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우 감독은 흥행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마이너리티다.
'꽃잎' '성공시대' 등 괜찮은 성적을 올린 작품도 있지만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경마장 가는 길' '화엄경' 등 다른 작품들은 그닥 좋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작품 성향도 마이너리티다.
소위 사회의 소외받은 계층이나 특이한 인물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장 감독 특유의 성향은 그의 작품들을 범상치 않은 영화로 만들었다.
혹자는 재미있게 바라보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많다.
흥행과 사회 참여적 도구로서 영화를 활용하는 두 가지 방향을 조화시키는 것이 장 감독이 넘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굳이 조화시켜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우리 영화계의 다양성 측면에서 장 감독이나 김기덕, 양익준 같은 감독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우리 영화도 다양한 소재와 내용으로 내실을 기하고, 우리만의 색깔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흥행이 잘 된다고 코미디 일변도, 액션물 일변도로 흐르는 것은 돈벌이는 될 지 몰라도 영양가는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장 감독은 마이너리티가 아니다.
음으로 양으로 영화계 종사자들이나 애호가들이 그를 통해 다양성에 눈을 뜨고 신선한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발전을 위해 자극만큼 좋은 약은 없다.
친한파 영화 평론가 토니 레인즈가 만든 다큐멘터리 '장선우 변주곡'(2001년)은 바로 장 감독을 속속들이 해부한 작품이다.
그의 작품 중심으로 장 감독의 작품 세계와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한 시도는 국내에 이런 작품이 없었다는 점에서 참신하다.
내용 또한 알차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다만 제작 시점이 몇 해 전이다 보니 '성냥팔이...' 이후 장 감독의 행보가 나타나지 않는데, DVD 타이틀의 경우 '장선우의 11월'이라는 부록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했다.
장 감독에 관심이 있다면 좋은 교재가 될 만 한 작품이며, 그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장선우라는 인물을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작품이다.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그다지 좋지 않다.
어차피 뛰어난 영상을 기대한 작품이 아닌 만큼 화질은 크게 논할 게 못된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스테레오를 지원하며, 부록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인터뷰 등이 들어 있다.
<파워DVD로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첫 작품은 86년에 발표한 '서울 예수'. 나중에 '서울 황제'라는 제목으로 바뀐 이 작품은 선우완과 공동 연출했다.
두 번째 작품은 88년 발표한 '성공시대'. 소비위주의 물질 만능주의를 풍자한 이 작품은 안성기, 이혜영이 주연했다.
세 번째 작품은 89년에 만든 '우묵배미의 사랑'. 박영한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박중훈, 최명길이 주연을 맡았다.
91년에 만든 네 번째 작품 '경마장 가는 길'. 하일지의 포스트 모더니즘 계열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강수연, 문성근이 주연.
93년 작품 '화엄경'. 고은의 작품을 토대로 만들었다.
장정일의 소설이 원작인 94년작 '너에게 나를 보낸다'.
당시 15세였던 이정현을 스타로 만든 96년작 '꽃잎'. 여기서 광기어린 이정현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80년 5월 항쟁을 최초로 다룬 장편 영화다.
97년 개봉한 '나쁜 영화'는 심한 검열로 만신창이가 됐다. 실제 문제아들의 생활을 다큐멘터리처럼 촬영한 이 작품은 여학생의 윤간과 촬영 중 배우로 나온 청소년이 본드를 마시고 죽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작품 제작 과정이 풀빛에서 2권의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99년작 '거짓말' 역시 만신창이가 됐으며, 해외에서 거꾸로 유입된 무삭제 동영상이 불법으로 퍼지기도 했다. 장정일의 원작 소설 또한 판매금지됐다.
이후 박재동 화백과 진행한 '바리공주'가 엎어졌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쫄딱 망했다. 한때 몽고에 가서 영화를 구상하기도 했으나 역시 실패했으며 지금은 제주도에서 과일 농사를 하며 작품을 구상중이다.
토니 레인즈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회사 선배인 이대현 논설위원도 등장. 이 위원은 '살인의 추억' '마더' 등에도 단역으로 등장.
장 감독 작품 중에 가장 논란이 많았던 것은 '나쁜 영화'였다. 제작 방식부터 내용까지 모든 것이 논란의 대상이었다.
장 감독은 고교 시절 니체의 니힐리즘에 매료돼 오랜 시간 가출하는 바람에 퇴학당했고 2개월 동안 절에 머물며 마음을 다잡은 뒤 서울대에 진학했다.
이 작품에는 놀라운 인물이 등장한다. 장 감독을 돌봐준 원경 스님이다. 그는 북한에서 부수상을 지내다 숙청당한 남로당 당수 박헌영의 아들이다. 1950년 4월, 국민학교 3학년이었던 그는 이주하, 김삼룡 등 남로당 거물들이 체포된 뒤 남로당 핵심요원으로 활동한 한상 스님의 손에 이끌려 화엄사에 들어가 불문에 귀의했다. 거기서 그는 이현상을 만나기도 했다.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니발 (블루레이) (13) | 2009.10.28 |
---|---|
배드캅 (0) | 2009.10.17 |
페임 (블루레이) (0) | 2009.10.01 |
고교 얄개 (7) | 2009.09.20 |
미인도 (8) | 2009.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