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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성스러운 피(블루레이)

울프팩 2018. 2. 4. 13:03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걸작 컬트영화 '성스러운 피'(Santa Sangre, 1989년)는 그의 최고작이다.
워낙 난해하면서도 기괴한 작품을 만들기로 유명한 그가 처음으로 대중을 위해 만든 작품이어서 상대적으로 그의 다른 작품들보다 쉽고 재미있다.

1989년에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1960년대 말 멕시코의 한 청년이 30명의 여성을 죽여서 정원에 파묻은 엽기적인 사건을 감독이 재구성한 것이다.
실제 범인을 만나 자세한 인터뷰와 취재를 한 뒤 6년에 걸쳐 환상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영화의 내용은 어려서 부모의 처참한 죽음을 본 청년이 정신적 쇼크로 방황 끝에 구원을 받는 내용이다.
그 과정이 참으로 충격적이다.

주인공이 겪는 정신적 고통 끝에 구원에 이르는 과정은 기괴하고 잔혹하면서도 아름답고 슬픈 영상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그래서 때로는 이 작품이 공포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그만큼 영상이 주는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초현실주의를 표방하는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이 작품 역시 여성을 통한 남성의 구원이라는 감독의 메시지가 다양한 방식으로 녹아있다.
한마디로 강렬한 색과 서글프면서도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마임으로 구성된 메타포의 성전이다.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이 주는 충격만큼이나 강렬한 메시지로 다가오는 이 작품은 조도로프스키 감독을 이해할 수 있는 교과서요, 그의 세계에 입문하기 위한 징검다리다.
비록 내용은 충격적이지만 환상적인 영상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빛나는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다.


안타까운 것은 훌륭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 아직 블루레이 타이틀이 출시되지 않은 점이다.

미국에서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한글자막이 없다.


당연히 미국판 블루레이 타이틀은 2010년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과 동일한 무삭제판이다.

과거 국내 극장 상영시 30분이 잘려나갔는데 블루레이와 DVD 타이틀에서는 온전한 영상을 볼 수 있다.


국내에 DVD 타이틀이 출시되기 전까지는 일본에서 출시한 조도로프스키 DVD 박스세트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조도로프스키 DVD 박스세트에 수록된 '성스러운 피'는 오리지널 화면비가 아닌 4 대 3 풀스크린이었으며 화질 또한 떨어져 잡티와 스크래치가 가득했다.


2010년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은 잡티와 스크래치를 제거해 화질이 일본판보다 개선됐고 화면비 또한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했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미국판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국내 DVD 타이틀보다 더 개선됐다.


그러나 최신 블루레이 타이틀에 비하면 화질이 그저 그런 편이다.

약 30년 전 작품이다보니 여전히 입자가 거칠고 윤곽선이 명료하지 않으며 지글거림도 두드러지며 색감도 약간 바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보다 영상이 전체적으로 밝아져 디테일이 살아나고 색감도 훨씬 명료해졌다.

음향은 DTS HD 2.0 채널을 지원한다.


미국판 블루레이 타이틀은 국내 DVD 타이틀보다 화질만 좋은 것이 아니다.

부록도 풍성하게 들어 있다.


작품 세계, 알드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작품관, 작품의 모티브가 된 연쇄살인범 그레고리오 카르데나스 헤르난데즈 이야기, 감독 인터뷰와 사이먼 보스웰의 뮤직비디오, 아들인 아당 조도로프스키가 만든 흑백 단편영화와 삭제 장면 등 풍성한 내용이 들어 있다.

부록들은 자막이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네 번째 작품인 이 작품의 제작비가 적어 스타 배우를 쓸 수 없어서 가족들을 배우로 기용했다. 맨 위 주인공 역은 감독의 여러 아들 중 액셀 조도로프스키, 맨 뒤 남자간호사는 브론티스 조도로프스키가 맡았다.

촬영은 멕시코시티에서 했다. 당시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멕시코에서 전작인 '엘 토포'와 '홀리 마운틴' 때문에 신성 모독을 이유로 공공의 적이 돼 있었다. 멕시코 극장들은 그의 영화를 상영 거부했고, 감독은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으나 별다른 사고 없이 촬영을 마쳤다.

이 작품에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삶도 녹아 있다. 그의 부친은 서커스 공연자와 결혼하면서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장사 역할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태리 공포영화의 대가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딸인 클라우디오 아르젠토가 이 작품의 제작을 맡았다. 클라우디오는 주인공의 어머니 역으로 안젤리카 휴스턴, 서커스 단장인 아버지 역으로 잭 니콜슨을 을 원했다.

주인공 피닉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감독의 아들 아당 조도로프스키(오른쪽). 그는 이 작품으로 1990년 새턴 어워즈 최우수 신인배우상을 받았다.

원제인 산타 상그레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광적으로 빠져든 사이비 종교 겸 창녀들이 세운 교회 이름이다.

이 작품은 1940년대 멕시코의 유명한 연쇄살인범이었던 그레고리오 카르데나스 헤르난데즈(Goyo Cardenas)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코로 피를 쏟으며 죽어가는 코끼리는 이후 일어나는 일련의 피비린내 나는 비극을 암시한다. 연쇄살인범 그레고리오는 멕시코의 베라크루스에서 태어나 1940년대에 연쇄 살인을 저지른 뒤 30년간 옥살이를 하고 풀려나 1999년 8월 2일 미국 LA에서 사망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여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배우는 실제 장애인이 아니다. 연쇄살인범 그레고리오는 어려서 뇌염을 앓아 신경 손상을 입은 뒤 동물에게 잔인하게 구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했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질투에 눈이 멀어 남편을 해치다가 자신이 믿던 성녀처럼 처참하게 두 팔이 잘려나간다.

