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뉴욕 63

택시 더 맥시멈

뤽 베송이 각본을 쓰고 제라르 피레가 감독한 프랑스 영화 '택시'(Taxi, 1998년)는 아찔한 스피드와 웃음으로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를 할리우드가 몇 년 뒤 리메이크한 작품이 바로 팀 스토리 감독의 '택시 더 맥시멈'(Taxi: The Maximum, 2004년)이다. 장소가 파리에서 뉴욕으로 바뀌었고, 자동차가 푸조에서 미국의 상징 포드로 둔갑했다. 그 외 기본적인 줄거리와 설정은 대동소이하다. 여전히 스피드광인 택시 운전사와 운전면허는 있지만 장롱면허나 다름없어 제대로 직진도 못하는 어리버리한 경찰이 콤비가 돼서 전광석화 같은 스피드로 은행을 털고 달아나는 강도들을 뒤쫓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가장 크게 변한 것이 있긴 하다. 바로 여성 파워에 의존한다는 점. 주인공인 택시 기사부터 신..

다이하드3 (블루레이)

'다이하드3'(Die Hard With A Vengeance, 1995년)는 이 시리즈 가운데 가장 실망스런 작품이다. 특히 훌륭한 작품인 1편을 만든 존 맥티어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미쳐 더 실망스럽다. 무엇보다 1편에서 보여준 밀실이나 다름없는 제한된 공간에서 총격전을 벌이며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린 장점이 사라졌다. 뉴욕이라는 탁 트인 공간을 배경으로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이 공간을 옮겨가며 정신없이 펼치는 산만한 추격전은 긴장감을 떨어뜨린 것은 물론이고 액션의 강도도 높지 않았다. 내용은 폭탄테러범을 가장한 악당들이 뉴욕에서 준동하자 이를 막기 위해 출동한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의 활약을 다뤘다. 재미있게도 악당 두목을 1편의 나카토미 빌딩을 점거한 한스 글로버의 동생..

비열한 거리 SE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그의 삶에서 영화적 소재를 즐겨 찾는다. 그의 뿌리인 미국계 이탈리아인들의 삶은 '비열한 거리' '좋은 친구들' '갱스 오브 뉴욕' 등으로 작품화했고 그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음악과 종교는 '더 블루스' '라스트 왈츠'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등으로 표현했다. 이처럼 삶에서 적극적으로 영화적 소재를 찾는 창작활동의 시초가 된 작품이 바로 '비열한 거리'(Mean Streets, 1973년)다. 그의 청춘의 한때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뉴욕,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인들이 모여 사는 리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주류 사회에 섞이지 못하는 이탈리아 청년들의 불안한 삶과 방황을 다루고 있다. 특히 하비 케이틀이 연기한 찰리 카파는 스콜세지 감독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극 중 못된 무리..

티파니에서 아침을(블루레이)

배우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은 영화에서 보여준 패션 덕분에 '오드리 스타일'로 유명하다. 짧게 자른 단발머리와 허리를 질끈 조인 긴 스커트를 선보인 '로마의 휴일'과 함께 그만의 또 다른 패션 스타일을 창조한 것이 바로 블레이크 에드워즈(Blake Edwards) 감독의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on Tiffany's, 1961년)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50년 전 작품인데도 그가 입고 나온 패션은 꽤 세련되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키는 크지 않지만 촬영 당시 40kg도 채 안 되는 깡마른 몸매에 작은 가슴, 인형같이 커다란 눈 등 모델 같은 외모가 이 작품으로 유명해진 지방시(Givenchy)의 패션을 잘 소화해냈다. 그만큼 이 작품은 헵번을 위한 영화다. 그는 공..

나홀로 집에2 (블루레이)

성룡 작품들이 추석 영화라면 '나홀로 집에'는 성탄절 영화다. 매년 어느 채널에서든 성탄절만 되면 한 번씩 틀어줬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나홀로 집에'는 가족적이고 부담없이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크리스 콜럼버스가 감독한 '나홀로 집에2'(Home Alone 2: Lost In New York, 1992년)도 마찬가지. 우리의 주인공 케빈(매컬리 컬킨)은 공항에서 엉뚱한 사람을 쫓아가는 바람에 홀로 뉴욕에 떨어져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다. 하필 그곳에 전편에서 케빈 덕분에 골탕을 먹고 감옥에 갔던 악당들이 탈옥해 케빈과 맞닥뜨린다. 그때부터 케빈과 두 악당의 기발한 싸움이 시작된다. 어린 꼬마가 악당을 물리치는 이야기 구조는 전편과 다를게 없다. 승부는 전편보다 얼마나 기발한 웃음으로 웃기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