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올리버 스톤 감독이 만든 '올리버 스톤의 킬러'(Natural Born Killers, 1994년)가 국내 개봉할 때 말이 많았다.
94년 미국 개봉 때도 영화협회 심의에서 여러 장면이 잘려나갈 만큼 폭력성이 지나쳤기 때문이다.
워너는 95년 초 당시 공연윤리위원회에 이 영화의 수입 심의를 신청했으나 잔인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그러자 3월에 제목을 '내추럴 본 킬러스'에서 '올리버 스톤의 킬러'로 바꿔 재심의를 신청해 통과했다.
이를 두고 우리 영화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우리 영화계는 "공윤이 폭력 심의를 강화한다며 우리 영화 '해적'은 무참히 가위질해놓고 이보다 훨씬 폭력적인 외국 영화 수입을 허용했다"며 공윤을 비난했다.
대체 어느 정도길래 그토록 말이 많았을까.
뭉텅 잘라내고 개봉한 극장판을 보면 총질을 많이 하는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삭제 감독판으로 나온 블루레이를 보면 아주 잔혹하다.
미국 심의에서 잘려나간 장면까지 감독이 되살려 놓았으니 끔찍할 정도로 폭력적이다.
경찰을 포함해 죄 없는 사람들을 처참하게 마구 죽이는 장면을 보면 제 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광기, 한마디로 올리버 스톤의 광기가 빚은 피의 향연이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어서 이토록 잔인한 영상을 빚었을까.
이에 대해 올리버 스톤 감독은 "조금이라도 괜찮은 영화라면 체제를 전복시켜야 한다. 극한까지 밀어 붙여서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진동하는 피비린내 속에서 세상에 대한 회의보다 감독에 대한 회의가 더 많이 든다.
충격이 변화를 가져오는 건 사실이지만, 이 작품이 주는 충격 속에선 변화를 위한 메시지를 찾기가 힘들다.
보는 사람들이 메시지를 읽기 힘들다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원동력이 되겠는가.
그런 점에서 파졸리니 감독의 '살로'와는 크게 대비된다.
두 작품 모두 기분 나쁜 영화로 꼽히지만, '살로'는 정치적 메시지가 확연해 체제 전복적인 힘을 갖는다.
이 영화는 난해하고 잔혹한 영상을 뿌려 놓아 그냥 기분만 나쁠 뿐이다.
오죽하면 악마의 작품이라는 비난을 들었겠는가.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35미리 필름촬영 분 외에 의도적으로 조악한 비디오테이프처럼 보이도록 촬영한 16미리와 슈퍼8미리 영상이 섞여 있어 화질이 고르지 않다.
전체적으로 좀 뿌연 편이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레오나드 코헨의 삽입곡이 부드럽게 재생된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과 삭제장면, 감독 인터뷰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난2 (블루레이) (4) | 2012.03.29 |
---|---|
스트로우 독스 : 어둠의 표적 2011 (블루레이) (10) | 2012.03.04 |
색즉시공 시즌2 (2) | 2012.01.19 |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 (블루레이) (8) | 2012.01.15 |
오션스 트웰브 (블루레이) (2) | 2012.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