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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300(4K 블루레이)

울프팩 2020. 10. 15. 16:51


황갈색 근육이 물결친다.

난분분, 그 사이로 꽃잎처럼 붉은 피가 어지럽게 흩날린다.

잭 스나이더(Zack Snyder) 감독의 '300'(2006년)은 테르모필레 전투를 처절하고 아름다운 영상시로 바꿔놓았다.

프랭크 밀러(Frank Miller)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BC 480년 그리스를 침공한 수 만명의 페르시아 군대에 맞서 싸운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들 이야기다.

'씬시티'에서 보여줬듯이 프랭크 밀러의 세계는 어둡고 거칠며 우울하다.
불의와 악이 용광로처럼 들끓는 어둠의 세계에서 섬광처럼 번뜩이는 잔혹한 폭력은 유일한 구원이다.

'300'도 예외가 아니다.
조국을 위해 창을 든 스파르타인들의 싸움은 잔혹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승리만이 유일한 살 길이기에, 그들의 싸움은 더 할 수 없이 비정하며 소름끼칠만큼 잔인하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극한의 마초이즘으로 점철된 원작 만화를 살아 움직이는 영상으로 바꿔놓았다.


그는 '새벽의 저주'에서 보여줬듯이 스피디한 오락물에 일가견이 있다.
이번 작품도 보는 사람을 흥분시킬 만큼 격정적이며 역동적이다.

프랭크 밀러가 그랬듯이, 잭 스나이더도 오직 남성들의 군무같은 전투를 건조하게 표현했다.
오히려 그 담백함이, 극한의 마초이즘이 아름답다.


'씬시티'에 이어 프랭크 밀러의 이름값을 드높인 훌륭한 오락물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흑백 같은 단색조 화면에 방점처럼 찍힌 강렬한 붉은색의 색감이 잘 살아 있다.


일부러 강조한 거친 질감의 디더링이 나타나는 가운데 디테일 또한 섬세하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웅장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채널별로 효과음이 풍성하게 쏟아지고 저음도 묵직하다.

일반 블루레이에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과 추가 장면, 비하인드 스토리와 삭제 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어린 레오니다스 왕으로 나온 아이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아들 일라이다. 격투 훈련 중 입술을 훔치는 동작 등은 감독이 이소룡을 따라하도록 시켰다.

소년과 맞닥뜨린 늑대는 기계로 만든 가짜 늑대를 이용해 촬영한 뒤 컴퓨터그래픽을 입혔다.

스파르타의 남자아이들은 7세때부터 전투훈련을 받는다. '아고개'로 불리는 이 교육과정은 싸움 뿐만 아니라 노래와 춤, 수학, 철학 등이 포함됐다.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이 거대한 늑대를 죽이고 귀환해 왕이 되는 대목은 프랭크 밀러의 창작이다. 레오니다스왕은 이복 형이 미쳐서 자살한 뒤 왕위에 앉게됐다.

레오니다스 왕이 페르시아의 사자들을 죽이는 대목도 프랭크 밀러가 끼워넣은 것. 스파르타인들이 페르시아의 사자를 죽인 이야기는 테르모필레 전투보다 10년쯤 전에 일어난 일이다.

신탁을 얻기 위해 환각제에 취해 춤추는 무녀. 수중탱크에서 촬영. 영화와 달리 신탁은 늙은 여인들이었으며, 처녀옷을 입고 살았다. 그들은 사리풀과 월계수 씨앗을 태운 향으로 환각에 빠졌다.

신들의 축제를 중요하게 생각한 스파르타인들은 축제 개최 때문에 마라톤 전투에 나서지 못했다.

페르시아 군대의 만행. 시체를 꿴 인간 나무는 제작진 가운데 한 사람이 발칸전쟁때 본 실화를 영상화한 것.

폭풍을 만나 침몰하는 페르시아 전함들. 프랭크 밀러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토대로 이 작품을 그렸다.

싸움을 최고의 덕목으로 꼽았던 스파르타인들은 스스로 헤라클레스의 자손이라고 생각했다.

스파르타인들이 싸움에 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전투훈련만 하고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않았기 때문. 생산은 25만명의 농노인 헤일로타이가 담당. 모든 스파르타인들은 평균 15명의 노예가 있었다.

곱사등이로 나오는 그리스인 에피알테스는 실제로는 양치기였다. 그는 페르시아에 투항해 스파르타군의 배후를 칠 수 있는 샛길을 알려주고 돈을 받은 매국노였다. 곱사등이로 그린 것은 프랭크 밀러 생각이다.

스파르타인들끼리는 서로를 '호모이오이'(동지, 동료)로 생각하며 철저한 평등 관계를 유지했다.

스파르타군의 방진은 전설이다. 방패로 왼쪽 병사를 가린채 4각형이 돼서 한 무더기로 움직이면 절대 뚫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테르모필레 협곡 전투는 3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촬영. 3대의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후반 작업때 속도와 앵글, 거리를 달리해 부드러우면서도 역동적인 독특한 전투 장면을 만들었다.

촬영은 '왓치맨' '써커펀치' 등을 찍은 래리 퐁이 맡았다.

대부분의 장면은 스튜디오 촬영. 커다란 그린 매트와 스크린 앞에서 액션을 한 뒤 컴퓨터 그래픽으로 배경을 그려넣었다.

스파르타인들은 근접전을 좋아해서 화살을 싫어했다.

전장인 테르모필레는 그리스어로 뜨거운 문이라는 뜻.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는 로드리고 산토로가 연기. 그는 흑인이 아닌 '러브 액츄얼리'에 나온 백인배우다. 이 역할을 위해 머리도 깎고 검은 동자가 커보이도록 콘택트렌즈를 꼈다.

길이가 수백미터에 불과한 테르모필레 협곡은 끝이 바다로 뚝 떨어지는 절벽이다. 따라서 이곳을 막으면 무려 650km를 우회해야 그리스로 들어갈 수 있었다.

페르시아군의 특공대였던 임모탈. 똑같은 차림과 외모의 군사가 자꾸 튀어나오다보니 그리스인들은 이를 영혼이 되살아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임모탈이라고 불렀다.

코뿔소 또한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임모탈은 약 1만명 정도로 구성됐으나, 실제 싸움실력은 스파르타인만 못했다.

배우들이 들었던 커다란 방패는 플라스틱이었으며 창 날은 고무였다.

스파르타인들은 실제로 갑옷을 착용하지 않았다. 민첩하고 효율적인 싸움을 위해서다.

자신을 조롱한 의원을 죽이는 고르고 왕비. 스파르타 여인들은 실제로 섹스를 무기로 사용했다. 정치적 비밀을 알아내려고 동침하는 일이 흔했다.

테르모필레 전투는 스파르타군이 졌으나 도덕적 전투로 평가돼 전설로 남았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프랭크 밀러의 만화가 갖고 있는 질감을 살리기 위해 크러쉬 기법이라는 색조절 방법을 고안했다. 이 기법은 명암비를 바꿔서 색의 순도를 조절하는 방법이다.

스파르타는 공산주의의 원형을 가진 도시 국가였다. 시민은 모두가 동등했으며 재산을 공동분배했다.

레오니다스 왕을 연기한 제라드 버틀러. 레오니다스는 사자의 자손이란 뜻.

크세르크세스 왕은 전투가 끝난 뒤 레오니다스 왕의 머리를 잘라 막대에 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인들은 그를 여전히 두려워했다.

스파르타인들은 1년 뒤 플라테아 전투에서 페르시아군을 무찌르고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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