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소위 학원소설이라고 불리던 명랑 소설을 꽤나 열심히 읽었다.
당시 아리랑사에서 나온 조흔파, 오영민 등의 소설은 너무 웃어서 눈물을 쏙 빼놓을 만큼 재미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얄개전' '악도리 쌍쌍' '에너지 선생' '고명아들' 등 조흔파의 소설은 압권이었다.
이 책들이 지금 다시 그대로 나오면 좋으련만, 최근 나온 '에너지 선생'은 일부 내용을 빼먹은 채 출간돼 아쉬움이 크다.
석래명 감독이 1976년에 만든 '고교 얄개'는 타계한 작가 조흔파가 1954년에 내놓은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얄개는 장난꾸러기라는 뜻의 사투리.
제목이 말해주듯 장난만 치는 고교생이 개과천선해 친구를 돕는 내용이다.
원작은 나름대로 적절한 유머와 페이소스가 있는데, 영화는 시간 관계상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교훈적인 이야기로 몰고가는 새마을 운동 스타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즐거운 것은 대사와 표정연기가 훌륭한 이승현 덕분이다.
이승현 외에 친구로 나온 진유영, 꼬마 신랑으로 유명한 김정훈, 사이다 광고에 나왔던 강주희, 지금봐도 미모가 출중한 정윤희, 하길중 감독의 동생 하명중 등 예전 스타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묘미는 예전 사진첩같은 70년대 풍경들이다.
검정 교복, 빵집 데이트, 영화 '벤지' 포스터, 별표 전축과 조개탄 난로, 근대화 연쇄점과 2자릿수 국번의 전화번호, 포니2 같은 정겨운 풍물들이 등장해 가슴을 아련하게 만든다.
내용을 떠나 70년대 추억과 조흔파의 소설을 사랑한다면 더 할 수 없이 반가운 작품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30여년 전 작품인 만큼 화질이 좋은 편은 아니다.
잡티와 스크래치 등이 보이지만 그래도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준수한 편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갤러리가 전부다.
<파워DVD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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