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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풀 메탈 자켓(4K 블루레이)

울프팩 2020. 10. 6. 00:02

'플래툰' '지옥의 묵시록' 등 월남전을 다룬 명작들은 많다.

이 작품들은 전쟁의 광기 속에 휩쓸려 인간의 내면이 처참하게 부서지는 과정들을 다뤘다.

 

'플래툰'의 참전 군인의 시각에서 실감 나게 현장 이야기를 담았다면 '지옥의 묵시록'은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인간의 존재 이유를 철학적으로 접근했다.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감독의 '풀 메탈 자켓'(Full Metal Jacket, 1987년)도 전쟁이 인간의 내면을 얼마나 황폐화시키는지 잘 보여주는 명작이다.

 

인간의 광기를 드러낸 반전 영화

그런데 이 작품은 다른 작품과 달리 접근 방법이 독특하다.

다른 작품들이 전장에 집중했다면 이 작품은 병사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조명했다.

 

표 나게 1,2부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미 해병대 신병 훈련소 장면이 전반부에 해당한다면 월남전 참전 부분은 후반부에 해당한다.

큐브릭 감독은 훈련소 장면을 통해 전쟁 기계가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혹한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체력이나 생각하는 것이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떨어지는 훈련병조차도 완벽한 사격을 해낼 수 있을 정도로 혹독하게 다루는 장면을 보면 전투 장면 못지않게 소름 끼친다.

과거 우리 군대에서 벌어졌던 구타나 얼차려 등 가혹 행위는 익히 알려졌지만 미군들도 월남전 당시 저랬구나 싶을 만큼 군대 내 가혹 행위가 극심하다.

 

특히 훈련소 교관인 하트만 상사를 연기한 리 어미(R. Lee Ermey)의 연기가 놀라울 정도로 완벽했다.

실제 악독한 교관을 데려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광기에 사로잡힌 상사를 연기한 그는 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마치 손뼉 치듯 리 어니의 연기를 받아준 존재가 사고뭉치 훈련병 레너드를 연기한 빈센트 도노프리오(Vincent D'Onofrio)다.

그는 체중을 늘려가며 순박한 청년에서 분노와 증오에 사로잡힌 광기 어린 훈련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실감 나게 보여줬다.

 

그가 화장실에서 광기 어린 눈으로 노려보는 장면은 '시계태엽 오렌지'의 말콤 맥도웰이나 '샤이닝'의 잭 니컬슨을 보는 것 같다.

그만큼 그가 화장실 장면에서 보여준 연기는 이 작품의 정점으로 꼽고 싶을 만큼 명연이다.

 

전투 장면도 독특하다.

이 작품은 월남전 영화로는 드물게 시가전을 다뤘다.

 

폐허가 된 월남의 한 도시에서 미군과 베트콩이 벌이는 시가전은 대규모 총격전 못지않은 긴장감을 준다.'에너미 앳 더 게이트'나 '아메리칸 스나이퍼'처럼 베트콩 저격수와 숨막히는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할 정도로 보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다양한 상징적 메시지를 담은 큐브릭의 걸작

이 장면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군대 내 종군기자로 일하며 정작 전쟁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주인공 조커(매튜 모딘, Matthew Modine)가 저격수와 맞닥뜨려 총을 들게 되면서 어디에 있든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막판 아이들 동요 같은 믹키 마우스 행진곡을 부르며 떠나가는 미군들의 모습도 역설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개개인이 철모와 가슴에 평화의 상징을 붙이고 동요를 불러도 전쟁에 휩쓸린 이상 공허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반전 영화이면서도 월남전 당시 거세게 반전을 부르짖던 히피들의 플라워 무브먼트에 대해서도 냉소적이다.

그렇게 입과 머리로만 부르짖는 평화는 아무것도 바꿔 놓을 수 없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 셈이다.

 

이런 것들이 이 영화가 '플래툰' '지옥의 묵시록' 등 동시대 걸작으로 꼽히는 월남전 영화들과 궤를 달리하는 지점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일반 블루레이에 비해 디테일이 좀 개선됐고 색감도 좋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간헐적인 서라운드를 들려준다.

전쟁영화 치고는 효과음이 요란한 편은 아니다.

 

부록으로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등이 들어 있다.

아쉽게도 모두 한글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원작은 구스타브 해스퍼드가 쓴 소설 'The Short Timers'다. 우리말로 하면 단기 사병쯤 되겠지만 월남전 당시 2개월 미만의 신병을 가리키는 은어였다. 가장 전사율이 높은 병사를 뜻한다.
악독한 교관을 연기한 리 어미는 원래 이 역할을 하기로 한 다른 배우의 연기지도를 위해 섭외됐으나 워낙 연기를 잘해 이 역을 맡게 됐다.
취침 순간에도 소총을 껴안고 자게 한다. 훈련병들의 소총은 M-14.
큐브릭은 총 3부로 구성된 원작 소설 가운데 1,2부를 영화로 만들었다.
큐브릭 감독은 꼭 월남전이 아니어도 전형적인 전쟁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러던 중 1979년 커커스 리뷰에서 출간한 해스퍼드의 원작 소설을 읽고 영화로 만들 생각을 했다.
큐브릭 감독은 사실적인 조명을 원했다. 그래서 실내 장면은 창문에서 비치는 자연광을 사용하고 형광등 등 실내 조명을 그대로 사용했다.
체중까지 늘려가며 열연한 빈센트 도노프리오. 엔딩에 롤링 스톤의 유명한 노래 'Paint it Black'이 흐른다.
음악을 감독의 딸인 비비안 큐브릭이 담당. 크레디트에는 애비게일 미드라는 가명으로 나온다. 그는 이 장면에서 영화카메라를 들고 있는 여성으로 깜짝 출연했다.
미 해병대는 훈련소 장면을 비인간적으로 묘사한다는 이유로 촬영에 협조하지 않았다. 그래서 큐브릭 감독은 영국 파인우드 스튜디오와 영국 동부의 케임브리지셔에 있는 배싱번 막사에서 촬영했다.
원래 M60 사수는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후보에 올랐으나 그가 다른 영화를 찍는 바람에 애덤 볼드윈으로 바뀌었다.
총격을 당하는 장면은 샘 페킨파 감독의 영화처럼 슬로 모션으로 잡아서 폭력의 순간을 극대화했다. 샘 페킨파식 폭력 미학의 연출이다.
M16 소총은 일본의 모형총을 사용했고 M41 워커불독 경전차는 큐브릭 감독의 열혈팬이었던 벨기에군 대령이 지휘하는 벨기에 군대에서 빌렸다. 헬기도 영국군 것을 빌려서 촬영.
영국을 월남처럼 보이도록 스페인에서 200그루의 야자수를 들여와 심고, 홍콩에서 가져온 열대 플라스틱 식물 수천개를 배치했다.
해병들이 축구 경기를 하며 공 대신 머리를 걷어차는 장면과 조커 일병의 정사 장면 등을 제작진이 편집했다.
덴젤 워싱턴도 병사 에잇볼 후보에 올랐으나 대본을 숙지하지 않은 채 오디션에 응했다가 배역을 따지 못했다.
발 킬머도 주인공 조커 일병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폐허가 된 월남 도시 장면은 런던 개들의 섬에 있는 조선소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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