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길러민과 어윈 앨런 감독의 '타워링'(The Towering Inferno, 1974년)은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더불어 재난영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긴장감이 높고 사실적인 묘사가 뛰어난데,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건물 화재를 다룬 '타워링'이 더 실감 나게 다가온다.
공교롭게 두 작품 모두 어윈 앨런이 제작했는데, 1980년 개봉한 '대지진'도 그의 작품이어서 재난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내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38층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이를 진압하는 내용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제천과 밀양 등 대형화재가 일어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다 보니 영화 내용이 더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재난 영화가 그렇듯, 다양한 인물들이 겪는 위기와 이를 극복하는 에피소드가 모자이크처럼 촘촘히 구성됐다.
자칫 잘못하면 내용이 산만하고 개연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고 인물들의 드라마와 위기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액션 등을 설득력 있게 잘 구성해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더불어 쟁쟁한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는 점도 이 작품의 흥행에 한 몫했다.
고인이 된 윌리엄 홀든, 스티브 맥퀸, 프레드 아스테어를 비롯해 폴 뉴먼과 페이 더너웨이, 제니퍼 존스, 리처드 체임벌린, OJ 심슨 등이 출연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배우인 스티브 맥퀸이 소방대장으로 출연해 특유의 묵직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포세이돈 어드벤처'에서 진 핵크먼 같은 역할을 스티브 맥퀸이 했다.
'포세이돈 어드벤처'에 이어 이 작품까지 담당한 존 윌리엄스의 음악도 좋았다.
무엇보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모린 맥거번이 부른 주제가 'We May Never Love Like This Again'이 아주 훌륭하다.
주제가를 작사 작곡한 조엘 허쉬혼과 알 카샤는 이보다 앞서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주제가 'The Morning After'를 만들어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는데, 이 작품으로 재차 수상했다.
노래를 부른 모린 맥거번 역시 'The Morning After'도 불렀다.
사실상 화재 영화의 교과서 같은 걸작으로, 1970년대 미국 영화를 대표하는 명작이다.
소방대원들의 활약과 재난 상황의 위기 등이 훗날 할리우드 영화인 '분노의 역류'를 비롯해 우리 영화 '리베라 메' '타워' 등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명작이 아직 국내에 블루레이 타이틀로 출시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미국에서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한글 자막이 들어있지 않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미국판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특별한 집티나 스크래치는 없지만 오래전 작품이어서 그런지 디테일은 요즘 영화만 못하다.
그래도 DVD 타이틀보다 화질이 많이 밝아졌다.
특히 암부 디테일이 확실히 살아났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간헐적인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화재 장면에서 리어 채널을 통해 불길이 이글거리는 소리가 현장감 있게 들린다.
부록은 보다 지칠 만큼 풍성하다.
영화학자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어윈 앨런에 대한 소개, 제작진 인터뷰 등등이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