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는 미국이나 우리나 포크음악의 시대였다.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우리 대중문화는 1960년대 쎄시봉을 중심으로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등 포크 가수들이 주류를 이루며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도 마찬가지.
밥 딜런으로 대표되는 미국 포크음악은 존 바에즈, 피터 폴 앤 메리를 거쳐 사이먼 앤 가펑클까지 미국의 서정적인 감성을 대변했다.
조엘과 에단 등 코엔 형제가 이번에는 1960년대 포크 음악에 꽂혔다.
그들이 만든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 2013년)은 밥 딜런이 등장하기 전인 1960년대 미국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불운한 포크 가수의 삶을 다뤘다.
카페를 전전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포크 가수 르윈(오스카 아이삭)은 불투명한 미래 못지않게 매사가 꼬인다.
클럽에서 노래를 마치가 퇴근하다가 모르는 남자에게 두들겨 맞고, 얼결에 하룻밤을 같이 보낸 친구의 아내가 덜컥 네 아이를 임신했다며 찾아온다.
그렇게 엉망진창이 된 일상 속에서 르윈은 어렵게 꼬인 일들을 무사히 해결하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여전히 클럽에서 기타를 들고 노래하며 내일이 어찌 될지 모르는 불안한 무명 가수의 나날을 보낸다.
코엔 형제는 언뜻 보면 불운하고 암담한 무명 가수의 삶을 슬프면서도 웃긴 블랙 코미디 스타일로 잘 그렸다.
이를 통해 1960년대 포크 음악의 정서와 남루한 무명 가수가 들려주는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기약 없는 희망과 근거 없는 낙관으로 살아가는 르윈의 모습 속에는 비단 1960년대 무명 가수의 모습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는 일과 시대만 다를 뿐 쳇바퀴 돌듯 변함없이 힘든 하루를 보내는 현대인의 삶도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시공간을 넘어 1960년대 르윈의 모습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관객들은 조근조근 낮게 깔리는 그의 노래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위안을 받는다.
여기에는 실제 포크가수의 다큐를 보는 것처럼 르윈의 생활을 생생하게 연기한 오스카 아이삭의 뛰어난 연기가 한몫했다.
줄리어드 출신답게 아이삭은 직접 기타를 치며 'Hang Me, Oh Hang me' 등 극 중의 모든 노래를 불렀다.
가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그의 노래 솜씨는 훌륭했다.
더불어 극 중 가수 역할로 나온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노래와 연기도 좋았다.
그는 시침 뚝 떼고 포크 가수 역으로 등장해 '500 miles' 'Please Mr Kennedy' 등 몇 곡을 노래했다.
안개 낀 것처럼 탈색된 듯한 색감의 영상도 1960년대 감성을 잘 전달했다.
아련한 느낌의 영상은 '아멜리에'와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사랑해 파리' '인게이지먼트' 등을 찍은 브루노 델보넬이 촬영했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전반적으로 화질이 좋다.
의도적으로 조명을 약하게 사용해 윤곽선을 부드럽게 처리한 영상은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부분이 예리하지 못해 불만일 수도 있으나 마치 오래전 필름으로 찍은 사진처럼 1960년대 시대의 느낌을 되살리는데 적절해 보인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요란하지 않고 편안하면서도 안온하다.
전쟁영화나 액션 영화처럼 그렇게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며 역시 영화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은은한 느낌을 준다.
부록으로 제작과정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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