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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나바론 요새(4K)

울프팩 2021. 11. 28. 14:21

J 리 톰슨(J. Lee Thompson) 감독의 '나바론 요새'(The Guns Of Navarone, 1961년)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연합군의 특공작전을 다룬 전쟁영화다.

그리스 인근 섬에 고립된 영국군을 구출하기 위해 연합군 특공대가 독일군이 나바론섬 요새에 설치한 거대한 대포를 폭파하는 이야기다.

 

원작은 알리스테어 맥클린이 쓴 소설이다.

실화는 아니고 유사한 특공작전에서 영감을 얻어 쓴 허구다.

 

나름 전쟁영화의 고전처럼 평가받는 작품인데,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은 고인이 된 대스타들이 줄줄이 출연했기 때문이다.

2003년 세상을 뜬 '백경'과 '오멘' '로마의 휴일'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의 명배우 그레고리 펙(Gregory Peck)이 특공대장 격인 맬러리 대위를 연기했고, 2001년 고인이 된 '희랍인 조르바'와 '길'로 유명한 앤소니 퀸(Anthony Quinn)이 그리스 레지스탕스의 로스 대령을 맡았다.

 

여기에 1983년 망자가 된 '북경의 55일' '핑크팬더' 시리즈로 낯익은 데이비드 니븐(David Niven)이 특공대원으로, 'Z' '희랍인 조르바'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그리스의 명 여배우 이렌느 파파스(Irene Papas)가 그리스 레지스탕스 대원으로 출연했다.

이처럼 이 작품은 쟁쟁한 스타들의 한창때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전쟁영화로서의 완성도나 재미는 떨어지는 편이다.

2시간 36분의 이르는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전투 장면이 많이 등장하지 않고 긴박감도 떨어진다.

 

특히 독일군이 어설픈 속임수에 넘어가면서 한창 고조돼야 할 클라이맥스의 긴장감이 약해졌다.

오히려 인물들 간에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이 더 높은 편인데, 그런 점에서 보면 전쟁물보다 추리극에 가까운 편이다.

 

전투 장면은 워낙 오래전 작품인 만큼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이 잘 발달한 요즘 영화와 비교하면 안 된다.

막판 요새 폭파 장면 등 여러 가지가 어설픈데 60년 전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봐야 한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으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오래된 영화인 만큼 뛰어난 화질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지글거림이 보이는 등 화면이 거칠고 샤프니스의 척도인 윤곽선이 두껍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의외로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묵직하게 울리는 대포 소리가 위력적이며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도 잘 살아있다.

부록으로 영화학자의 음성해설, 감독 해설, 세트 설명, 특수효과와 음악, 제작과정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는데 허망하게도 한글 자막이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4K 타이틀은 인터미션 유무를 시작할 때 선택할 수 있다.
앤소니 퀸이 전직 그리스군 대령으로 출연해 특유의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다.
프랭클린 소령을 연기한 앤소니 퀘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고슬라비아에서 영국 특수부대 SOE 소속으로 종군했다. 당시 티토의 빨치산 조직을 돕는 역할을 했다.
원작자는 도데카니사 전투를 바탕으로 소설을 구상했다.
도데카니사 전투는 그리스 도데카니사 제도를 점령한 이탈리아 괴뢰 정부인 살로공화국과 나치를 몰아내기 위해 연합군이 벌였던 상륙작전이다.
잘 생긴 그레고리 펙이 특공대를 지휘하는 맬러리 대위 역할로 등장.
음악은 디미트리 티옴킨이 맡았다. J 리 톰슨 감독은 율 브린너 주연의 '대장 부리바', 그레고리 펙이 나온 '맥켄나의 황금'과 '케이프 피어' 등을 연출했다.
앤소니 퀘일이 연기한 프랭클린 소령은 영화와 달리 원작소설에서 중간에 절벽을 오르다가 떨어져 죽는다. 그를 대신해 다른 장교가 특공대를 지휘한다.
연합군은 도데카니사 제도에 상륙해 전투를 벌였으나 많은 사상자를 내고 철수했다. 그 바람에 독일과 살로공화국에 협력하지 않았던 이탈리아군 지휘관 캄피오니 제독은 포로가 돼 처형당했고, 도데카니사 제도는 종전때까지 독일군이 지배했다.
원래 주인공 역할로 윌리엄 홀든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출연료 때문에 틀어져 그레고리 펙으로 바뀌었다. 데이비드 니븐은 유약한 이미지 때문에 전쟁영화에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으나 '북경의 55일' '바다의 늑대들' '아테네 탈출' 등 여러 전쟁액션물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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