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후반 KBS2 TV의 인기 코미디프로가 있었다.
바로 '쇼 비디오자키'다.
유명 DJ 김광한이 진행을 맡은 이 프로그램의 오프닝은 생전 처음보는 요란한 컴퓨터그래픽 화면이었다.
듣도보도못한 컴퓨터캐릭터가 빛으로 된 도형을 만들며 질주하는 인트로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화면이 바로 디즈니가 1982년에 개봉했던 영화 '트론'이었다.
저작권이 없던 시절이고, 트론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라 자신있게 갖다 쓴 모양이다.
당시 트론이 가져다 준 충격은 대단했다.
사람이 컴퓨터 프로그램 속에 뛰어들어 프로그램과 싸움을 벌인다는 발상부터 획기적이었고,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컴퓨터 화면같은 매끈한 그림은 기존 영상을 송두리째 뒤엎는 이미지의 전복이었다.
하지만 흥행에는 그다지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지나치게 실험적이었던 구성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컸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나 디즈니는 트론을 다시 들고 나타났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만든 '트론 : 새로운 시작'(2010년)은 아들이 원조 트론의 주인공이었던 아버지를 찾아 컴퓨터 게임 속 세계로 뛰어드는 내용이다.
그러나 28년 동안 세상이 진일보한 만큼 더 이상 이런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 될 수 없다.
어쩌면 그 이상을 기대하는 관객 앞에서 제작진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이미지의 향연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원작에서 진일보하지 못했다.
물론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더 발달한 만큼 이미지는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고 경이로운 그림을 보여주지만 발상은 모두 원조 트론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굳이 험하게 표현하자면 빛바랜 원조의 아우라에 화려하게 덧칠을 한 느낌이다.
결국 디즈니가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28년 만에 선보인 속편은 지리한 이야기 속에 화려한 비주얼을 폭죽처럼 터뜨리며 침몰해 버렸다.
1080p 풀HD의 2.35 대 1과 1.78 대 1 화면비가 섞인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훌륭하다.
색감이 화려하고 디테일이 뛰어나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또한 저음이 박력있고 웅장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캐스팅, 비주얼 작업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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