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뉴욕 63

더 키친(블루레이)

앤드리아 버로프 감독의 '더 키친'(The Kitchen, 2019년)은 때로는 여성들이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갱단의 일원인 남편들이 강도짓을 하다가 체포된 뒤 먹고살기 위해 여성들이 조직을 접수하는 내용이다. 원작은 올리 매스터스와 밍 도일의 그래픽 노블이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3명의 여자가 헬스 키친으로 알려진 뉴욕 맨해튼의 웨스트사이드 지역을 차지하는 과정을 다뤘다. 나약하고 심지어 남편에게 얻어맞으며 죽은 듯 살아가던 여인들이 갑자기 용기가 치솟아 남자들도 못하는 일을 해낸다. 다른 조직과 흥정을 벌여 거대한 공사를 따오기도 하고 정적들을 제압하기도 한다. 언뜻 보면 여성 전사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여성들은 아니다. 그저 평범한 가정주부처..

갱스 오브 뉴욕(블루레이)

미국을 상징하는 도시 뉴욕은 그렇게 아름답거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 아니다. 19세기만 해도 이곳은 미국의 온갖 부조리를 안고 있는 쓰레기장 같은 곳이었다. 가난과 기근을 피해 유럽 각지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은 미국 토박이들과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켰다.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생각한 토박이들은 이민자들을 적대적으로 대했다. 이민자들은 이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갱단을 조직하면서 그야말로 19세기 뉴욕은 지옥도를 방불케 하는 무법과 폭력의 아수라장 같은 도시였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든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2002년)은 바로 19세기 혼돈의 뉴욕을 다루고 있다. 1928년에 출간된 허버트 애스베리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아일랜드 갱의 후손인 ..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블루레이)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2007년)는 시드니 루멧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다. 1924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4세 때부터 순회 연극단의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 그때 경험을 살려 루멧 감독은 컬럼비아대 졸업 후 본격적인 연극배우가 됐다.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1942년 육군에 입대해 인도와 버마 등 남방 전선에서 레이더 관리병으로 복무했다. 전쟁이 끝나고 그는 친구인 배우 율 브린너의 도움으로 1950년 CBS TV에서 연출을 하게 됐다. 그때 만들었던 TV 드라마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1957년 영화로 만들면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루멧 감독은 이 작품으로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다. 이후 ..

셰임(블루레이)

스티브 맥퀸 감독의 '셰임'(Shame, 2011년)은 정상적인 사랑이 불가능한 남자의 이야기다. 뉴욕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주인공 브랜든(마이클 패스벤더)은 성중독자다. 하지만 그는 정상적인 연애는 불가능하고 변태적인 음란 사이트나 매춘부와 나누는 정사로만 그의 성욕을 해결할 수 있다. 진지한 연애는 최장 4개월이 전부이고 정상적 연애 관계를 갖는 것을 몹시 어려워한다. 결국 그는 좋아하는 여자가 생겨도 원만한 관계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는다. 맥퀸 감독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알 수 없는 우울에 빠져드는 브랜든을 통해 도시인의 불안과 우울, 성적 방황을 그렸다. 어찌 보면 변태적인 주인공의 모습은 하루하루 바쁘게 쫓기듯 살아가는 도시인의 모습이 조금씩 섞여 있다. 도대체 브랜든은 왜 저렇게 살아..

위대한 개츠비 (4K 블루레이)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의 한 명인 F 스콧 피츠제럴드는 1896년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다행히 부유한 외가 덕분에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으나 거기서 만난 돈 많은 은행가 딸인 지니브러 킹에게 가난하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대학 4학년때 제 1 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그는 자원 입대해 육군 소위로 복무했다. 그때 판사의 딸이었던 젤다 세이어를 만나 교제를 하고 약혼까지 했으나 역시 가난 때문에 파혼당했다. 이처럼 가난 때문에 빚어진 두 번의 파혼은 평생 피츠제럴드에게 상처가 됐고 작품 곳곳에 흔적으로 남았다. 다행히 자전적 소설 '낙원의 이쪽'이 성공해 파혼 당했던 젤다와 다시 만나 결혼했다. 그가 작가로서 절정에 오른 것은 지금까지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로 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