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에브리바디 원츠 썸(블루레이)

울프팩 2016. 12. 19. 19:58

'에브리바디 원츠 썸'(Everybody Wants Some!!, 2016년)은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등 비포 시리즈로 국내에 많은 팬을 거느린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작품이다.

내용은 1980년대 야구 특기생으로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이 개강 전 사나흘 동안 야구팀원들과 보내는 청춘송가다.

 

기숙사처럼 한 집에 모여사는 팀원과 주인공들은 여자와 술, 야구이야기 등으로 그 시대 또래들의 고민과 문화를 이야기한다.

여기에 양념처럼 깔리는 것이 바로 1980년대 음악들이다.

 

제목인 밴핼런의 노래부터 더 낵의 'My Sharona'를 비롯해 블론디, 팻 베네타, 칩트릭, 카스 등 1980년대 인기곡들이 줄줄이 흐른다.

마치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그 시대 미국 젊은이들의 추억과 문화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여기에 맹점이 있다.

1980년대 미국 대학생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그 시대 미국 또래들의 문화와 풍습을 알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시에는 주먹을 위 아래로 맞부딪쳐 인사하는 풍습 대신 다른 손동작이 있었는데, 이런 미묘한 변화를 알아야 재미가 배가 된다.

그렇지만 이런 디테일을 모르더라도 작품을 즐길 수는 있다.

 

같은 시대를 다르게 산 미국 젊은이들의 문화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여러가지 신기한 점들이 보인다.

특히 우리네 군대식 운동부 문화와 달리 야구팀원들이 대학교 새내기부터 졸업반까지 골고루 섞여 모두 친구처럼 격의없이 어울리며 대마초와 파티를 즐기는 문화가 자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술과 여자와 섹스에 몰두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그야말로 청춘을 아낌없이 즐기라는 명제를 제대로 실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스팔트 위에서 최루탄에 눈물 흘리며 같은 시절을 보낸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는 너무나 낯선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도 링클레이터 감독의 특징이 변함없이 나타난다.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인물의 대사를 통해 캐릭터의 성격, 환경, 다른 사람과의 관계 등을 드러낸다.

 

그만큼 그의 작품에서는 대사가 중요하다.

여기서도 쉴 새 없이 젊은이들의 수다가 쏟아지는데 그 안에서 촌철살인의 유머와 시대 문화가 살아서 번뜩인다.

 

이를 잘 살린 우리말 번역도 충실하게 잘 옮겼다.

덕분에 영화의 감칠 맛이 잘 살아 난다.

 

처음 보면 별다른 줄거리 없는 이 영화가 무미건조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자꾸 곱씹게 되는 작품이다.

마치 첫 맛이 자극적이지 않지만 뒷맛이 계속 남아 생각나는 음식 같다.

 

1080p 풀HD의 16 대 9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일부 장면에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물로 씻은 듯 말끔한 화질을 자랑한다.

특히 부드럽게 순화된 따뜻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부록으로 임필성 감독과 한동원 평론가의 음성해설, 삭제장면, 연습 장면, 제작과정, 1980년대 스타일 설명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황당하면서도 묘하게 웃겼던 장면. 보통 디즈니 애니나 미국 멜로물에서 보면 반대편에 눈길을 끄는 미녀가 있기 마련인데 희한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원래 링클레이터 감독은 오프닝에 더 낵의 'My Sharona' 대신 씬리지의 'Boys are Back in Town'을 쓰려 했으나 영화 속 시점과 노래 발표 시점이 달라 사용하지 않았다.

개강을 앞두고 야구팀 숙소에 모인 팀원들. 복장이나 행동거지가 자유분방이다. 출연진들은 대부분 처음 영화를 찍었다.

1980년대는 디스코 음악의 시대다. 문제는 출연진 대부분이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나 디스코를 모르는 점이다. 출연진은 촬영을 위해 80년대 뮤직비디오를 연구하며 골반을 많이 흔드는 디스코를 새로 배웠다.

노래 뿐 아니라 의상, 장신구 등도 1980년대를 흉내냈다. 특히 감독은 배우들에게 1980년대 인기 TV쇼 프로그램 '소울트레인'을 다시 보게 했다.

일부 장면은 샌마르코의 텍사스주립대에서 촬영.

링클레이터 감독은 야구장학생으로 대학에 갔다. 도끼로 날아오는 야구공을 쪼개는 인물은 메이저리거가 된 그의 대학시절 친구를 모델로 했다.

학생들이 모여앉아 대마초를 피우는 장면. 가운데 앉은 배우가 유명 배우 커트 러셀과 골디 혼의 아들 와이어트 러셀이다. 그의 뒤로 파이오니아 턴테이블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뒷표지가 보인다.

미국식 수박주의 등장. 극 중 대학과 야구팀은 실제가 아닌 감독이 임의로 설정했다.

주인공과 연인이 되는 여학생은 감독 하워드 도이치와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엄마로 나온 리 톰슨의 딸 조이 도이치다. 그의 등 뒤로 조니 미첼의 포스터가 보인다.

블루레이에 수록된 삭제 장면 중에 화장실 용변이야기가 나온다. 나름 꽤 웃긴데 왜 삭제했는 지 모르겠다.

감독은 배우들이 야구 연습하는 비디오로 오디션을 봤다. 배우들 중에는 야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있어 야구연습을 따로 했다.

미국이나 우리나 신입부원들을 골려 먹는 짓은 마찬가지인 모양. 촬영은 감독의 이전 작품인 '보이 후드'와 '스캐너 다클리'를 찍은 셰인 켈리가 맡았다.

이 작품을 굳이 따지자면 1950,60년대 스크류볼 코미디도 아니고, '그로잉업' 같은 섹스코미디도 아닌 링클레이터 특유의 수다 코미디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에브리바디 원츠 썸!!
리처드 링클레이터 / 블레이크 제너, 조이 도이치, 글렌 포웰, 라이언 구즈먼
에브리바디 원츠 썸 풀슬립케이스한정판 (1000장 넘버링)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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