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는 독특한 줄거리만으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향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갖고 태어난 주인공이 지상 최고의 향을 만들기 위해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내용은 충격적이면서도 신비롭다.
톰 티크베어 감독의 동명 영화(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6년)는 이를 충실하게 영상으로 재현했다.
영화 제작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제작자 번드 아이킨거는 1985년 작품이 출간되자마자 영화화를 위해 쥐스킨트를 찾아가 판권 계약을 시도했으나, 도통 영화화에 관심이 없던 쥐스킨트의 거절로 무산됐다.
이후에도 다른 제작자를 통해 여러 번 영화 제의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쥐스킨트는 번번히 거절했다.
그러기를 15년, 아이킨거의 집요한 설득 끝에 쥐스킨트는 영화화를 허락했다.
그렇게 어렵게 태어난 영화는 작품의 묘미를 충분히 전달한다.
물론 소설처럼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 같은 내면을 묘사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작품이 갖고 있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시각화에는 충분히 성공했다.
특히 발디니의 신비한 향수 가게 풍경, 막판 광장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군중 씬이나 파리의 지저분한 뒷골목 묘사 등은 소설의 표현을 뛰어 넘는다.
남프랑스 근교의 그라스에서 와이드 앵글을 잘 살려 촬영한 수려한 영상과 촛불 조명의 분위기를 비슷하게 재현한 안온한 느낌의 야간 장면 등도 이 작품의 매력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정통 세익스피어극 배우인 벤 위쇼가 병적으로 향에 집착하는 주인공을 맡았고, 대배우인 더스틴 호프만과 앨런 릭맨이 중량급 조연으로 등장해 무게를 더했다.
소설을 아직 읽지 않았다면 원작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소설을 읽었다면, 소설 속 이야기들이 영상으로 어떻게 재현됐는 지 비교하며 볼 만 하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미세한 지글거림이 보이긴 하지만 괜찮은 화질이다.
조명의 한계상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이 묻히는 경향이 있지만 약간 탈색된 듯한 색감을 잘 살렸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브 우퍼와 리어를 잘 활용해 서라운드 효과를 적절하게 살렸다.
부록은 과거 국내 출시된 2장짜리 DVD 타이틀의 두 번째 디스크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아 제작과정, 촬영지, 카메라 워크, 감독과 배우 인터뷰, 시각효과 및 효과음 작업 등 많은 내용이 한글 자막과 함께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C에서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주인공의 탄생에 얽힌 파리의 어시장은 바르셀로나의 고딕지구에서 찍었다. 이 거리에 2.5톤의 생선과 1톤의 고기를 쏟아 부어 찍는 바람에 악취가 진동했다고 한다.
쥐스킨트의 원작 소설은 여러가지 역설을 이야기한다. 밑바닥에서 태어난 소년이 상류층을 매료시킨 최상의 향수를 만들어 내고, 지상에서 가장 황홀한 경험을 하게 해 주는 향기가 살인을 통해 제조되는 비극적 역설이다.
와이드 앵글을 잘 살린 영상은 프랭크 그리브가 찍었다. 그는 '클라우드 아틀라스' '사랑해 파리' '롤라 런' 등을 촬영했다.
쥐스킨트는 5년동안 원작 소설을 썼다.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발디니와 주인공은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와 모짜르트의 관계를 연상케 한다. 살리에리는 훌륭한 작곡가였으나 천재인 모짜르트를 넘지 못했다.
밀로스 포먼, 마틴 스콜세지, 스탠리 큐브릭도 이 작품의 영화화에 관심을 가졌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도 이 작품을 영화로 제작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보랏빛 물결로 넘실대는 라벤더 밭은 16세기부터 향수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남프랑스의 그라스 근교에서 찍었다.
이 작품은 총 6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초기에는 팀 버튼도 감독으로 고려됐다.
실내 장면은 뮌헨의 바바리아 스튜디오에서 촬영.
감독은 런던 극장에서 햄릿을 연기하던 벤 위쇼를 보고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여주인공을 연기한 레이첼 허드우드는 촬영 당시 16세였다. P.J 호건 감독의 '피터 팬'에서 웬디를 연기한 배우다.
처형대 장면은 바르셀로나 광장서 촬영. 음악은 사이먼 래틀 경의 지휘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유럽의 라 푸라 델 바우스 무용단 소속 150명의 무용수들이 광장에서 펼치는 집단 나체 연기를 했다.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은 너르바나의 노래 'scentless apprentica'에 영감을 줬다. 너르바나의 커트 코베인은 주머니에 항상 이 책을 넣고 다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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