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의 두 번째 영화인 '정무문'(Fist of Fury, 1972년)은 이소룡뿐만 아니라 홍콩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이소룡 특유의 날카로운 고음이 인상적인 기합 소리와 쌍절곤이 영화에 처음 등장했고, 이 작품의 흥행을 계기로 이소룡은 감독 주연 각본까지 모두 맡아 흥행 수익을 나누는 파트너로 부상했다.
이 같은 이소룡의 변화는 홍콩 영화사에 일대 변화를 일으켰다. 당시 홍콩 배우들은 돈을 받고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수동적인 역할이었으나 이소룡이 제작에 관여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받는 파트너가 된 것.
이 같은 바람은 다른 배우들의 몸값을 올렸으며 촬영감독 조명 등 제작진의 처우까지 달라지면서 홍콩 영화계를 뒤흔들었다. 한 사람의 의식 있는 스타가 영화 산업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제대로 보여준 사례다.
이 작품은 '당산대형'의 흥행 성공을 가볍게 뒤집으며 다시 한번 아시아에 이소룡 신드롬을 일으켰다. 비결은 단순 액션극과 달리 반일 감정이 강한 중국인들의 민족정서에 호소한 점이었다.
태극권의 대가인 정무관의 곽원갑 원장의 죽음에 일본인들이 개입했다는 픽션을 소재로, 곽원갑의 제자인 진진(이소룡)이 일본 도장을 찾아가 박살 내는 내용이다. 중국인들이 영웅으로 추앙하는 실존 인물 곽원갑과 일본인의 독살설 등 픽션을 결합해 중국인뿐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아시아인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영화의 흥행을 계기로 이소룡은 홍콩 등 중화권의 민족 영웅으로 거듭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일본에서조차 인기몰이를 했다. 덕분에 이소룡은 엄청난 인기를 등에 업고 골든하베스트 사장인 레이몬드 쵸에게 당당히 동업자 자격을 요구해 콩코드 프로덕션을 함께 설립, 이소룡이 영화 제작을 맡고 쵸 사장은 운영을 분담했다.
정무문의 인기는 이후로도 이어져 이 작품의 감독이었던 로웨이가 성룡을 기용해 '정무문 2'와 주성치 주연의 '신정무문'을 찍었고, 이연걸이 나오는 '이연걸의 정무문', 견자단의 '정무문 100대 1의 전설' 등 숱한 아류작을 낳았다. 그만큼 이 영화는 홍콩 영화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된 작품이었고, 이소룡의 무술 스타일을 세계에 확실히 알린 기념비적인 작품이 됐다.
국내에 4K로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2160p U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한다.
화질은 과거에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보다 많이 개선됐다.
과거 블루레이 타이틀은 영상이 선명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4K로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전체적으로 밝아지면서 윤곽선이 깔끔해졌고 색감도 선명하게 바뀌었다.
특히 클로즈업의 화질이 아주 좋으며 피부의 윤기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
DTS-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가 확실하다. 부록으로 중국 배우 원화의 인터뷰가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다만 자막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게 어색한 것이 옥에 티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