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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판의 미로(4K 블루레이)

울프팩 2020. 8. 14. 09:23

기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 감독의 '판의 미로'(Pan's Labyrinth,2006년)는 역사의 아픔을 토대로 환상을 이야기하는 우울한 판타지다.
배경은 스페인 내전 막바지인 1944년.

 

주인공 소녀 오필리아(이바나 바케로, Ivana Baquero)는 만삭인 엄마와 함께 프랑코 정부군 장교인  새아버지 비달 대위(세르지 로페즈, Sergi Lopez)를 찾아간다.
그러나 새아버지는 모녀에게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의 혈통을 잇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찬밥 신세나 다름없는 오필리아는 어느 날 우연히 숲에서 지하세계 출신인 신화 속 존재 판(더그 존스, Doug Jones)을 만나며 수수께끼 같은 일을 겪는다.
이때부터 피비린내 나는 현실과 꿈같은 환상이 교차되는 기괴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 작품은 스페인 내전이라는 실제 역사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해리포터' 시리즈 등 상상력의 소산인 일반 판타지와 다르다.
역사 속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했던 이념 대립에 대한 화해와 용서를 판타지적인 요소를 빌려 시도하고 있다.

 

이 작품의 진정한 판타지 요소는 이야기보다 영상에 있다.
'블레이드 2'(Blade 2) '헬보이'(Hellboy) 등에서 그로테스크한 영상을 선보였던 델 토로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독특한 캐릭터와 피가 튀는 잔혹한 영상으로 충격을 준다.

 

그만큼 잔혹한 현실과 도피처 같은 판타지의 세계를 대비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공포물을 좋아하는 델 토로 감독의 감각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델 토로 감독의 감각을 뒷받침한 것은 기예르모 나바로(Guillermo Navarro)의 돋보이는 촬영 솜씨다.

그는 이 작품으로 얼마 전 열린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촬영상을 받았다.
그가 촬영한 영상은 부드럽게 이어지는 회전 쇼트가 일품이다.

 

아울러 하비에르 나바레테(Javier Navarrete)가 담당한 음악도 좋다

특히 주제곡처럼 쓰인 '메르세데스의 자장가'는 아련한 슬픔을 느끼게 하는 인상 깊은 곡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필터링된 황갈색 색감이 잘 살아 있고 윤곽선이 깔끔하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리어 채널을 적절하게 잘 활용해서 소리의 방향성을 잘 살렸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 감독 인터뷰, 음악, 캐릭터 설명, 촬영, 소품과 액션 장면, 각종 상징 설명, 세트와 갤러리, 만화책 내용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판의 미로는 안토니오 가우디, 살바도르 달리, 피카소 등 초현실주의 작품을 남긴 스페인 예술가들의 판타지 요소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 작품은 감독이 2001년에 만든 '악마와 등뼈'와 한쌍을 이루는 영화다. 감독은 1939년 스페인 내전을 다룬 악마의 등뼈로부터 5년 뒤 이야기를 이 작품에서 다뤘다.
악마의 등뼈와 이 작품은 구성이 비슷하다. 각각 소년과 소녀가 수수께끼를 푸는 형태이며 악역도 비슷하다.
델 토로 감독은 세트 주의자다. 되도록 CG보다 세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판의 미궁을 비롯해 정부군 요새 등 대부분의 장면을 세트를 만들어 직접 촬영.
감독은 이 작품에 '성냥팔이 소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각종 동화부터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 등 다양한 문학들이 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오필리아를 연기한 이바나 바케로는 당시 1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11세 소녀다. 그는 이 작품으로 스페인 최고영화상인 고야상 신인상을 받았다.
판의 뿔 모양을 염두에 두고 두꺼비가 사는 나무를 디자인했다.
두꺼비가 사는 나무 뿌리 밑 터널은 제작진이 만든 세트다. 두꺼비는 원래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만든 모형이었으나 너무 무거워 잘 움직이지 않았다.
더그 존스가 특수 분장을 하고 판과 지하괴물 2가지 역할을 했다. 손바닥에 달린 눈은 김기덕 감독의 '빈집'을 연상케 한다. 감독은 고야의 그림 '아들을 잡아먹는 새턴'에서 영감을 받아 지하괴물을 구상했다.
기예르모 나바로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받았다. 그는 '닥터 두리틀'과 '박물관이 살아있다' '브레이킹 던' '헬보이 '스폰' '황혼에서 새벽까지' 등을 찍었다.
감독은 선명한 색채를 살리기 위해 코닥 비전 필름을 사용해 찍었다.
세르지 로페즈는 얼굴 위에 특수분장으로 찢어진 입을 만들어 붙인 뒤 실제로 바늘을 들고 꿰맸다.
판이 숲에서 태어난 느낌을 주기 위해 나뭇가지와 나뭇잎 등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판의 머리 안쪽에 기계장치를 만들어 눈이 깜빡거리도록 했다. 판과 지하괴물 등은 DDT에서 특수분장을 담당했다.
감독은 영생과 마법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는 영생이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즉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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