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인어공주

울프팩 2004. 9. 12. 12:26

박흥식 감독의 '인어공주'(2004년)는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개봉한 작품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서 그런지 흡족하지 않았다.

판타지에 의존한 사랑과 부정이 그다지 가슴에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느낌이 달라진 것은 DVD 타이틀을 보면서였다.

다음 달에 미리 나올 DVD를 곱씹어 보며 아련한 감정이 서서히 차올랐다.
극장에서 미처 보지 못한 덧정 속에 숨은 진정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판타지에 의존한 박 감독의 이야기 진행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가 만든 아련한 느낌의 그림만큼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HD텔레시네를 했다는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의 DVD 타이틀은 우리 영화치고 뛰어난 화질을 갖췄다.

원본 필름의 손상 때문에 생긴 잡티와 스크래치가 간간이 보이지만 자연광을 이용한 특유의 색감이 잘 살아 있으며 세부 묘사 또한 훌륭하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또한 배경음악과 각종 생활 소음이 후방 스피커에서 적절하게 흘러나와 제대로 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천둥소리 등 저음의 울림도 좋은 편.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시작과 끝을 환상적인 수중 장면으로 열고 닫았다. 필리핀 세부 앞바다에서 찍은 이 장면은 해녀가 아닌 필리핀 남자 잠수부들을 동원해 촬영.
혼자서 과거 속 엄마와 현재의 딸 역할 등 1인 2역을 한 전도연은 여우처럼 연기를 잘했다.
자칭 '목욕관리사', 목욕탕 때밀이로 등장한 고두심(현재의 엄마 역할)의 연기도 훌륭했다.
현재의 딸이 과거로 들어가 우체부였던 아빠와 섬처녀인 엄마를 맺어주는 설정 때문에 '백 투 더 퓨처'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 감독은 현재와 과거가 만나는 부분을 "판타지여도 좋고 꿈이어도 좋다"며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
해맑은 청년(박해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삶에 지친 뒷모습만 남은 아버지가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울렸다. 아마 그 속에서 저마다의 누군가를 봤기 때문이 아닐는지.
이 작품은 펼쳐보면 가슴이 뻐근한 오래된 사진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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