쇤브룬(Schönbrunn Palace) 궁전은 오스트리아 빈(Wien, 비엔나 Vienna)에서 벨베데레와 더불어 대표적인 볼거리로 꼽히는 곳이다.
쇤브룬은 아름다운(schoen) 샘(brunn)이라는 뜻으로 1619년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마티아스가 숲에서 사냥을 하다가 아름다운 샘을 발견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으로 건설된 이곳은 빈의 서남쪽에 있다.
U4 전철을 타고 쇤브룬 역에 내려 7분 정도 걸어가면 황실을 상징하는 두 마리의 황금 독수리가 높은 기둥 위에 올라앉은 정문 입구가 나온다.
정문으로 들어가서 왼편에 보면 궁전 내부와 정원 등을 볼 수 있는 입장권을 파는 곳이 있는데, 사람이 많을 수 있으니 사전에 인터넷으로 홈페이지에서 예매를 하고 가면 편하다.
입장권은 클래식 패스를 사면 편하다.
클래식 패스는 궁전 내부 중에서도 제한된 일부 지역을 더 볼 수 있는데 가격이 1인당 세금 포함 34유로다.
인터넷에서 예매한 패스는 스마트폰 앨범 등에 저장해 놓고 궁전 건물에 들어갈 때 개찰구 리더기를 통해 바코드를 인식하면 된다.
정면에 좌우로 길게 펼쳐진 궁전 건물은 진노랑색이다.
쇤브룬 궁의 상징인 진노랑색은 궁전을 확장한 여황제의 이름을 따서 마리아 테레지아 옐로로 통한다.
원래 이 궁전은 레오폴드 1세 황제의 지시로 17세기말 건축가 피셔 폰 에를라흐가 바로크 양식의 건물로 지었다.
그러나 1683년 오스만 제국을 세운 오스만튀르크 인들이 침공했을 때 파괴됐으나 1743년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건축가 니콜라우스 피가시를 시켜 궁을 확장해 오늘날 모습을 갖추게 됐다.
쇤부른 궁전은 한때 유럽을 호령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화롭던 시절을 상징하면서도 빈이 점령당한 뼈아픈 역사 또한 되새기게 만드는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극우 파시스트가 득세했던 오스트리아는 국민투표를 통해 나치 독일과 합병을 결의하고 나라를 통째로 히틀러에게 바쳤다.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자진해서 택한 결정이었다.
사실상 총 한발 쏘지 않고 오스트리아를 얻은 히틀러는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빈에 입성했다.
덕분에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오스트리아는 나치 독일과 다름없이 점령국의 지위를 누렸으나 나치 독일 패망 후 졸지에 전범국의 신세로 전락했다.
그 바람에 오스트리아는 미국과 영국, 구 소련 등 연합국의 분할통치를 받게 됐고 나라가 쪼개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영세 중립국을 선택했다.
당시 빈에 진주한 연합국 가운데 영국군이 쇤브룬 궁전을 사령부로 사용했다.
궁전은 총 1,441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40개 방이 관광객에게 개방됐다.
궁전 건물에 들어갈 때 카메라는 갖고 들어갈 수 없어서 입구에서 백팩과 함께 맡겨야 한다.
입장료에 오디오 가이드 비용이 포함돼 있으니 들어갈 때 반드시 오디오 가이드를 받아가는 게 좋다.
오디오 가이드는 우리말 음성도 지원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궁전 건물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대회랑(Grosse Galerie)이다.
길이 40m, 폭 10m에 이르는 곳은 궁전에서 가장 큰 공간이며 연회나 무도회가 열렸던 곳이다.
이곳에서 1961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흐루시초프 구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만나 냉전체제의 현안 문제를 논의한 빈 정상회담도 열렸다.
각 방에는 황실 가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그중에 모차르트가 6세 때 요제프 2세 황제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해 신동 소리를 들은 거울의 방(Spiegelssa)도 있다.
궁전 건물을 돌아보고 나오면 오른편 건물에 황실 마차박물관 바겐부르크(Wagenburg)가 있다.
황실에서 사용한 60대 이상의 마차가 전시된 곳이다.
이곳을 지나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문으로 들어가면 넓은 정원을 구경할 수 있다.
정원이라고 하지만 작은 뜰이 아니라 궁전에 딸린 장소여서 걸어 다니기 힘들 만큼 넓다.
그래서 나무가 그늘을 드리우는 주변 길을 따라 궁전을 도는 관광 마차가 다닌다.
좌우 대칭을 이루도록 각종 나무와 꽃을 심어 아름답게 조경한 정원 역시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조성했다.
여제의 명령을 받은 조경사 장 트레헤트가 1705년 정원을 설계했다.
마침 방문한 날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년에 한 번 쇤브룬 궁에서 무료 공연하는 날이어서 무대 준비로 궁전 건물 뒤쪽이 분주했다.
정원들은 수 미터 높이로 높게 자란 나무들이 담장처럼 둘러선 수벽(樹壁)으로 구분된다.
복잡하게 설계된 미로 정원도 있고 아르누보 양식의 철골과 유리가 인상적인 식물원,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이 있다.
프란츠 1세 황제가 마리아 테레지아를 위해 1752년 만든 왕실 동물원은 1765년 요제프 2세 시절부터 일반에게도 개방됐다.
현재 800종 약 3,900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다.
이 동물원은 1906년 세계 최초로 코끼리 교배에 성공했고 2007년 유럽 최초로 자연 수정한 판다가 새끼를 낳아 화제가 됐다.
동물원은 궁전 입장료에 포함돼 있지 않아 따로 표를 사야 한다.
동물원을 지나쳐 쭉 걸어가면 넵튠 분수가 나온다.
이 분수를 지나 언덕으로 오르면 유명한 개선문 글로리에테(Gloriette)를 볼 수 있다.
언덕이 제법 높아서 오르느라 지치지 않도록 풀밭 사이로 지그재그 형태의 길이 나있다.
이름 그대로 영광을 상징하는 글로리에테는 1775년 궁정 건축가 요한 페르디난트 호엔베르크가 만들었다.
그리스 신전처럼 11개 둥근 기둥이 두 줄로 늘어서 있고 그 위에 월계관을 입에 문 독수리가 올라앉아 있다.
개선문 전면에 거대한 통창으로 된 곳은 합스부르크 제국 시절 만찬장이었으나 지금은 카페다.
카페 앞에도 음료수를 파는 매점이 있다.
이곳에서 옆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가면 20m 높이의 개선문 꼭대기에서 쇤브룬 궁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궁전뿐만 아니라 멀리 빈 시내까지 볼 수 있다.
개선문 꼭대기도 개찰구를 통해 들어가야 하는데 궁전 입장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
궁전을 내려와 왼편 길을 따라 내려가면 넓은 수벽 사이로 느닷없이 바늘처럼 하늘을 향해 우뚝 선 오벨리스크가 보인다.
오벨리스크 역시 1777년 호엔베르크가 만들었다.
오벨리스크를 지나 로마의 폐허터, 정원 맨 왼쪽에 숨어 있는 작은 식당 겸 카페와 일본 정원까지 구경하고 나오면 다리가 꽤 아프다.
그래서 저녁 8시에 궁전 건물 앞에서 하는 빈 필하모닉의 무료 공연을 보고 싶었으나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힘들어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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