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천년여우

울프팩 2004. 8. 24. 02:15

천년 묵은 여우가 아니다.
천년의 사랑을 하는 여배우라는 뜻.

요상한 제목의 '천년여우'(千年女優, 2001년)는 '퍼펙트 블루'로 유명한 일본의 곤 사토시(こんさとし)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의 숨겨진 사랑 이야기를 쫓는 다큐멘터리 같은 이야기.

자극적인 '퍼펙트 블루'와 달리 순수한 사랑에 대한 믿음이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퍼펙트 블루'처럼 인물들은 선이 생략됐으면서도 부드럽다.

대체로 동글동글한 만화적인 캐릭터들.
그렇지만 배경이나 소품 등을 보면 얼마나 정교하게 공을 들였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왜색이 짙지만 내용을 떠나 그림 만으로도 간직할 만한 작품.
최근 나온 DVD 타이틀은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의 시원스러운 영상을 보여준다.

화질은 깨끗한 편이며 애니메이션답게 중간색과 현란한 원색이 골고루 잘 살아 있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많이 나타나지 않지만 듣기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저음도 적절하게 울리는 편.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세밀한 선을 생략한 대신 부드럽게 굴려 애니메이션 특유의 곡선을 강조한 캐릭터.
간략한 캐릭터와 달리 나뭇결까지 세밀하게 살린 배경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작품의 진가는 모든 장면, 모든 소품마다 다르게 그린 나뭇결만 봐도 알 수 있다.
강렬한 원색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장면.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사진 기법. 흑백 영상에 인공 착색을 사용했다.
이 작품의 특징인 트릭 아트. 보는 방향에 따라 표정이 다른 느낌을 준다.
중간색도 잘 살아있다.
소녀부터 노인까지 한 여인의 변해 가는 모습을 잘 살린 아름다운 작품. 뒷 배경에 어른거리는 나무 그림자 표현 등 모든 것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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