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중에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 2002년)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싸이키델릭한 영상, 신경을 자극하는 음악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감독은 이 작품으로 2002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코미디언으로만 인식했던 아담 샌들러를 다시 보게 만든 영화다.
아담 샌들러가 연기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독특하다.
그는 자신을 놀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분노조절 장애와 공짜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그런 성향들이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벽을 만든다.
특히 여자 친구를 사귀는데 장애가 된다.
오죽했으면 주인공은 외로움을 달래고자 폰섹스 서비스에 전화를 건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주인공을 좋아하는 여인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고 당황스러워 어찌할 줄 모르던 주인공은 마치 머리를 강하게 때린듯한 사랑에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여전히 분노 조절 장애 때문에 힘들어하고 연애를 망칠 위기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는 두뇌를 강타한 듯한 사랑에 취해 스스로를 바꾸기 시작한다.
영화는 그렇게 위대한 사랑의 힘을 이야기한다.
그 과정이 애처롭고 안타깝고 한심스럽지만 결국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는 결말은 절로 마음이 따스해진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이 과정을 마치 주인공의 마음에 돋보기를 들이댄 것처럼 세심하게 묘사한 영상으로 보는 사람의 감정이입을 끌어낸다.
주인공이 커다란 사무실 구석에서 전화를 하거나 홀로 집에서 폰섹스 전화를 거는 모습을 비스듬히 내려찍은 영상을 보면 주인공의 외로움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그러면서도 말썽을 피하려고 소심하게 움츠러들던 주인공이 변하는 과정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다른 사람이라면 납득하기 힘든 해결방법이겠지만 보통 사람과 다른 주인공이기에 가능한 해결 방법들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스토리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장면 전환을 위한 인서트 컷처럼 사용된 제레미 블레이크의 몽환적인 디지털 아트는 환상적인 색감과 무정형의 움직임을 통해 주인공과 영화의 분위기를 대신 전달한다.
더불어 존 브라이언이 하모니움을 사용해 만든 음악은 때로는 신경질적이고 때로는 긴박한 멜로디와 리듬을 토해내며 주인공의 정서 불안을 반영한다.
아담 샌들러의 변신 또한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보여준 코믹 연기의 틀을 싹 벗어버린 그는 때로는 유약하고 때로는 신경질적이며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주인공의 면면을 완벽하게 보여줬다.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었을 때 달라지는 사람의 인상처럼 새삼 아담 샌들러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작품성과 재미의 균형을 잘 맞춰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 블루레이 타이틀이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미국 크라이테리온에서 나온 블루레이 타이틀은 안타깝게도 한글자막이 들어있지 않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미국판 블루레이 타이틀은 크라이테리이온 컬렉션답게 화질이 좋다.
초반에 지글거림이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뒤로 갈수록 안정되며 강렬한 색감을 잘 살렸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채널 분리가 잘 돼서 다양한 소음들이 다방면에서 들린다.
저음도 웅장하고 묵직하게 받쳐주며 소리 이동성도 괜찮은 편.
부록으로 본편에서 삭제된 극 중 가구회사의 광고 영상과 삭제 장면, 존 브라이언 인터뷰와 제레미 블레이크에 대한 영상, 2002년 칸 영화제 인터뷰 영상, 작품의 모티브가 된 푸딩 가이에 대한 영상 등이 무자막으로 수록됐다.
과거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과 겹치지 않는 존 브라이언 인터뷰, 제레미 블레이크 영상 등 일부 부록은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펀치 드렁크는 권투선수처럼 머리를 많이 맞은 사람들이 흔히 겪게 되는 뇌세포 손상 증후군을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의 행동이 좀 특이하기는 하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매그놀리아' 작품 촬영 후 인터뷰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로 아담 샌들러와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꼽았다.
디지털 아티스트인 제레미 블레이크가 만든 몽환적인 영상.
깔끔한 촬영은 로버트 엘스윗이 담당. 그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솔트', '본 레거시', '데어 윌 비 블러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인히어런트 바이스'와 '매그놀리아' '부기 나이트' 등을 찍었다.
항공사 마일리지를 얻기 위해 푸딩을 사들이는 주인공 이야기는 캘리포니아대학 출신 도시공학자인 데이비드 필립스의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3,000달러를 들여 1만2,150개의 푸딩을 사서 125만 마일의 항공사 마일리지를 얻었다. 블루레이 부록에 필립스의 인터뷰 영상이 들어 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대본을 쓸 때부터 하모니움을 사용해 음악을 만들기를 원했다.
음악을 담당한 존 브라이언은 하모니움을 사용해 때로는 신경을 자극하고 때로는 안온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음악을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밝은 톤의 영상이지만 일부 장면은 실루엣을 잘 살려 찍었다.
여주인공을 연기한 에밀리 왓슨.
제레미 블레이크는 영화제작자 겸 게임 디자이너였던 테레사 던컨의 남자 친구였다. 둘은 2007년 LA에서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로 이사했다. 그러나 그해 7월 10일 던컨이 자살하자 블레이크도 일주일 뒤인 7월 17일 뉴욕의 록커웨이 비치에서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 삶을 마감했다.
제작진은 가구점 주인 겸 폰섹스 업자 역할을 원래 숀 펜에게 제안했다. 숀 펜이 거절해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맡게 됐다.
주인공의 여자 형제 7명 중 한 명만 배우이고 나머지는 배우가 아니다. 주인공을 때리러 찾아온 4명의 금발머리는 실제로 형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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