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민희 11

밤의 해변에서 혼자(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년)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한 여배우 김민희와 감독의 스캔들 때문에 더 관심을 끌었다. 김민희가 연기한 주인공 영희는 공교롭게 현실처럼 유부남인 감독과 불륜의 사랑을 나누는 사이다. 그렇다보니 영화 내용과 현실이 겹치면서 더 주목을 받았다. 이를 의식하고 만들었는 지 모르겠지만 극 중 여주인공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겠다는 다짐이 마치 힘든 현실에 대한 인정과 수용을 내포하는 듯해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점 때문에 이 작품이 욕을 먹기도 하지만 스캔들과 작품을 굳이 연결시켜 보지 않으면 작품 속 여주인공의 힘든 사랑이 올곧게 부각된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스캔들 때문에 유럽으로 떠난 여주인공이 자신을 추스르는 내용이고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은 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영화를 다른 방식으로 만들 수 있고,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구성이 독특하다. 똑같은 이야기를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 복기하듯 두 번 찍었다. 내용은 강연 때문에 수원에 내려간 영화감독이 한 여인을 만나 하룻밤의 인연을 만드는 이야기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동일한 인물들이 동일한 시간대에 똑같은 사건을 만들지만 디테일 및 인물들의 관계 형성이 미묘하게 어긋난다. 물감의 색, 나누는 대화, 거니는 길, 옷차림 등에서 약간씩 다른 부분들은 결국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시각의 차이, 생각의 차이를 보여준다. 또는 기억의 차..

아가씨

박찬욱 감독의 10번째 영화인 '아가씨'는 그의 이전 작품들과 다르면서 같은 영화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 같은 복수 3부작에 비하면 잔혹하지 않으면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라는 점이 다르다. 여기에 기존 작품에서는 볼 수 없던 여인네들의 진한 사랑이 펼쳐진다. 영국의 새러 워터스가 쓴 소설 '핑거 스미스'를 각색한 이 작품은 엄청나게 잘 사는 친일파의 집에 하녀로 들어간 여인과 친일파의 처조카딸, 이를 둘러싼 남자들의 음모와 배신이 또아리를 틀고 돌아가는 얘기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이야기가 결코 복잡하지 않아 흥미진진하게 따라갈 수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야기가 업치락 뒤치락하지만 양자 대결의 분명한 선악구도로 나뉘어 헷갈릴 일이 없다. 감독이 ..

영화 2016.06.11

연애의 온도

노덕 감독의 '연애의 온도'는 그만그만한 사랑 이야기다.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어줍잖은 일로 다투다가 헤어져 다시 만나는, 일상적인 연애의 과정을 되풀이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과정이 치열하다는 점. 육두문자를 날리고 서로의 선물을 때려부수며 사랑이 증오로 변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날 것 그대로의 연애'라고 했지만 다른 말로 하면 흔한 연애다. 이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음직한 이야기는 그만큼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반면, 굳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돈내고 봐야 할 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노 감독은 직장 커플인 주인공들의 주변 사람 이야기와 캐릭터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에 덧칠을 했다. 은행 다니는 사람들이 보면 불쾌하..

영화 2013.03.29

화차

변영주 감독의 영화 '화차'(2012년)는 김민희를 새로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정체불명의 여인을 연기한 김민희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면서도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연기로 원작 소설에서 걸어나온 듯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만큼 김민희의 연기는 자연스러웠고, 많이 나오지 않는데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있었다. 퇴물 형사로 나온 조성하를 비롯해 간호사 한나 역의 김별 등 주인공을 받친 배우들의 연기도 자연스럽다. 원래 이 작품은 일본의 인기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가 1992년 출간한 동명의 미스테리 소설이 원작이다. 제목인 화차는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의 영혼을 태운 채 지옥으로 달려간다는 일본 전설 속 불마차로, 올라타면 내릴 수 없단다. 경제 위기에 몰린 여인이 타인의 삶을 훔..

영화 2012.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