비극적 가족사는 결국 주인공에게 트라우마로 남는다. 모델이 된 연쇄살인범 그레고리오는 머리가 좋아 가족들과 멕시코시티로 이주한 뒤 멕시코시티 국립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그는 멕시코시티의 타쿠바지역 마르델 노테 거리에 집을 얻어 살면서 4명의 여자를 살해했다.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모든 작품에 장애인들이 항상 출연한다. 그는 "모든 신체는 아름답다"라고 생각해 장애도 개성적인 아름다움으로 본다.

이 작품은 1994년에 국내 개봉됐다. 당시 '라디오스타'의 이준익 감독이 수입했으나 검열에서 30분이 잘린 채 상영됐다.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각본도 공동 집필했다.

두 몸이 하나가 돼서 연기하는 팬터마임이 기가 막히다. 극 중 공연인 '천국의 아이들'은 감독이 유명한 마임의 대가 마르셀 마르소에게서 영감을 받아 구상했다. 감독은 마르셀 마르소와 5년간 일한 경험이 있으며 마임 연기를 한 액셀 조도로프스키는 마르소의 학교에서 3년간 마임을 배웠다.

실제 모델인 연쇄살인범 그레고리오는 1942년에 16세였던 창녀를 로프로 목졸라 죽인 뒤 뒤뜰에 묻었다. 이후 3명의 여자를 더 살해했는데 2명은 매춘부, 1명은 당시 유명한 판사의 딸로 그레고리오의 애인이었다.

주인공 피닉스를 연기한 액셀 조도로프스키. 경찰은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그레고리오의 집을 찾아갔다가 담장 너머로 땅에 묻힌 여성의 다리를 보고 뒤뜰에 묻힌 시체들을 찾았다.

연쇄살인범 그레고리오는 SF영화를 좋아해 이 작품의 한 장면처럼 과학실험을 많이 했다. 특히 죽은 자를 되살리는 것에 관심을 갖고 죽인 여자를 되살리기 위해 화학물질을 주입하고 물감을 칠하기도 했다.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늘 종교적 구원과 신성 모독의 메시지를 함께 표현한다. 그는 성경에서 영감을 많이 얻지만 지상의 모든 제도화된 종교는 사악하고 무의미하다는 역설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뚜쟁이로 나온 감독의 아들 테오 조도로프스키. 그는 이 영화를 찍고나서 사고로 죽었다.

1930년생인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칠레에서 태어나 멕시코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나 마임을 본 뒤 매료돼 학교를 그만뒀다. 그는 전위 연극을 한 페르난도 아라발, 작가이자 '판타스틱 플래닛'을 만든 애니메이션 감독 롤랑 토포르와 함께 초현실주의를 표방한 파닉 무브망을 결성했다.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성기 노출 및 헤어누드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일본판 DVD 박스세트는 짜증 날 정도로 모자이크가 많이 나온다. 국내판 DVD와 미국판 블루레이 타이틀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다.

비틀스 멤버였던 존 레넌은 조도로프스키의 걸작 '엘 토포'를 보고 매료돼 감독의 모든 판권을 사들이며 제작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판권은 존 레넌이 암살된 뒤 매니저 앨런 클라인에게 넘어갔다. 앨런 클라인은 에로 영화 촬영을 종용했으나 조도로프스키가 거절하자 작품 상영을 철저하게 틀어막았다.

결국 걸작을 만들고도 돈을 벌 수 없게 된 조도로프스키는 스스로 작품들을 복제해 비디오와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무료 배포했다. 감독 스스로 해적행위를 한 셈. 앨런 클라인의 횡포로 빚어진 판권 분쟁은 30년이 지난 2002년에 조도로프스키 감독이 승소해 다시 거둬들이며 종료됐다.

연쇄살인범 그레고리오는 정신적 문제를 이유로 정신병원에 수용됐으나 갇힌 지 6년 만인 1948년 탈출했다. 탈출 20일 만에 베라크루스에서 잡힌 그는 레쿰베리 교도소로 이송돼 30년 넘게 복역했다. 그는 감옥에서 결혼해 5명의 아이를 뒀고 죄수들의 권리를 다룬 책을 쓰기도 했다.

연쇄살인범 그레고리오를 스타로 만든 것은 여러차례 인터뷰를 실은 언론이었다.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신문에 실린 그레고리오의 사진 중 피아니스트처럼 손가락이 길고 섬세한 손을 보고 영화에서 손을 강조했다.

이 작품은 사운드트랙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구슬픈 선율의 음악은 사이먼 보스웰이 담당했으며 촬영은 다니엘레 난누찌가 맡았다. 사이먼 보스웰은 '페노미나'의 음악도 담당했다.

성스러운 피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 악셀 조도로프스키 출연; 블랑카 게에라 출연; 아단 조로도프스키 출연;
Santa Sangre (성스러운 피) (한글무자막)(Blu-ray) (1989)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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