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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

울프팩 2016. 4. 10. 10:41

댄 트라첸버그 감독의 '클로버필드 10번지'(10 Cloverfield Lane, 2016년)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을 최고로 끌어 올리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어찌나 이야기가 숨 막히게 진행되는 지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남자 친구와 싸우고 집을 뛰쳐 나간 여주인공이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를 당한 뒤 깨어나 보니 알 수 없는 밀실에 갇혀 있게 된다.

그를 가둔 상대는 세상이 끔찍한 상황을 맞았다며 방공호 같은 지하 대피소가 최고의 피난처라고 강조한다.

 

과연 그의 말은 사실일까.

도대체 바깥 상황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때부터 주인공은 한 공간에 있는 존재들과 고도의 심리전을 치르게 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안팎이 모두 위험한 진퇴양난의 상황을 다루고 있다.

바깥으로 나가자니 무서운 오염물질이 도사리고 있고 안에 숨어 있자니 한 공간에 있는 존재들을 믿을 수 없다.

 

거기에 툭툭 던져지는 단서들을 보면 시종일관 같은 공간의 존재들을 의심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사람의 끊임없는 의심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어떤 점에서는 자신이 속한 사회 조차도 믿지 못하고 심지어 이웃과도 거리를 두고 살 수 밖에 없는 사회에 대한 불신이 엿보인다.

심지어 현대인의 이런 심리를 이용한 종말론 조차도 의심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 트라첸버그 감독의 뛰어난 완급 조절이다.

어느 순간 안심했다 싶으면 새로운 단서를 던져 놓고 일순간의 긴장의 공포 속으로 휘몰아 넣는다.

 

이를 위해 감독은 영화를 퍼즐처럼 구성했다.

작품 속에도 퍼즐을 맞추는 내용이 등장하지만 몇 개의 조각이 빠져서 전체 그림을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퍼즐처럼 미완성의 구성이 관객을 극도의 공포와 불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한 편으로는 연극적인 구성을 채택한 점도 긴장감을 끌어올리는데 한 몫 했다.

폐쇄된 공간에서 소수의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심리전은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따라서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이 관건인데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캐스팅 또한 훌륭하다.

여주인공을 맡은 매력적인 외모의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와 의혹의 남자 존 굿맨, 제 3의 사나이를 연기한 존 갤러거 주니어 등 등장인물들의 연기력이 탄탄했다.

 

여기에 브래들리 쿠퍼도 여주인공의 남자 친구 목소리를 맡아 목소리만 출연한다.

원래 이 작품은 JJ 에이브람스가 2008년 제작한 '클로버필드'의 두 번째 작품으로 구상한 시리즈 연작이다.

 

하지만 전작과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전편을 보지 않았어도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완전 독립된 작품처럼 진행된다.

 

JJ 에이브람스는 세 번째 시리즈를 제작해 내년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작품이 워낙 훌륭해서 다음 작품도 절로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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