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남자속옷 14

행복 (블루레이)

허진호 감독이 그린 사랑은 무조건 아름답거나 낭만적이지 않으며 숭고하지 않다. 세상의 사랑이 무조건 쉽지만 않듯, 남녀간의 얽히고 설키며 엇나가는 사랑의 감정을 꽤나 설득력있게 다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감정적 리얼리티가 살아 있다.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외출' '호우시절' 등이 그랬다. 그런 점에서 '행복'(2007년)은 여러모로 안타까운 작품이다. 내용은 방탕하게 살던 청년이 간경변에 걸려 요양원에 들어가서 만난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얘기다. 문제는 이 작품이 허진호식 로맨스의 틀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애면글면 관객과 줄다리기하듯 보여주지 못했고 진부하고 통속적인 스토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예측 가능한 뻔한 뒷이야기..

마지막 4중주 (블루레이)

베토벤은 총 16곡의 현악 4중주를 작곡했는데 1824년 이후에 만든 12~16번 다섯 곡과 '대푸가'를 일컬어 후기 현악 4중주라고 부른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A Late Quartet'은 '마지막 4중주'가 아니라 바로 이 후기 4중주란 의미다. 야론 질버맨 감독의 '마지막 4중주'(A Late Quartet, 2012년)는 바로 이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 가운데 14번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베토벤의 전기영화가 아니다. 베토벤의 현악4중주 14번을 연주하는 4중주단의 얘기다. 영화를 보면 질버맨 감독이 클래식에 상당히 조예가 깊은 감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토벤은 9번 교향곡 '합창'을 작곡한 뒤 소편성의 실내악 위주로 돌아섰다. 그때 주로 쓴 것이 현악 4중주인데, 그의 현악 4중주..

플레이스테이션4 (PS4)

소니에서 7년 만에 새로 내놓은 가정용 게임기(콘솔) '플레이스테이션4'(PS4)가 12월17일 국내 출시됐다. 나오자마자 초도 물량이 모두 매진돼 구입하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데, 다행이 크리스마스 전에 물건(제품코드 CUH-1005A B01)을 받았다. 그동안 묵혀두었다가 게임 타이틀을 구해서 개봉을 했다. 우선 크게 달라진 것은 모양이다. PS3가 곡선을 살린 유선형이었다면 PS4는 각과 선을 살려서 날카로운 느낌을 준다. 기능은 PS3보다 훨씬 강화됐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 설명에 따르면 시스템 처리 능력이 PS3보다 10배 강화됐다. 8GB의 고속 GDDR5 램과 8코어 x86 CPU를 갖추고 있고, 광 출력을 통해 7.1채널 오디오를 지원한다. 미디어는 당연히 블루레이를 사용한..

메모장 2013.12.31

용의자

가끔 보면 본말이 전도된 영화가 있다. 스토리, 연기 등 기본기에 충실해야 하는데 요란한 컴퓨터그래픽이나 눈요기꺼리를 부각해 부족한 기본기를 가리는 식이다. 원신연 감독의 '용의자'(2013년)가 그런 영화다. 이 영화의 액션은 아주 화려하다. 러시아의 시스테마 무술을 이용한 북한 특수부대원과 이를 추격하는 정보기관 요원들의 싸움은 물론이고 자동차 추격전에 총격전까지, 한국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할리우드 액션이 쏟아진다. 특히 계단으로 이뤄진 언덕길을 뒤로 달려내려오는 자동차 추격전은 보는 이를 아찔하게 만든다. 어느 순간 차가 허공에서 한바퀴 공중제비를 돌아 떨어지는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 하지만 정신없이 액션을 몰아치는 것은 좋은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영화 2013.12.28

변호인

대통령 노무현. 언론과 그다지 관계가 좋았던 대통령은 아니었다. 취임하자마자 각 부처별 기자실을 없애버렸고, 구독하던 신문들도 부수를 줄여버렸다. 기자실에 모인 일부 기자들이 작당을 해서 여론을 왜곡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언론은 출발부터 그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고, 집권 기간 내내 불편한 동거가 이어졌다. 정치적으로도 잘한 일도 많았지만 못한 일도 많았다. 2009년 5월29일. 한창 공사중인 광화문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창 앞에 섰다. (http://wolfpack.tistory.com/entry/노무현의-마지막-모습들) 잠시 후, 네 귀를 펼쳐 든 태극기를 앞세운 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과 운구가 천천히 앞을 지나갔다. 여러가지 복잡한 심경에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

영화 2013.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