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애니메이션 '루카'(Luca, 2021년)는 보고 나면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다.
감독이 나고 자란 이탈리아의 친퀘테레 풍경을 어찌나 아름답게 묘사했는지 보고 있으면 가슴이 설렌다.
바닷가 언덕을 따라 형형색색으로 늘어선 집들과 지중해의 햇살을 머금고 있는 투명한 물빛, 바람에 흔들리는 빨래까지 친퀘테레의 아름다운 풍광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자갈이 깔린 해변과 물, 하늘거리는 풀 등을 보면 그림 같지 않고 실제 같다.
여기에 자연스러운 색감까지 더해져 컴퓨터 그래픽인데도 마치 손으로 그린 그림 같다.
이런 느낌은 일본 산세를 배경으로 잘 살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같다.
아닌 게 아니라 카사로사 감독은 어려서 좋아한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은 캐릭터는 서구적이면서 배경 그림은 하야오의 저패니메이션 같은 하이브리드 느낌이 난다.
내용은 뜻밖에도 바다 괴물 이야기다.
괴물 이야기라면 아름다운 풍광과 맞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잘 어울린다.
등장하는 괴물이 배를 때려 부수는 거대한 문어 같은 크라켄이 아니라 지중해 풍광과 잘 어울리는 동화 속 요정 같은 귀여운 괴물들이다.
이들은 물이 묻으면 본래 괴물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만 뭍에서는 사람처럼 변한다.
덕분에 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이들은 꿈에 그리던 스쿠터를 사고 싶어 마을 소녀와 함께 일종의 철인 3종 경기 대회에 나간다.
이 과정에서 같은 목적을 지닌 괴물들과 소녀는 우정을 다지게 된다.
사람과 괴물이 공존하는 영화 속 풍경은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섞여 살아가는 세상을 풍자하고 있다.
세상 곳곳에는 다른 겉모습 때문에 괴물 취급받는 이방인들이 많다.
당장 우리 사회만 해도 공장과 농촌, 건설현장 등 곳곳에 그들이 없다면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감독이 강조하는 것은 결코 다른 겉모습 때문에 남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종 차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비록 거창한 메시지와 교훈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그림과 동화처럼 따뜻한 이야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훌륭하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색감이 찬란하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절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하지만 디즈니 타이틀 특유의 고질적 문제인 음량이 작다.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캐릭터 설명, 삭제 장면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은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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