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셜에서 나온 히치콕 컬렉션 화이트 디지팩에 포함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찢겨진 커튼'(Torn Curtain, 1966년)은 '찢어진 커튼'이 맞다.
우리 말에 없는, 영어의 수동태식 번역으로 잘못 붙인 제목이다.
잘못 번역한 제목 만큼이나 이 작품은 히치콕에게 재앙이었다.
히치콕은 '마니'(http://wolfpack.tistory.com/entry/마니)의 실패 이후 제작사인 유니버셜스튜디오의 주장에 따라 쟁쟁한 스타시스템을 도입해 영화를 만들었지만, 결과는 '마니'보다 더 처참한 실패였다.
내용은 미국의 유명 과학자가 망명을 가장해 동독에 숨어 들어 핵무기 방어시스템 기술을 훔치는 내용으로, 일종의 이중 스파이를 다룬 스파이 스릴러였다.
여기에는 공산주의를 싫어한 히치콕의 시각도 반영됐다.
동독에 살면서 체제를 싫어해 미국행을 꿈꾸는 폴란드 백작부인과 동독사람들의 국외 탈출을 돕는 비밀 지하조직 등은 히치콕의 좌파 혐오증이 반영된 부분들이다.
결국 제목은 냉전 시대의 철의 장막(Iron Curtain)이 '미국식 자유주의' 세력에 의해 찢어지는 것을 말한다.
히치콕이 야심차게 추진한 스파이물이 실패한 이유는 스타 시스템 때문이다.
뮤지컬을 아주 좋아한 히치콕은 줄리 앤드류스를 좋아했지만 이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앤드류스의 인기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유니버셜이 캐스팅을 강하게 밀어 붙였다.
여기에 메소드 연기에 대한 고집이 강했던 폴 뉴먼까지 가세했다.
결국 히치콕은 스타들의 기에 눌려 영화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배우들에게서 관심이 멀어지면서 영화는 키를 잃은 배처럼 표류해 일부 장면을 제외하고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밋밋한 작품이 돼버렸다.
악명 높은 슈타지로 대표되는 동독 비밀경찰의 철통같은 방어망이 비전문가인 과학자 한 사람에게 허술하게 뚫리고, 여자까지 달고 '불이야' 고함 한마디로 동독 비밀경찰들을 피해 달아나는 주인공을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스타들은 기 뿐만 아니라 제작비까지 짓눌렀다.
두 스타에게 지불한 엄청난 출연료 때문에 히치콕은 제작비에 쪼들려 대부분의 장면을 미국과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일부 베를린 거리장면을 제외하고는 미국내 공항과 학교 등을 동독으로 둔갑시켰고, 심지어 베를린국립미술관은 그림으로 그려 넣었다.
이처럼 여러가지 악재가 겹쳐 폴 뉴먼과 줄리 앤드류스라는 스타들이 출연하는데도 불구하고 실망스런 작품이 돼 버렸다.
거장이라고 모두 성공하는 것 만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좋지 않다.
필름의 잡티와 지글거림이 그대로 드러나고 화소가 뭉개지며 링잉 현상이 심각하다.
부록으로 한글 자막이 들어 있는 다큐멘터리와 버나드 허먼의 음악만 모아놓은 영상이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히치콕은 이 작품을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 출신 간첩 5인방으로 유명한 킴 필비 사건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 중에서 특히 필비가 구 소련으로 빼돌린 가이 버제스와 도널드 맥클린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250년 역사를 지닌 코펜하겐의 특급 호텔 당클레테르. 각국 저명인사들이 묵은 곳이다. 뮤지컬을 아주 좋아한 히치콕은 '마이페어레이디'에 나온 줄리 앤드류스에 호감을 가졌으나, 줄리가 나오면 사람들이 노래를 불러주기를 기대할 것이란 생각에 캐스팅에 회의적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히치콕 감독이 호텔 로비에 앉아있는 인물로 카메오 출연. 줄리는 폴 뉴먼보다 많이 받았다.
