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플린 감독이 2005년에 미국 영화전문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탈옥'(Lock Up, 1989년)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영화였다.
제작자인 로렌스 고든은 감옥을 소재로 다룬 대본을 하나 받았는데 내용이 최악이었다.
일단 탈옥이라는 소재가 마음에 들었던 그는 감독과 배우를 섭외한 뒤 급히 각본가를 찾았다.
당시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는 각본가였던 젭 스튜어트를 고용해 서둘러 시나리오를 썼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이야기를 먼저 꾸리고 감독과 배우를 찾은게 아니라 반대로 진행됐다.
그렇다 보니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젭 스튜어트는 못된 교도소장의 음모로 탈옥을 하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럴 듯 하게 구성했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군대 이상가는 거친 마초들의 공간인 감옥에서 고난을 이겨내는 정의로운 주인공을 그럴 듯 하게 연기했다.
마치 그의 모습은 총을 들지 않은 람보를 연상케 했으나 평단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해서 최악의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골든 라즈베리상에서 최악의 남우주연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다행히 최종 선정되지는 않았다.
비록 배우와 작품에 대한 평가는 박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꽤나 재미있게 본 영화다.
일단 제한된 공간에서 인물들 간의 긴장관계를 꽤나 그럴 듯 하게 그려냈고, 탈옥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갈등을 끌어 올려 분노의 에너지를 폭발시킨 연출 솜씨가 좋았다.
하지만 자동차를 만드는 장면 등 일부 장면은 감옥이라는 풍경에 어울리지 않게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그렸고, 인물들의 묘사도 단순하게 선악 구도로만 대비시키는 한계를 드러냈다.
비록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설득력은 떨어지지만 단순하게 즐길 만한 오락거리로는 볼 만한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화질이 잘 나온 편이다.
중경과 원경에서 미세한 지글거림이 보이고 어두운 장면에서 노이즈도 보이지만 클로즈업의 디테일이 좋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비하인드 씬, 배우 인터뷰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인공을 맡았고 존 아모스가 교도관들을 지휘하는 역할을 연기했다. 서바이버가 부른 주제가 'Ever Since The World Began'이 널리 알려졌다.
실제 감옥에서 영화를 촬영. 이를 위해 제작진은 미국내 8개 감옥을 돌아다닌 끝에 2,500명의 죄수가 수감된 뉴저지의 로웨이 주립교도소를 촬영 장소로 택했다.
로웨이 교도소의 실제 죄수와 실제 교도관들이 엑스트라로 출연. 박살나는 자동차는 1965년형 포드 머스탱.
미식축구 장면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은 스턴트나 대역없이 직접 연기했다. 스탤론은 거친 경기 장면을 찍다가 다리가 부러질 뻔 했다.
탈옥 과정이 좀 어설프다. 이 영화를 찍은 존 플린 감독은 이 작품 이전에 대규모 탈주 영화를 찍은 적이 있다. 바로 존 스터지스 감독의 걸작 '대탈주'다. 그는 크레딧에 이름이 오르지 않았으나 '대탈주'의 조감독 중 하나였다.
교도소장을 연기한 도널드 서덜랜드도 골든 라즈베리상의 최악의 조연 후보에 올랐다. 이 작품도 최악의 작품상 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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