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王家卫) 감독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열혈남아'와 '화양연화'다.
'열혈남아'가 그의 패기를 느낄 수 있는 독보적 작품이라면 '화양연화'는 명품처럼 빛나는 걸작이다.
'화양연화'(花樣年華, 2000년)는 극장 개봉 당시 지루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 영화는 상당히 느리다.
1시간 30분이라는 길지 않은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여러 장면이 슬로 모션과 정지 화면에 가까운 클로즈업으로 흘러간다.
왕 감독은 이처럼 느린 영상을 통해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표현했다.
미국의 명가 크라이테리언 DVD를 리핑한 게 아닐까 싶은 국내 출시판은 화질 좋은 프로젝터로 보면 아련한 색감과 곱디고운 필름 입자가 그대로 느껴져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살린다.
여기에 시게루 우메바야시의 음악이 가슴을 아프게 때린다.
최근 다시 나온 FE판 DVD 타이틀은 디지팩 케이스 외에 영상, 음향, 부록 등이 기존 틴 케이스판과 달라진 것이 없다.
기존 틴 케이스판도 화질과 음향이 괜찮았던 만큼 더 이상 개선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DVD 타이틀은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과 돌비디지털 5.0 음향을 지원한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만큼 2번째 부록에 음성해설이 가미된 삭제장면, 작품 제작 의도를 알 수 있는 왕가위 감독의 인터뷰와 제작과정이 들어 있다.
특히 편집으로 잘려나간 '펄프픽션'을 그대로 흉내 낸 장만옥과 양조위의 속옷바람 댄싱을 볼 수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