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뉴욕 63

비긴 어게인 (블루레이)

'비긴 어게인'(Begin Again, 2013년)은 두 남녀의 애잔한 사랑 이야기를 음악에 실은 감동적인 영화 '원스'를 만든 존 카니 감독의 작품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음악을 매개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내용은 뉴욕의 한 복판에서 만난 퇴락한 음반 프로듀서와 무명의 가수가 의기투합해 음반을 만드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사랑의 아픔과 소중한 인연의 만남 등이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그래서 "음악을 들으면 일상의 평범함이 의미를 갖게 된다"는 대사가 가슴에 와닿는다. '원스' 만큼 가슴을 파고드는 감동이나 진중한 느낌은 덜하지만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든 캐릭터와 음악이 '원스'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한때 밴드 활동을 했던 존 카니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잘 녹..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블루레이)

"이런게 사람 사는 거지". 1998년 촬영 당시 71세의 이브라힘 페레는 뉴욕의 밤거리를 걸으며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댔다. 이브라힘은 195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쿠바의 가수였다. 한동안 잊혀졌던 그는 1997년 전세계를 강타한 음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덕에 되살아나 그래미상까지 받고,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했다. 이브라힘은 심지어 횡단보도를 건너다 말고 멈춰서 야경을 찍었다. 가로등이 거의 없어서 밤이면 암흑천지인 하바나에서 온 그에게 생전 처음 본 뉴욕은 별천지였다. "아내와 왔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을..." 주름 가득한 이브라힘의 얼굴에 못내 아쉬움이 가득했다. "저게 자유의 여신상이라고? 아냐. 그럴리 없어. 저렇게 작지 않아." 1950년대 뉴욕에 들려 자유의 여신상을 봤던 루벤 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블루레이)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로또에 당첨돼 돈벼락을 맞거나 영웅이 돼서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는 식의 황당하면서도 짜릿한 상상을 한 번쯤 해본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 요원하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거우니 꼭 무익한 일은 아니다. 1939년 제임스 서버는 보통 사람들의 흔한 상상을 글로 써 돈을 벌었다. 그가 뉴요커지에 발표한 단편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은 평범한 소시민인 월터 미티가 직장을 가거나 마지못해 따라나선 아내의 쇼핑길에 떠올린 공상들을 다뤘다. 때로는 암살자가 되고 때로는 군인이 돼서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이야기는 그만큼 오락거리로 손색이 없어 MGM에서 1947년 뮤지컬 코미디 형태의 영화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65년이 지나 코미디언 겸 배우 벤 스틸러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리메이크작이 ..

프란시스 하 (블루레이)

노아 바움백 감독의 '프란시스 하'(Frances Ha, 2012년)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 누벨바그풍 영화다. 감독 자신이 프랑스의 누벨바그 영화를 지향한 만큼 이 영화는 모든 것이 1950년대 프랑스 영화계에 몰아쳤던 누벨바그 바람을 연상케 한다. 장 뤽 고다르, 프랑소와 트뤼포 등 누벨바그 기수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투영했듯이 이 작품은 27세 여성 프란시스를 통해 뉴요커의 일상을 담아냈다. 가진 것도 없고, 그렇다고 직업도 확실하지 않은 싱글 여성인 프란시스의 뉴욕 생활은 참으로 신산하다. 심지어 잘 곳 조차 변변히 없어 떠돌 정도로 어느 것 하나 보장되지 않는 그의 삶이지만 프란시스는 결코 실망하거나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적극적으로 부닥치는 그의 모습..

비긴 어게인

'원스'를 만든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Begin Again, 2013년)은 두 남녀의 애잔한 사랑과 음악 이야기로 감동을 준 '원스'(http://wolfpack.tistory.com/entry/원스-SE)의 후속작 같은 영화다. 인물과 이야기는 다르지만 음악을 매개로 맺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점이 닮았다. 내용은 뉴욕의 대도시 한 복판에서 이제는 퇴락한 음반 프로듀서와 무명의 가수가 의기투합해 음반을 만드는 이야기다. '원스' 만큼 가슴을 파고드는 감동이나 진중한 느낌은 덜하지만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든 캐릭터와 음악이 '원스'와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작품이다. 한때 음반 작업을 했던 존 카니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잘 녹여내 꽤나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자연스런..

영화 2014.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