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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트루먼쇼(블루레이)

울프팩 2020. 11. 7. 13:51

가을 날씨처럼 항상 푸르고 맑은 하늘 아래 하얀 집들이 그림엽서처럼 늘어선 마을.
더 할 수 없이 평화로운 풍경 속에 사람들은 언제나 즐겁고 유쾌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피터 위어(Peter Weir) 감독이 만든 수작 '트루먼쇼'(The Truman Show, 1998년)는 무서운 영화다.

트루먼(짐 캐리 Jim Carrey)이라는 한 사람의 일생을 탄생부터 죽음까지 당사자가 모르는 거대한 도시 크기의 세트 속에 가둬놓고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진정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이지만 실상은 한사람의 일생을 통째로 매스미디어의 실험대상이자 오락거리로 삼는 가공할 이야기다.

한 사람의 프로듀서(에드 해리스 Ed Harris)에 의해 타인의 인생이 속속들이 카메라 앞에 까발려지며 좌지우지 되는 셈이다.
어찌 영화 속 이야기라고만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SNS와 인터넷, 수 많은 매스미디어와 정부 기관에 의해 도처에서 알게 모르게 트루먼쇼가 실제로 벌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얼마전 미국 정보기관이 구글 페이스북 등 포털 및 SNS를 통해 몰래 개인 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폭로됐다.


뿐만 아니라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도처에 CCTV가 눈을 번뜩이고 있다.
피터 위어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관음증이나 다름없는 매스미디어의 속성과 부작용을 고발하고 있다.

정보 전달은 긍정적인 기능이지만 사생활 침해와 시청률 때문에 선정성 위주로 흐르는 내용들은 매스미디어의 역기능이다.
문제는 영화 속 트루먼의 인생을 30년이나 TV 쇼로 지켜 본 사람들이다.


비단 매스미디어와 이런 프로그램을 만든 프로듀서만 욕할 게 아니라 여기 호응하며 즐거워 한 시청자들도 공범인 셈이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진짜 무서운 이야기는 삭제장면에 숨어 있다.

제작진이 방송을 의논하는 내용인데, 트루먼의 2세를 낳아 트루먼이 죽고 나서도 방송을 계속 이어가는 방안을 논의한다.
대를 이어 프로그램의 노예로 만들겠다는 얘기인데,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무겁고 무서운 이야기를 눈을 떼지 못하고 보게 만드는 힘은 전적으로 피터 위어 감독의 뛰어난 연출 덕분이다.
트루먼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추리소설처럼 차분하고 깔끔한 영상으로 구성해 이야기와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코믹 연기에서 벗어나 정극에 도전장을 던진 짐 캐리의 연기도 좋았다.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오리지널 극본을 쓴 앤드류 니콜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을 만큼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시나리오를 쓴 니콜은 또다른 SF 명작 '가타카'를 쓴 인물이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평범한 화질이다.


디더링이 두드러지고 윤곽선이 두터운 편이어서 화질이 좋다고 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DVD 타이틀보다는 개선됐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간헐적인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간간히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여러 채널에서 부드럽게 흘러 나온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특수효과, 삭제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짐 캐리는 코미디 연기에서 벗어나 정극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 위해 이 작품을 선택했고, 훌륭하게 성공했다.

극 중 방송 제작진이 만든 시헤이븐이라는 가상의 마을 풍경은 실제로 플로리다에 존재하는 시사이드 마을에서 촬영했다.

10만여평 규모의 땅에 400채 집들로 구성된 시사이드 마을은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처음에는 영화 촬영에 반대했다.

제작진은 건물을 10m 이상 지을 수 없는 마을 규정 때문에 트루먼 사무실 등 일부 필요한 임시 건물을 1층만 세운 뒤 2층 이상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 넣었다.

원래 앤드류 니콜의 시나리오는 뉴욕을 배경으로한 어둡고 무거운 내용이었으나 피터 위어 감독이 밝게 고쳤다. 영화에 보이는 강은 CG로 만든 것.

처음에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마을을 세트로 만들었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여러군데 헌팅을 한 끝에 플로리다의 시사이드 마을을 찾아냈다.

원래 프로듀서 역할로 데니스 호퍼가 섭외됐으나 첫 날 촬영 후 그만둬 에드 해리스가 맡았다. 제작진은 데니스 호퍼가 배역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로라 린니가 연기한 트루먼 부인 역할로 아나벨라 시오라도 물망에 올랐다.린니는 광고 장면에서 1940년대 시어스백화점 카탈로그에 나온 모델들의 움직임을 흉내냈다.

피터 위어 감독은 에드 해리스가 배역을 이해하도록 프로듀서의 일생을 10페이지 분량의 대본으로 만들어 줬다. 에드 해리스는 내면의 상처를 표현하기 위해 곱사등이 설정을 제안했으나 감독이 반대했다.

극 중 나오는 수 km 길이의 작은 도시를 방불케 하는 돔 세트는 CG로 만들었다.

피터 위어 감독은 TV쇼 느낌을 살리기 위해 4 대 3에 가까운 1.66 대 1 화면비로 찍었으나 제작사에서 극장용 1.85 대 1 프린트를 만들었다. 미국서 나온 DVD는 1.66 대 1, 블루레이는 1.78 대 1로 출시됐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도 감독 후보에 올랐으나 거절했고, 샘 레이미는 짐 캐리에게 얘기를 듣고 나서 감독을 맡고 싶어했다.

트루먼이 탈출을 위해 탄 배 이름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배 이름과 같은 산타마리아다.

음악을 맡은 필립 글래스는 극중 TV 스튜디오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카메오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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