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 에이브러햄슨(Lenny Abrahamson) 감독이 만든 '프랭크'(Frank, 2014년)는 소론프르프브스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밴드의 이야기를 다룬 슬픈 코미디다.
웃긴 장면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안타까움을 유발한다.
밴드의 중심인물 프랭크(마이클 패스벤더 Michael Fassbender)는 독특하다.
자신의 얼굴을 숨긴 채 아주 커다란 탈을 쓰고 노래한다.
마치 복면가왕처럼 얼굴을 가려야만 자신 있게 행동하고 제대로 능력을 보여준다.
무대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탈을 쓰고 산다.
음식은 빨아먹을 수 있는 유동식 위주로 먹고, 잘 때도 커다란 탈을 쓰고 잠든다.
프랭크에게 탈은 곧 얼굴이다.
이 밴드에 어느 날 키보드를 연주하는 존(돔놀 글리슨 Domhnall Gleeson)이 들어오면서 밴드에 균열이 일어난다.
다른 멤버들은 늘 하던 애시드 록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며 소소하게 살고 싶어 하지만 존은 그렇지 않다.
밴드와 함께 무대에 서면서 성공에 대한 욕심이 조금씩 생긴다.
결국 존의 생각처럼 성공을 향할 것이냐, 아니면 그저 그런 밴드로 남아도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할 것이냐로 멤버들은 갈등한다.
이를 통해 감독이 말하는 것은 행복한 실패다.
프랭크와 그의 밴드는 비록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을 하지 못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삶을 추구한다.
과연 세속적 성공만이 진정한 행복이냐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속된 기준으로 봤을 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삶이라도 스스로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이 진정한 성공 아니겠냐는 반문이다.
에이브러햄슨 감독은 이 과정을 소소한 에피소드가 엮인 잔잔한 이야기로 풀어내지만 종장에 가서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래서 녹음을 위해 숲 속 오두막에 들어간 밴드 멤버들이 벌이는 갖가지 기행들은 작은 웃음을 유발하지만 결말을 향해 다가갈수록 못내 인물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애잔한 마음이 드는 영화다.
프랭크를 비롯해 영화의 소재가 된 이야기는 놀랍게도 실존 인물에서 따왔다.
영국의 코미디언 크리스 시비는 '더 프레시스'(The Freshies)라는 밴드를 만들어 프랭크 사이드바텀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다.
밴드에서 보컬을 맡았던 그는 영화처럼 커다란 탈을 쓰고 노래를 불렀다.
이를 재미있게 본 시나리오 작가 론 존슨이 사이드바텀의 전기를 쓰면서 영화의 소재가 됐다.
언뜻보면 기이하고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무조건 코미디라고 볼 수만은 없는 우스우면서도 슬픈 양가적 감정을 갖게 만드는 기묘한 영화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우수하다.
부드러운 영상과 따뜻한 색감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그렇게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의 음성해설, 대본 작가들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사운드 설명, 삭제 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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