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레드 라이딩 후드 (블루레이)

울프팩 2012. 4. 7. 13:59

동화 '빨간 모자' 또는 '빨간 망토'는 여러 나라에 걸쳐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기본 내용은 할머니를 잡아 먹은 늑대가 할머니로 변장한 뒤 빨간 두건이 달린 망토를 입은 소녀까지 잡아먹지만, 사냥꾼의 도움으로 무사히 소녀가 구출된다는 것.

이 유명한 이야기는 그림 형제가 훗날 동화집으로 펴내면서 세계 각국에 퍼졌다.
우리나라에도 '떡장수 엄머와 호랑이' 이야기가 유사하다.

캐서린 하드윅 감독이 만든 '레드 라이딩 후드'(Red Riding Hood, 2011년)는 바로 빨간 모자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원작은 사라 블라클리 카트라이트가 로맨스와 스릴러 적인 요소를 곁들여 다르게 윤색한 동명 소설이다.

익히 잘 아는 내용인 만큼 차별화 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성공적이다.
기존 음습한 동화에 에로틱 요소와 스릴러 요소를 가미해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다시 만든 점이 돋보인다.

특히 이 작품 속에 망령처럼 떠도는 매카시즘은 압권이다.
영화 속 늑대는 존재 자체가 서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불신의 덩어리다.

마치 195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즘처럼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서로를 의심하고, 친한 친구까지 마녀로 몰아간다.
"늑대인간은 뭔가 다르게 행동하고 냄새도 나기 때문에 흔적을 남길거야"라는 대사는 인종적이든 종교적이든 정치적이든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전체주의적 공포를 내포한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늑대에게 물렸으니 저주가 걸릴 것"이라며 서로를 백안시하고 고문하며 괴롭힌 행동을 정당화한다.
결국 빨간 망토는 마녀의 의상이자, 희생자의 표상인 셈이다.

결국 이를 보다 못한 사람들이 빨간 망토를 구하기 위해 들고 일어나며 반란이 시작됐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익히 아는 동화를 흥미진진한 스릴러이자, 정치색 강한 영화로 바꿔 놓았다.

은밀히 훔쳐보는 듯한 카메라로 긴장감을 고조시킨 연출과 구성, 반전과 맥거핀이 적절히 가미돼 흥미를 자아내는 이야기, 로맨틱 요소와 정치적 메시지를 적절히 결합한 점 등 여러가지 면에서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든 작품이다.
더불어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영상은 화질이 좋다.
전체적으로 판타지 요소를 살리기 위해 동화처럼 뽀얗고 몽환적 느낌을 잘 살렸고, 흰 눈과 빨간 망토처럼 강렬한 색의 대비도 확실하게 표현됐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리어 활용도가 높아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확실하다.

부록으로 PIP 형태로 만든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삭제장면, 개그릴과 뮤직비디오 등이 모두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일부 부록들은 HD 영상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빨간 망토'는 원래 구전 동화였다. 그렇다보니 세계 각국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달랐고, 이를 처음으로 글로 정리한 사람은 1697년 샤를 페로였다. 1812년 그림형제는 다시 여러 버전을 취합해 사냥꾼이 늑대를 죽이고 소녀와 할머니를 구하는 내용으로 동화집에 수록했다.
초반 인트로 장면은 헬기로 촬영한 뒤 아피아 가도 위에 성을 CG로 그려 넣었다.
늑대의 희생양이 나온 건초더미는 모네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세트.
주인공 빨간 망토를 연기한 아만다 사이프리드. 영화 '맘마미아'로 뜬 히로인이다.
배경 전체는 캐나다 밴쿠버 지역에서 찍었으며, 눈 덮인 산은 CG로 만들었다.
정적을 음해하거나 상대를 궁지로 몰아 넣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장치들이 동원된다.  이를 통제하는 사람들이 결국 주도권을 쥐게 된다. 천체 모형은 제작진이 직접 만든 것.
늑대인간은 리듬앤휴즈에서 CG로 만들었다.
빨간 망토는 의상팀에서 여러 종류를 만들었다. 엔딩에 나오는 망토는 무려 7.5m 짜리다.
손잡이를 둘려서 4줄을 문질러 소리를 내는 허디거디라는 악기도 등장.
이 영화는 음향도 독특한데, 빨간 망토가 철가면을 쓴 채 끌려가는 장면은 수박을 물에 띄운 뒤 북채로 두드리며 녹음한 소리를 베이스로 사용했다.
게리 올드만이 일종의 퇴마사같은 신부로 등장. 절대 권력을 쥔 그는 사람들을 불신의 골로 몰아 넣는다.
맥거핀 적인 존재를 통한 의외의 반전이 설득력 있다.
그만큼 영화는 끝까지 봐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 흰 색과 붉은 색의 강렬한 대비가 돋보인다.
하이틴 로맨스 같은 일부 영상은 스릴러인데도 아이들이나 여성들에게 어필할 만 하다. 다만 어설픈 CG 늑대가 옥의 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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