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작품은 ‘스위밍 풀’에서 알 수 있듯 색감이 화사하다.
2002년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에 빛나는 ‘8명의 여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카트린느 드느브, 이자벨 위페르, 엠마뉴엘 베아르 등 8명의 여주인공이 제각기 다른 색깔의 의상으로 개성을 나타낸다.
DVD는 오종이 표현한 화사한 색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바닥에 깔린 붉은 카펫, 벽을 타고 흐르는 초록색 벽지, 점처럼 놓인 노란 의자 등 마치 팔레트를 펼친 듯 원색이 제대로 살아난 색감은 이 타이틀의 최대 장점이다.
이처럼 발색이 고운 영상은 눈 때문에 폐쇄된 어느 집에서 일어난 음침한 살인사건을 더 없이 경쾌한 분위기로 바꿔놓았다.
이 영화의 구성은 독특하다.
로버트 토마스의 희곡을 1950년대로 옮긴 이 작품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케하는 의문의 살인사건 위에 춤과 음악을 곁들인 뮤지컬 요소가 피자 토핑처럼 얹혀 있다.
뒤통수만 등장하는 가장 외에는 남자 배우가 전혀 나오지 않는 점도 이색적이다.
여기에 변함없이 등장인물들을 냉소하듯 바라보는 오종 감독 특유의 비판적인 시선 또한 빠지지 않았다.
눈 때문에 발이 묶인 8명의 여인은 한 집안의 가장을 죽인 범인이 밝혀질 때까지 서로를 의심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며, 때로는 동성애와 근친상간의 뜨거운 욕망으로 불태운다.
이 복잡한 심경과 등장인물의 개성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화사한 원색들.
1.85 대 1 아나몰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필름 입자가 느껴지지 않는 물로 씻은 듯한 매끈한 영상으로 원색의 채도를 최대한 살렸다.
특히 HD급 프로젝터를 이용해 100인치 대화면으로 영상을 키우면 뛰어난 색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PAL 방식 타이틀을 NTSC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흔히 그렇듯이 영상의 선명도는 약간 부족한 편이다.
영상 자체가 부드러운 대신 일부 장면에서 윤곽선이 이중으로 겹치고 단정하게 떨어지지 않는 문제가 나타난다.
뮤지컬의 요소를 도입한 작품인 만큼 음질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돌비디지털 5.1 채널로 재생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약하다.
영화가 시작할 때 나오는 타이틀 화면과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음악은 서라운드 효과가 확실하나 배우들이 부르는 삽입곡은 주로 전방에 음향이 집중돼 있다.
또렷한 대사 전달에는 유리하지만 공간을 감싸는 듯한 음장감을 느끼기에는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아쉬움을 달랠 수 있도록 세 번째 디스크에 21곡의 삽입곡들만 뮤직비디오처럼 묶어 놓았다.
그렇지만 여기 묶인 삽입곡들은 돌비디지털 5.1 음향을 지원하는 대신 음량을 높이고 저음을 과도하게 키워 부담스럽게 들린다.
부록은 첫 번째 디스크에 감독과 배우의 음성해설, 감독 인터뷰 등이 들어 있으며 두 번째 디스크에 제작과정, 삭제장면, 배우 인터뷰, NG장면 등이 들어 있다.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문제는 배우 인터뷰 중 외할머니 역을 맡은 다니엘 다리유 부분에서 1분10초가 경과한 지점이 되면 영상이 10초가량 멈췄다가 재생된다.
DVD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PC의 DVD롬 드라이브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검수용 디스크(QC)만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정품에서는 바로 잡히기를 바란다.
언제나 지적하는 문제이지만 ‘자길’ ‘맘’ 등 맞춤범에 어긋나는 표현과 ‘질려 했으니까’ ‘말을 않아요’ 등 말이 안되는 비문이 한글 자막에서 자주 눈에 띄는 점도 문제다.
꼼꼼한 사전 검수가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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