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뉴욕 63

엘프

지금은 매체가 많이 늘어나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한가한 기자시사회도 있었다. 유명한 배우가 없거나 화제작이 아닌 경우다. 특히 외국 코미디가 심한 편이었다. 의례히 별거 아닐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기자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뜻밖에 기대 이상의 훌륭한 작품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첫 번째 키스만 50번째'와 '엘프'(Elf, 2003년)가 대표적이다. 존 파브로(Jon Favreau) 감독의 '엘프'는 얼마 안 되는 기자들이 모여서 보고 다들 호평했던 훌륭한 작품이다.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다룬 코미디가 그렇듯 내용은 간단하다. 우연히 산타클로스의 선물 보따리로 기어들어간 아기가 북극의 산타클로스 마을에 떨어지며 요정들과 함께 자란다. 뒤늦게 요정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

세렌디피티

호레이스 월폴이 지은 우화에서 유래했다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무엇이든 우연히 잘 찾아내는 능력, 뜻밖의 행운을 가리킨다. 2001년 피터 챌솜(Peter Chelsom)이 감독한 영화에서는 크리스마스 전날 우연히 만난 남녀가 이름도 모른 채 헤어져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던 중 수년이 지나 다시 재회하는 행운을 이야기한다. 미국 영화비평가들은 감동의 도가니라고 호의적 평가를 했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지나친 우연이 너무 많아 작위적이다. 그나마 영화가 준 교훈은 엘리베이터에서 장난치면 안 된다는 것. 두 남녀는 엘리베이터로 엉뚱한 짓을 하다가 수년을 헤어져 있게 된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특별히 흠잡을 곳 없는 만큼 뛰어..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울리 에델(Uli Edel) 감독의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Last Exit to Brooklyn, 1989년)는 휴버트 셀비 주니어가 1960년대 발표한 소설을 토대로 만든 영화다. 뉴욕 빈민가 브루클린에서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모습을 통해 겉으로 화려하지만 뒤로 곪고 썩어 들어가는 미국의 단면을 그렸다. 작가가 본 브루클린은 동성애와 매춘, 마약과 폭력으로 얼룩진 지옥이었다. 그래도 그 안에 희망과 꿈을 갖고 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긍정적 시각이 담겨 있다. 내용이 그렇다 보니 영화는 시종일관 어둡고 칙칙하다. 보고 있자면 절로 한숨이 나올 만큼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다. 이 작품은 영상보다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가 담당한 음악이 유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