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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블루레이)

울프팩 2016. 9. 20. 06:37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조이'(Joy, 2015년)는 빚더미에 올라 파산 직전에 몰린 여인이 기업을 일으켜 수백억원대 부자가 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 실화의 주인공은 인지니어스디자인의 여류 최고경영자(CEO)인 조이 망가노다.

 

1956년 미국 뉴욕에서 이탈리아계 부모 사이에 태어난 조이는 고교를 수석 졸업하고 명문 사립대인 페이스대학에 진학했으나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던 아버지 사업을 돕기 위해 중퇴했다.

이후 이스턴항공사의 고객센터 직원, 웨이트리스 등 여러 직업을 가졌으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심지어 가정사도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부모의 이혼을 겪었고 자신도 이혼해 혼자 두 아이를 키워야 했다.

 

특이한 것은 이혼한 부모, 이혼한 전 남편이 모두 한 집에서 같이 사는데 그마저도 서로를 싫어해 으르렁거렸다.

여기에 하나 뿐인 배다른 언니 또한 조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상황만 놓고 보면 온통 문제 투성이인데 그나마 희망이 보인 것은 그에게 남다른 재주가 있다는 점이다.

어려서부터 끊임없는 아이디어로 발명을 하기 좋아한 조이는 1990년 우연히 와인잔을 떨어뜨린 자리를 걸레질로 닦다가 손을 베인 경험을 한 뒤 손대고 빨지 않아도 되는 대걸레인 미라클 몹, 즉 기적의 걸레를 발명했다.

 

스스로 일을 하며 겪은 가정주부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미라클 몹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그는 지인의 투자와 집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는 등 빚을 얻어 대걸레를 생산했다.

다행히 전 남편의 소개로 당시 유명한 TV홈쇼핑 QVC에 판매 기회를 얻었으나 쇼호스트가 제대로 상품을 다루지 못해 단 한 개도 팔지 못했다.

 

그 바람에 조이는 하루 아침에 빚더미에 올라 파산 신청을 하는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QVC를 찾아가 직접 TV에 출연해 상품을 팔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QVC는 방송 경험이 전무한 그를 생방송에 내보내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고 조이는 발명 동기와 편리한 사용법을 주부로서의 고충담을 섞어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결과는 불과 20분 만에 2만개 가까운 판매를 기록하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조이는 이를 바탕으로 회사를 일으켜 500억원이 넘는 개인 자산을 가진 성공한 CEO가 됐다.

그는 지금까지 100개가 넘는 발명 특허를 획득했고 이 중 세계 최초로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주는 벨벳 옷걸이 등을 자신의 회사이기도 한 홈쇼핑 채널 HSNi에서 직접 판매해 대성공을 거뒀다.

 

영화는 이 과정을 흥미롭게 소개했다.

무엇보다 극단의 실패와 성공이라는 과정을 오가는 이야기가 실화라는 점이 놀랍다.

 

물론 조이의 성공은 모두 그의 재능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전 남편의 소개를 통해 홈쇼핑 채널에 상품을 팔 수 있는 기회가 없었거나 QVC가 아마추어의 TV 출연이라는 모험을 하지 않았다면 그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과연 조이 같은 재능을 가졌더라도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생각해 보면 그 또한 엄청한 행운과 혜택을 받은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뛰어난 재능과 엄청난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분명 남다른 기회를 가졌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것은 물흐르듯 자연스런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의 호흡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을 비롯해 조이를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와 QVC 홈쇼핑 운영자로 나온 브래들리 쿠퍼, 조이의 아버지를 연기한 로버트 드니로 등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아메리칸 허슬' 등 전작들과 이 작품을 포함해 3편의 작품을 함께 한 사람들이다.

 

그만큼 연기 호흡이 잘 맞을 수 밖에 없다.

러셀 감독도 조이의 실패와 성공을 늘어지지 않고 타이트하게 잘 묶어내는 연출 솜씨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러셀 감독이 강조한 것은 고통이 삶의 아름다운 순간을 만든다는 생각이다.

조이도 파산 위기에 몰리지 않았다면 극 중 부품 제작자와 담판을 짓거나 QVC에 직접 출연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러셀 감독은 이처럼 고통의 순간이 기쁨의 밑바탕이 되는 것을 인생의 역설이라고 봤다.

조이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은은한 색감이 살아 있어 화질이 좋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를 적절하게 활용해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 준다.

 

부록으로 배우와 감독의 대담, 제작과정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조이를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와 전 남편 역의 에드가 라미레즈. 둘은 프랭크 시나트라와 낸시 시나트라가 부른 'something stupid'를 직접 불렀다. 이 곡을 비롯해 삽입곡들이 좋다.

아버지의 애인 소유에 보트를 탔다가 와인잔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흰 요트 바닥을 걸레질 해야했던 조이는 걸레를 빨다가 깨진 유리컵에 손을 베이면서 기적의 걸레를 발명하게 된다. 인생의 고통이 성공의 밑바탕을 만들어 준 계기가 된 셈이다.

조이는 어려서부터 갖가지 발명을 했다. 특히 그가 발명했으나 미처 특허를 내지 못한 애완동물을 위한 안전 목줄은 바로 이듬해 하츠마운틴이라는 회사에서 같은 제품을 개발해 상품화하기도 했다.

조이의 미라클 몹은 러셀 감독을 비롯해 브래들리 쿠퍼도 어려서 사용했을 만큼 미국에서 아주 많이 팔린 상품이다.

조이는 발명품인 미라클 몹을 팔 기회가 없어서 고생을 했다. 가정용품 상점들은 이름도 없는 여인의 발명품을 쉽게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조이는 길거리 판매를 하다가 경찰에 제품을 압수당하는 등 고생을 했다.

러셀 감독은 직접 조이 망가노를 찾아가 많은 이야기를 나눈 뒤 영화에 이를 녹여냈다.

QVC 채널 운영자로 나온 브래들리 쿠퍼. 그는 제니퍼 로렌스와 여러 편의 영화에서 콤비로 출연했다. 쿠퍼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는 항상 QVC 홈쇼핑을 봤다고 한다.

이 작품의 연출 및 제작을 맡고 각본까지 공동으로 쓴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은 '쓰리킹즈'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아메리칸 허슬' 등의 작품도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로버트 드니로가 조이의 부친으로 나왔고 그의 애인으로 이자벨라 로셀리니가 출연했다.

촬영을 '아메리칸 허슬'을 찍은 라이너스 샌드그렌이 맡았다.

로버트 드니로의 딸인 배우 드레나 드니로(왼쪽)가 QVC의 쇼호스트로 출연. 과거 QVC의 유명 쇼호스트였던 조앤 리버스의 딸인 배우 멜리사 리버스도 어머니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러셀 감독은 눈을 좋아해 이 작품에서도 눈 오는 장면을 여러 군데 집어 넣었다. 촬영 당시 눈이 많이 오기도 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