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이가 사라졌다.
놀란 엄마는 아이를 사방으로 찾아 헤메지만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로부터 한참 지나 경찰이 아이를 찾았다며 나타났다.
그런데, 달려가 만난 아이는 생전 처음 보는 아이다.
경찰은 우격다짐으로 그 사이 아이가 자라 그렇다며 강제로 맡긴다.
낯모를 아이도 천연덕스럽게 엄마라며 따라 붙는다.
하지만 어찌 엄마가 자기 아이를 못알아 보겠는가.
그때부터 엄마는 진짜 자신의 아이를 찾기 위해 기나긴 시간을 부패한 권력을 휘두르는 경찰에 맞서 힘든 싸움을 벌인다.
그 결과, 무섭도록 끔찍한 진실이 드러난다.
참으로 황당하면서도 어이없는 이야기는 놀랍게도 실화다.
1928년 미국에서 전화교환수로 일한 크리스틴 콜린스라는 여성이 겪었던 이야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만든 '체인질링'(Changeling, 2008년)은 여러모로 놀라운 영화다.
우선 충격적인 이야기가 실화라는 점이 놀랍고, 가슴아프게 참혹한 이야기를 스산한 영상에 담아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연출력 또한 놀랍다.
빛바랜 듯 탈색된 영상은 황량한 모래 벌판에 부는 바람처럼 메마르며 건조한 느낌이다.
마치 고통받는 엄마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야기를 밀도있게 끌어간 감독의 연출력과 더불어 안젤리나 졸리 등 배우들의 열연도 보는 이를 영화 속으로 빨아들인다.
그만큼 힘있는 영화다.
배우와 감독으로서 오랜 관록을 자랑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강단있는 얼굴을 닮았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차분한 색감이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영상은 필름의 고운 질감이 잘 살이 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간헐적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은 DVD 타이틀과 동일한 제작 과정과 촬영 뒷이야기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이 작품은 1928년 크리스틴 콜린스가 겪은 실화를 토대로 만들었다. 주인공은 안젤리나 졸리가 맡았다. 힐러리 스웽크와 리즈 위더스푼도 주연을 원했으나 제작자인 론 하워드 감독의 권유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졸리를 택했다.
콜린스의 직업은 매니저급 전화교환수. 당시 미국 교환수들은 롤러스케이트를 신었다. 그때 롤러스케이트는 구두 일체형이 아니라 평상시 신는 신발에 부착하는 방식이었다.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LA타임즈 기자로 근무한 작가 마이클 스트라진스키가 LA 시청에 근무한 취재원이 보여준 자료를 1년 동안 취재해 썼다. 그 자료는 크리스틴 콜린스의 의견을 청취한 시의회 복지부 서류로였다.
영화 속에서 LA 시내를 달리는 전차 장면을 찍기 위해 영화 제작사는 퍼시픽 철도의 빨간 전차 두어대를 직접 만들었다.
영화에 나오는 기차 역은 1916년에 지은 샌버나디노 기차역으로, 촬영 후 2007년 불에 타 무너졌다. 제목인 체인질링은 예쁜 아기를 데려가고 못난 아기를 대신 가져다 놓는 요정들의 장난을 뜻하는 말이다.
크리스틴이 아이를 키웠던 집은 오늘날 고속도로가 됐다. 총괄 제작을 맡은 론 하워드는 처음에 자신이 감독을 맡을 생각이었으나 일정이 겹쳐 포기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1928~30년 LA와 캘리포니아에 살던 소년들의 연쇄 납치 및 살인 사건이었던 와인빌 양계장 사건이다.
당시 LA 경찰은 시민들이 반대 시위를 할 정도로 타락하고 부정부패가 심했다. 사건 조작은 물론이고 항의하는 여성들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감금했다.
삼촌인 고든 노스컷의 살인을 도왔던 13세 소년 샌포드 클락의 뒷이야기는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그는 5년형을 받고 캘리포니아 위티어 소년원에 수감됐으나 23개월로 감형된 뒤 캐나다로 돌아갔다. 그는 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이후 28년간 우체부로 일했다. 결혼해 두 아이를 뒀던 그는 1991년 사망했다.
촬영은 '그랜 토리노' '아버지의 깃발' '밀리언 달러 베이비' 등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를 전문으로 찍은 톰 스턴이 맡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서부극 촬영 경험 때문에 슛 들어갈 때 '액션'을 외치지 않는다. 액션을 외치면 배우들이 긴장해 고삐를 꽉 쥐는 바람에 말들이 놀라 이리저리 흩어진 경험 때문이다.
역시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당시 LAPD 경찰청장이었던 제임스 데이비스는 이 사건 때문에 물러났다가 2년 뒤 다시 청장에 지목돼 1939년까지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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