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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자브리스키 포인트

울프팩 2011. 4. 30. 19:46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자브리스키 포인트'(Zarbiskie Point, 1970년)는 음반으로 먼저 만난 작품이다.
국내에서 볼 기회가 별로 없던 차에 이 영화의 OST가 2장의 CD로 국내 수입된 적이 있다.

프로그레시브 록을 대표하는 핑크 플로이드, 칼레이도스코프, 제리 가르시아, 고운 목소리의 패티 페이지까지 면면히 화려한 가수들의 곡들로 가득찬 OST였다.
하지만 독특한 표지와 음악, 그리고 감독의 명성에 끌려서 본 영화는 실망이었다.

네오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안토니오니 감독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탐미주의적 영상에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 역시 그동안 보여준 것처럼 비판적 메시지는 변함이 없지만 형식과 구성이 다소 지리하다.

그렇다고 그의 특징인 탐미주의적 영상으로 꼽을 만한 그림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메시지에 갇혀 사방을 표류하다 침몰해 버린 배처럼 영화는 비평과 흥행에서 모두 참패하고 말았다.

줄거리는 1960년대 반전시위와 히피즘으로 가득했던 미국을 배경으로 체제 비판적인 젊은이의 방황을 그렸다.
이 와중에 한 여인을 만나 사랑을 꽃피우는 장소가 데스밸리의 유명한 명소인 자브리스키 포인트이다.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바로 자브리스키 포인트 장면이다.
사막 위에서 펼치는 히피들의 난교와 그 위로 흐르는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이 인상적이다.

그 외에는 이렇다 할 감흥이 없어 안토니오니 감독의 명성에 부합하지 못하는 작품이다.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은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은 DVD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형편없다.

사정없이 번지는 색과 계단현상, 심지어 타이틀의 글자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형편없이 뭉개지는 화소를 보면 한심스러울 지경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무하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영화의 무대가 된 자브리스키 포인트는 1,000만년 전 호수 밑바닥이 지각운동으로 위로 융기해 탄생한 계곡이다. 데스 밸리에 위치한 이 곳은 마치 융단의 주름처럼 구불거리는 지형이 특이하다.
안토니오니 감독은 기업가들의 경영회의와 각종 광고판을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묘사했다.
1980년대 대학을 다녔다면 많이 만나 본 백골단 아저씨들을 영화에서 볼 수 있다. 60년대 미국 풍경이 어찌 그리 우리네 80년대와 중첩되는 지 놀랍다.
경찰의 과격한 진압 속에 쓰러진 대학생들을 통해 당시 미국의 시대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갑론을박으로 이어지는 지리한 학생운동 속에서 답을 찾지 못한 주인공은 자브리스키 포인트의 위대한 자연을 통해 자신의 해방을 꿈꾼다.
자브리스키 포인트의 기묘한 계곡. 그랜드캐년처럼 대자연이 빚은 예술이다.
남녀 주인공이 자브리스키 포인트에서 흙바닥을 뒹굴며 나누는 정사 장면은 그로테스크하다.
결국 등장인물들이 해법으로 찾은 것은 파괴의 미학이다. 자본주의의 상징같은 호화 별장이 폭발로 날아가는 장면은 감독의 과격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냉장고, TV 등 온갖 부와 풍요를 상징하는 물건들이 풍비박산나는 장면을 슬로 모션으로 보여준 엔딩이 인상적이다.
여주인공을 연기한 다리아 헬프린. 남자 주인공은 마크 프레쳇이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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