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비긴 어게인 (블루레이)

울프팩 2017. 3. 4. 14:05

'비긴 어게인'(Begin Again, 2013년)은 두 남녀의 애잔한 사랑 이야기를 음악에 실은 감동적인 영화 '원스'를 만든 존 카니 감독의 작품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음악을 매개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내용은 뉴욕의 한 복판에서 만난 퇴락한 음반 프로듀서와 무명의 가수가 의기투합해 음반을 만드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사랑의 아픔과 소중한 인연의 만남 등이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그래서 "음악을 들으면 일상의 평범함이 의미를 갖게 된다"는 대사가 가슴에 와닿는다.

'원스' 만큼 가슴을 파고드는 감동이나 진중한 느낌은 덜하지만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든 캐릭터와 음악이 '원스'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한때 밴드 활동을 했던 존 카니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잘 녹여내 꽤나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와 뉴욕 풍경과 잘 어울린 음악의 공이 컸다.


특히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 생각보다 괜찮은 노래 솜씨를 들려준 키이라 나이틀리와 수수한 매력이 돋보이는 마크 러팔로, 노래 실력 못지 않게 연기도 훌륭했던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 등의 연기가 좋았다.

더불어 처음 도입부에 대해 시간을 되돌려 보여주는 설정도 독특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정작 인상 깊었던 것은 소품처럼 등장하거나 툭툭 던지는 대사와 음악 속에서 빛나는 지나간 기억들에 대한 향수다.

우선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 대한 추억이다.


아버지가 야한 딸의 옷차림에 대해 자막은 "날 잡아가슈 하는 옷차림"이라고 번역했지만 원래 대사를 들어보면 "택시드라이버의 조디 포스터 꼴"이라고 나온다.

즉, 어린 창녀 같다는 소리다.


또 길거리 밴드에서 흑인이 연주하는 베이스 기타는 폴 매카트니가 비틀즈 시절 자주 들고 나왔던 호프너 베이스기타다.

남녀 주인공이 헤드셋을 나눠 끼고 듣는 옛 영화음악은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추억이 서린 '카사블랑카'의 주제가 'as time goes by'다.


더불어 방 한 켠에 꽂힌 LP들도 과거의 추억을 불러오는 소품 역할을 한다.

막판 주인공들은 독특한 방식의 음반 판매를 기획하는데 그 과정 또한 문 닫은 타워레코드가 상징하듯 이제는 음반을 사지 않는 시대에 대한 송가처럼 느껴진다.


결국 음반점들과 음반들은 디지털 판매 방식에 밀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과거의 유물이 됐다.

그런 기억들을 일깨워 준 덕분에 아련하고 따뜻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깊은 블랙을 보여주는 영상은 DSLR 사진처럼 영화같지 않고 생활 속 한 장면 같은 느낌을 준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생활 소음이 채널별로 적절히 분산돼 무난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스틸북의 경우 DVD와 블루레이가 각각 1장씩 총 2장의 디스크가 수록돼 있는데 모두 동일한 부록을 담고 있다.


애덤 리바인, 키이라 나이틀리, 존 카니 감독, 마크 러팔로 등의 인터뷰와 제작과정, 뉴욕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에 참여한 제작진의 짧은 인터뷰, 가사가 나오는 뮤직비디오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존 카니 감독은 고향인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밴드 더 프레임즈의 베이스연주자로 활동했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극 중 노래를 직접 불렀다.

카니 감독은 예술로 구원받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영화의 주요 무대로 고향인 더블린이 아닌 뉴욕을 택한 이유는 더블린을 벗어나 다른 도시에서 찍고 싶었고, 더블린이 뉴욕과 닮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극 중 키이라 나이틀리와 애덤 리바인이 머무는 뉴욕의 아파트는 실제 애덤 리바인의 아파트다. 스칼렛 요한슨도 여주인공 역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

여주인공을 맡은 키이라 나이틀리는 노래 연습과 함께 기타를 따로 배웠다. 특히 남편인 음악가 제임스 라이튼이 기타 연습을 도왔다고 한다. 제임스 라이튼은 밴드 클락손스의 건반연주자다.

유명한 밴드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이 극 중 가수로 등장. 카니 감독은 직접 전화를 걸어 애덤을 섭외했다. 카니 감독은 가수 아델도 여주인공 역으로 고려했다..

극 중 나오는 노래들 중 'Lost Stars' 등 일부는 음악감독인 그렉 알렉산더가 만들었다. 그는 밴드 뉴래디컬스의 리더다. 'Like a Fool'은 카니 감독이 작사 작곡했다.

극 중 마크 러팔로의 딸로 나오는 헤일리 스테인필드도 이 작품 때문에 기타를 배웠다.

카니 감독은 인디펜던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키이라 나이틀리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키이라에 대해 "배우가 아닌 슈퍼모델 같았다"며 "음악가가 아니여서 가수처럼 부르게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후속작 '싱스트리트'에서 노래와 연주를 할 수 있는 배우를 섭외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카니 감독은 나중에 이런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비긴 어게인
비긴 어게인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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