 써준 편지를 읽고 마음을 잡았다. 엄마는 초등학교때 배구선수였고 중고교 때는 탁구선수를 해서 운동선수의 애환을 잘 알았다."

Q 고 1 때 프로가 됐다.
= "고 1 때인 2004년 11월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대회에 나가 우승하면서 프로 데뷔했다. 이게 큰 전환점이었다. 이때 우승 못했으면 아마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Q 훈련은 어떻게 했나
=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동계훈련을 해외에서 했다. 이번에도 올랜도에서 동계훈련을 한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저녁 6시까지 훈련하고 돌아와 영어공부를 1시간 하고 맛사지와 재활훈련을 받는다."

Q 정상급인데도 훈련을 쉬지 않는 이유는.
=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다. 작년보다 올해가 좋기를 바라기 때문에 작년보다 열심히 연습을 해야 한다."

Q 영어가 경기에 영향을 미치나.
= "2010년에 미국서 상금 랭킹 1위를 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몰랐다. 영어를 할 줄 몰라서 제대로 알리지 못했기 때문."
"특히 영어를 못하면 경기에 방해가 된다. 외국 선수들이 말을 거는데 이게 두려워 피해다니고 위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1년부터 전담 영어선생을 고용해 1년 동안 생활을 같이 했다."

Q 부모와 혼자 떨어져 살게 된 계기는.
= "미국에 처음 갔을 때 별명이 '새가슴' '뒷심부족'이었다. 신인치고는 세계 랭킹 30위 안에 들어 잘했지만 우승을 하지 못했기 때문. 심지어 부모조차도 칭찬을 안해줬다."
"그때 화장실 가서 많이 울었는데 약해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미국서 혼자 살겠다고 일방적인 독립을 선언했다."

"골프 시작한 이루 하루도 떨어진 적 없던 아빠는 화를 많이 냈고, 엄마는 울었다. 다음날 부모가 바로 한국으로 가버렸다."
"그때부터 혼자 생활하며 시합을 나갔다. 친구들을 사귀어 쇼핑도 가고 요리도 하며 골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그 결과 2009년 6월에 독립하고 9월에 처음 미국 대회에서 우승했다."
Q 2009년 미국 첫 대회 우승 기억하나.
="지금도 2009년 우승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 마지막 우승 퍼팅이 1미터 조금 넘는 거리였는데, 수 많은 갤러리들이 서 있었는데 아무것도 안보이고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공과 홀컵만 보였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Q 위기 관리법이 독특하다던데.
= "결과보다 현재에 집중하면 항상 좋은 성적을 얻었다. 하루는 심리상담사가 좋아하는게 뭐냐고 물었는데 대답을 못했다. 오로지 골프만 해왔기 때문에 골프말고 좋아하는게 없었다."
"한국선수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좋아하는게 없다는 것이다. 집에서조차 골프생각만 하니 취미와 여가생활을 할 겨를이 없다."

"상담사가 좋아하는 목록을 적어보라고 숙제를 내줬다. 수다떨기, 뛰어놀기, 수박 등을 적었다."
"상담사가 '디프레스 되거나 위기의 순간에 좋아하는 것을 소리내어 말하라'는 얘기를 해줬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 시합에 나가 공이 잘 맞지 않으면 '수박'이라고 소리 내서 이야기 한다. 그러면 마음이 가라앉아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같은 상담사에게 조언을 받은 일본의 미야자토 아이 선수는 점프를 좋아해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필드에서 점프를 한다. 어떤 선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말하기도 한다."
"결국 이 방법은 이미 지난 홀이나 미래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Q 그것이 CAN 리스트인가.
="상담사가 가르쳐 준 방법은 can 과 cannot 리스트를 만들어 보라는 거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어서 받아들여야만 하는 리스트이다."
"지금도 월 1~3회 꼴로 can과 cannot 리스트를 적어본다."

