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의 시작을 알린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은 사실 실패한 작전이었다.
당시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은 미 하와이의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항공모함들을 격멸하기 위해 이 작전을 기안했다.
거함 거포주의가 일본 해군을 지배하던 시절, 야마모토 제독은 항공 전력이 바다에서 승패를 가를 것을 예견하고 미 항공모함을 제 1의 목표로 삼았던 것.
하지만 미 해군의 운이 엄청 좋아서 진주만 기습 당시인 1941년 12월 8일 미 항공모함들은 모두 진주만을 떠난 상태였다.
그래서 작전 종료 후 야마모토 제독은 미 항모가 건재한 것을 알고 "잠자는 거인을 깨웠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어찌됐든 미국으로서는 전쟁에 참여할 명분을 준 절호의 기회가 된 셈이었다.
언제나 '팍스 아메리카나' 선봉에 선 제리 브룩하이머와 마이클 베이 콤비는 이같은 전후 사정을 거두절미하고 전투 장면에만 초점을 맞춰 '진주만'(Pearl Harbor, 2001년)을 미국인들의 영웅담으로 만들었다.
진주만 기습부터 두리틀 중령의 도쿄 폭격까지 참여하는 두 젊은이를 주축으로 '미국 만세' 찬가를 부른 것.
오히려 진주만 기습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기에는 70년에 만든 '도라 도라 도라'가 더 낫다.
그만큼 이 작품은 요란한 기습 장면 등 볼거리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한 여인을 사이에 두고 두 친구가 벌이는 궁색한 러브 스토리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모두 양념에 불과하다.
대신 45분간 이어지는 기습 장면은 마치 폭격 현장에 있는 것처럼 실감나게 재현했다.
하지만 기습 장면을 제외하고는 3시간의 상영 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지는 영화다.
1080p 풀HD의 블루레이 타이틀은 감독판으로 나온 DVD와 달리 극장판이 수록됐다.
상영시간은 4시간에 이르는 감독판보다 1시간이 부족한 3시간을 약간 웃돈다.
영상은 DVD보다는 좋지만 최신판과 비교하면 아쉬운 화질.
근경은 아주 뛰어나지만 원경, 중경의 지글거림이 눈에 띈다.
무압축 방식의 PCM과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아주 좋다.
특히 소리의 이동성이 훌륭해 폭격 장면에서는 현장감이 최고다.
부록으로는 제작과정이 한글 자막과 함께 수록됐으나 DVD에 들어 있던 3개의 음성해설, 히스토리채널의 다큐멘터리 등은 모두 제외됐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감독판 블루레이가 다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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