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황금광시대

울프팩 2013. 1. 16. 22:48
1923년 어느 날, 찰리 채플린은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영화사를 함께 만든 배우 더글라스 페어뱅크스와 메리 픽포드 부부의 집에 놀러 갔다.
그곳에서 그는 사진을 입체로 보여주는 아이들 장난감 같은 장치를 들여다 봤다.

그때 본 사진이 1896년 알래스카와 캐나다 유콘 강 유역의 금광으로 유명한 클론다이크 사진이었다.
금을 찾아 얼어붙은 칠쿠트 고개를 넘는 사람들의 긴 행렬은 골드러시라는 말을 낳았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채플린은 번쩍 영감이 떠올랐다.
당시 '키드'를 능가하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그 사진을 보며 책에서 읽은 조지 도너의 일화를 떠올렸다.

1846년 89명의 사람을 이끌고 캘리포니아로 향하던 조지 도너는 미국 네바다주 타호 호수 근처의 눈덮인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조난을 당했다.
그 곳에서 구두를 삶아먹고 죽은 동료의 시체를 먹으며 버틴 도너 일행은 44명이 죽고 45명이 살아 남았다.

채플린은 이 이야기를 코미디로 승화시켰다.
평소 사람들의 비극이 역설적이게도 웃음을 자아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그는 굶주림과 고통 속에서 웃음을 찾아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작품이 바로 채플린의 걸작 무성영화 '황금광시대'(The Gold Rush, 1925년)다.
채플린은 언제나 그렇듯 이 작품에서도 주연 감독 각본 작곡 촬영까지 혼자서 1인 다역을 했다.

떠돌이가 산 속을 헤매다 금광을 찾은 사람을 도와주면서 사랑도 찾고 부자가 되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구성이 뛰어나다.

아슬아슬한 상황을 만들어 긴장과 웃음을 주면서 그 속에서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까지 풀어낸다.
새삼 채플린의 놀라운 스토리 텔링 능력에 거듭 감탄하게 된다.

특히 채플린은 대본을 촬영 전에 쓰지 않기로 유명하다.
무조건 떠오르는 에피소드를 찍으면서 이야기를 만드는 식인데, 그러면서도 이야기의 완결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천재적인 창작 능력을 타고 났다고 봐야겠다.

아이디어 못지 않게 채플린의 연기도 뛰어나다.
구두를 아주 맛있게 삶아먹는 장면이나 유명한 빵 춤 등을 보면 거듭 그의 연기에 탄복하게 된다.

말년에 채플린은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할 만한 작품으로 이 영화를 꼽았다.
그만큼 위대한 천재의 놀라운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예전 워너브라더스에서 나온 채플린콜렉션 볼륨 1에 포함된 이 작품의 DVD 타이틀은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은 색상 톤이 일정하지 않고 자주 변하지만, 리마스터링이 잘돼서 80여년 전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괜찮은 편이다.

참고로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DVD 타이틀은 채플린이 음악을 다시 입힌 1942년 판본을 담았다.
1942년판은 오리지널판의 자막 대신 채플린이 육성으로 직접 녹음한 내레이션이 들어 있고, 마지막 엔딩에서 여주인공 조지아 헤일과 키스하는 장면을 잘라냈다.

그러나 아쉬워 할 필요가 없는 게, 두 번째 디스크에 1925년 오리지널판도 함께 들어 있다.
부록으로 제작배경, 이 작품이 미친 영향, 배우 인터뷰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수록됐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을 유명하게 만든 구두를 삶아먹는 장면. 실제 조지 도너의 일화에서 따온 에피소드다.
사람들이 눈길을 뚫고 산을 넘는 장면은 실제 조지 도너가 조난당한 근처의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2주간 현지 촬영했다. 이를 위해 채플린은 새크라멘토에서 600명의 부랑자를 데려왔다.
굶주림이 고통이자 웃음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장면. 마치 구두 끈을 스파게티 먹듯 어찌나 맛있게 먹는 지, 실제 구두가 맛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굶주림 때문에 채플린이 닭으로 보이는 환영 장면은 조지 도너 일행이 죽은 동료들의 시신을 먹은 사건에서 따왔다. 커다란 닭으로 분장하고 정말 닭처럼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것도 채플린이다.
원래 이 작품의 여주인공은 채플린의 두 번째 부인이 된 리타 그레이였다. 채플린은 '키드'의 아역배우 오디션때 리타 그레이를 눈여겨 보고 천사 역할을 맡겼었다. '키드' 촬영이 끝난 뒤 학교로 돌아간 리타는 촬영장에 놀러갔다가 다시 채플린을 만나 이 작품의 출연 계약을 맺었다.
그때 리타는 릴리타 맥머레이라는 본명을 리타 그레이로 고치고 여주인공 역할을 맡아 촬영하던 중 채플린과 눈이 맞아 촬영 6개월째 그의 아이를 갖게 됐다. 할 수 없이 채플린은 만 16세가 채 안된 리타와 두 번째 결혼을 했다. 리타는 찰스와 시드니 두 아들을 낳은 뒤 2년 만에 이혼했다.
리타의 임신으로 조지아 헤일이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다시 촬영했다. 채플린은 촬영을 하면서 조자이에게도 연정을 품었다.
유명한 빵으로 춤을 추는 장면. 당시 관객들이 어찌나 좋아했는 지, 극장에서 상영을 잠시 멈추고 이 장면을 한 번 더 보여줄 정도였다. 원래 빵 춤은 채플린이 패티 아버클과 함께 일하던 시절 착안했다. 이를 아버클이 1917년 무성영화 '러프 하우스'에 먼저 써먹었으나, 채플린이 훨씬 더 맛깔스럽게 살렸다.
벼랑 끝에 절묘하게 매달린 집은 모형이다. 채플린은 이 영화를 위해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소금과 밀가루 등을 동원해 실감나는 눈 덮인 산 세트를 만들었다.
채플린은 오프닝 장면을 찍기 위해 해발 3,300미터 높이에 위치한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700미터 길이의 계곡을 따라 길까지 뚫었다.
오리지널 판본에는 조지아 헤일과 계단을 올라가 키스하는 장면이 있다. 당시 채플린은 필요 이상으로 키스를 오랜 시간했고 여러번 되풀이 촬영해 조지아 헤일에게 다른 마음을 먹고 있는 사실을 들켰다. 채플린은 1942년판을 내놓을 때 개인적인 감정 때문인 지 엔딩에서 조지아 헤일과 키스 장면을 잘라냈다.
찰리 채플린 박스세트 1 (8 disc)
찰리 채플린 감독
찰리 채플린,나의 자서전
찰리 채플린 저/이현 역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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