Q 작년 US오픈 우승때 위기를 맞았는데, 그때는 무슨 말 했나
="제일 고비가 10번 홀이었다. 6타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는데 공을 해저드에 빠트려 2타차로 추격당해 부담이 컸다."
"11번홀로 걸어가면서 우선 물을 마시고 물병에 지금까지 잘못했던 기억과 실수들을 모두 담아서 옆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나서 캐디와 도요타, 아우디 등 자동차 얘기를 했다."
"만약 당시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면 트리플 보기에만 매달려 대회를 망쳤을 것이다. 당분 보충을 위해 바나나도 먹었다."
Q 경기에서 7분만 집중한다던데, 무슨 소린가.
="한 경기를 치르는 시간은 5시간 정도 되지만 매 스윙은 2초 정도에 불과하다. 전체 홀을 다 합쳐봐야 스윙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필드에 섰을 때 5시간 동안 잘하자고 생각하면 피곤해서 경기 못한다. 오늘은 딱 7분만 잘하자는 생각을 갖고 7분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

"중요한 것은 5시간 동안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것이다. 홀과 홀을 이동할 때는 골프에 대한 생각을 꺼버리고 공 앞에서 다시 스위치를 켜라. 이렇게 되면 골프를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

Q 뒷땅 친 적은 없나.
="프로 선수들도 공이 잘 맞지 않을때가 많다. 가끔 뒷땅도 친다. 그래도 끝까지 피니쉬를 잡고 있는다. 프로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일기를 열심히 쓴다던데.
= "매일 쓴다. 사소한 것까지 쓴다. 2009년부터 썼고, 골프백에 일기장을 항상 넣어가지고 다니며 썼다."
"특히 좋은 것을 쓰려고 한다. 첫 문장이 '룰루랄라'로 시작하는 일기도 있다. 사소한 것까지 다 쓴다. '갤러리들을 보고 웃었다' '13번 홀의 나무가 이뻤다' 처럼 지금 보고 있는 상황과 느낌을 많이 기록했다."

Q 여가 시간에 요리를 한다던데.
= "집에 오면 골프 얘기를 아예 하지 않는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것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비법이다."
"미국서 생활하며 요리에 취미를 붙여 김치찌개, 김치복음밥 등 여러가지 요리를 한다."

Q 아놀드 파머 선수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던데.
="작년 LPGA US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아놀드 파머 선수가 직접 쓴 편지를 보내왔다. 당시 평균 65타로 대회 평균 77타보다 훨씬 적게 쳐서 시즌 평균 최저 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베어트로피도 받았다."
"아놀드 파머 선수는 '여자 선수 대회중 역사에 남을 날을 네가 만들었다'는 칭찬을 했다. 너무 고마워 나도 자필로 답장을 했다."

Q 작년에 1억 이상 기부한 사람들이 가입하는 아너스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2004년 고교때 프로데뷔후 집이 넉넉하지 못해 무료 레슨, 무료 라운딩 등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프로데뷔 후 아빠가 '너도 이제 돈을 버니 세상에 돌려줘야 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2005년부터 기부를 하고 있다."
"주로 어린 친구들에게 밝은 미래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 고아원 등 아이들을 돕는 기부 활동을 많이 한다."

Q 척추가 휘었다던데.
="골프선수들이 생각보다 부상이 많다. 난 척추측만증이 있어 17도 정도 한쪽으로 휘었다. 디스크도 있다. 한쪽으로만 스윙하다 보니 왼쪽보다 오른쪽 근육이 발달했다."
"이를 운동으로 계속 보강 중이고, 저녁에는 물리치료사를 통해 맛사지를 받는다."
Q 가장 큰 목표는.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그때까지 컨디션 유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트레이너 대신 물리치료사를 고용했다."

Q 골프 선수외에 다른 건 생각해 본 적 없나
="골프를 40, 50대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빨리 은퇴해 다른 일을 하고 싶다. 골프를 오래하는 것보다 다른 일에 도전해 보고 싶다."
"딱히 정한 것은 없지만 주니어 육성이나 골프장 설계 같은 여러가지 일을 하고 싶다. 박수받을 때 은퇴하고 싶다."

Q 후배 골퍼들을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
="충분히 여가 시간을 가져라. 10시간 훈련하면 훈련 시간을 5시간으로 줄이고 5시간은 여가와 취미 생활을 해라. 대신 5시간 훈련할 때 10시간의 집중력으로 훈련하라."

Q 언제 출국하나
="월요일에 출국한다. 1년에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50일이 채 안된다. 한국오면 주로 밤에 친구들을 만난다. 낮에는 연습하고 인사다니느라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