여주인공의 의상은 변함없이 에디스 헤드가 담당. 이 영화는 히치콕의 50번째 작품이다. 히치콕은 처음에 줄리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쪽을 선호했으나 줄리의 연기가 밋밋하자 변절한 과학자의 아내를 중심으로 흘러간 시나리오를 과학자 중심으로 바꿨다.
주인공을 맡은 폴 뉴먼과 줄리 앤드류스. 카메라를 고정한 채 양 끝에서 배우들만 움직이는 이 장면은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와이드스크린의 장점을 잘 살린 장면.
히치콕은 이 작품을 폴란드에서 찍을 생각이었으나 미국에 있던 폴란드 출신 제작자가 동베를린이 낫다고 제의했다.
히치콕은 관광 영화 찍는 것 처럼 속이고 독일 스탭들에게 동베를린 풍경을 찍도록 했으나, 촬영 상태가 엉망이어서 몇 장면 사용하지 못했다. 그 바람에 베를린국립미술관을 그려 넣었다.
동베를린 교외 농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마릴로 인근에서 촬영. 동베를린의 쇤네펠트 공항 장면은 남캘리포니아의 산페르난도밸리 공항에서, 칼마르크스대학은 남가주대에서 찍었다.
원래 히치콕은 남자 주인공에 케리 그랜트를 섭외했으나, 그랜트의 차기작 출연 때문에 불발됐다.
폴 뉴먼은 처음부터 히치콕의 눈 밖에 났다. 그는 감독이 초대한 저녁 파티에서, 감독이 꼼꼼하게 고른 고급 포도주를 거절하고 맥주를 시켰다. 그것도 캔맥주를 시켜서 잔에 따르지 않고 마셨다.
독일인 경호원을 가스 오븐에 밀어 넣어 가스를 틀어 죽이는 장면은 나치 독일 시절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대한 암시다. 이 영화에서 살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다. 오랜 시간 힘들게 죽이는 모습을 통해 살인이 결코 쉬운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폴 뉴먼은 메소드 연기스타일에 입각해 끊임없이 질문을 해서 감독을 괴롭혔다.
탈출까지 남은 시간을 버스 창에 숫자로 보여주는 독특한 장면. 로널드 레이건은 배우시절 이 영화를 보고, 미사일로 핵미사일을 막는 구상에 감탄해 나중에 대통령이 된 뒤 스타워즈 미사일 방어망을 제안했다.
미술감독은 하인 헥크로스가 맡았다. 그는 1948년 고전발레 '분홍신'을 만들었다.
극중 발레리나를 연기한 타미라 루마노바는 1930~40년대 파리와 뉴욕에서 활동한 유명 발레리나다. 히치콕은 오랜 세월 함께 한 작곡가 버나드 허먼에게 살인 장면 음악을 맡겼으나 마음에 들지 않자 그를 해고하고 존 에디슨에게 곡을 맡겼다. 이후 히치콕과 허먼은 함께 하지 못했다.
히치콕은 등장인물들에 관심을 잃으면서 자잘한 내용에만 집착했다. 그는 주연배우들과 조연진까지 관심에서 밀어냈다. 그나마 히치콕은 '희랍인 조르바'에 나온 폴란드의 쿠친스키 백작부인을 연기한 러시아 출신 프랑스 배우 릴라 케드로바와 가장 사이가 좋았다.
이 작품에서 줄리 앤드류스의 연기는 인상적이지 못하다. 줄리는 역할 비중이 줄어들면서 시나리오를 경멸했고, 폴 뉴먼도 훗날 "편안하지 않은 시나리오였다"고 고백했다. 스웨덴 부두도 캘리포니아의 롱비치 부두를 꾸며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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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 콜렉션 화이트 디지팩 (새 마니 가족 음모 찢어진커튼 토파즈 프렌지 현기증) 7Disc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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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
윤철희 역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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