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뉴욕 63

아메리칸 사이코 (블루레이)

1980년대 후반은 격동의 시대였다. 우리에게는 87년 6월로 기억되는 민주화운동과 88 서울올림픽 등이 있었고, 미국에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의 팍스아메리카나 찬가가 뜨거웠던 때였다. 딩사 미국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영화도 온통 람보, 코만도 등 미국이 가진 힘의 우위를 과시하는 내용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 안은 곪아가고 있었다. 월가의 부흥과 함께 넘쳐나는 돈으로 뉴욕에만 수백 개의 섹스클럽이 있었고, 마약과 에이즈가 창궐했다. 사람들은 MTV에 흥분했고, 마돈나의 노래 'Material Girl'이 상징하듯 부를 쫓아 몰려 다녔다. 그러다가 1987년 2,000포인트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미국 증시는 블랙 먼데이로 일컬어지는 10월19일 하루만에 폭락했다. 그 바람에 미국 여러 증권사들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블루레이)

제롬 로빈스와 레너드 번스타인 두 천재가 참가했다는 점 만으로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1961년)는 찬사를 받을 만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타협을 모르는 두 천재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해 만든 이 영화는 덕분에 이 작품 이전에 나온 뮤지컬영화와 확연히 다른 개성 강한 작품이 됐다. 완벽주의자였던 안무가 제롬 로빈스는 자신이 머리 속에서 그려낸 훌륭한 안무가 나올 때까지 무용수들을 극한까지 몰아 붙였다. 비록 배우들은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고생하고 숱한 NG와 부상에 시달렸지만, 덕분에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안무는 한 편의 드라마같다. 제트파 멤버들이 지하 차고에 모여 일전을 준비하는 군무는 훗날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 'Beat It'에 모델이 됐고, 제..

뉴욕스토리

마틴 스콜세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우디 앨런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세 감독이 함께 모여 영화를 만들었다. 바로 '뉴욕스토리'(New York Stories, 1989년)다. 이 작품은 세 감독이 각각 따로 만든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기본적으로 맨하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세 사람의 개성이 다르다 보니 각각의 영화가 모두 독특하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Life Lessons'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저명한 화가가 동거하는 여인을 통해 작품의 영감을 얻는 얘기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감독답게 프로콜 하럼의 'White Shade of Pale' 'Conquistador'부터 크림의 'Politiclan', 레이 찰스의 'The Right Time'..

워터프론트 (블루레이)

엘리아 카잔 감독의 오래된 흑백 영화인 '워터프론트'(On The Waterfront, 1954년)가 빛나는 가장 큰 이유는 말론 브란도 때문이다. 주연을 맡은 그는 이 작품에서 메소드 연기의 정석을 선보인다. 말론 브란도는 흔히 연기의 대가들만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메소드 연기를 완벽하게 선보여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더불어 이 작품을 메소드 연기의 교과서로 만들었다. 러시아의 콘스탄틴 스타니슬라브스키가 개발한 메소드 연기는 정형화된 연기 패턴에서 벗어나 배역 그 자체로 녹아들 것을 요구한다. 마치 배역의 삶을 산 것처럼 연기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찰과 분석이 필요한데, 이 같은 방법 때문에 메소드 연기라고 부른다. 이를 현실적으로 다듬어 연기에 적용한 인물은 1930년대 액터즈 스튜디오를 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블루레이)

여류 감독인 노라 에프론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 1993년)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사람들을 위한 송가다. 내용은 우연히 라디오에서 상처한 남자의 사랑을 들은 여인이 운명적으로 이끌리며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이야기다. 동쪽의 끝인 볼티모어와 서쪽의 끝인 시애틀에 사는 연인들을 통해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다면 거리쯤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점을 역설한다. 현실성을 강조하는 서양 영화답지 않게 운명을 쫓는다는 점이 특이하다. 물론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은 자연스럽지 않다. 서로 생각과 행동이 엇갈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연처럼 두 사람의 사랑은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완전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판타지다. 하지만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나 당의정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