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파브로 감독의 영화 '정글북'(The Jungle Book, 2016년)은 이렇다 할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빌 머레이, 스칼렛 요한슨, 벤 킹슬리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들이 줄줄이 동물들의 목소리 연기를 대신했지만 얼굴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 제대로 배역을 맡아 얼굴을 드러낸 인물은 주인공 모글리를 연기한 10세 소년 닐 세티 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보는 이를 사로잡는 힘이 있다.
딱히 흥행 보증 수표 노릇을 할 스타가 얼굴을 내밀지 않고, 할리우드에서 금기시하는 어린애와 동물들 위주로 진행되는 데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전적으로 할리우드의 기술력 덕분이다.
실제 인도의 정글보다 더 환상적인 비경을 보여주는 울창한 정글과 실제 동물들 못지 않게 사실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동물 캐릭터들은 모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냈다.
움직임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컴퓨터그래픽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으며 인공 캐릭터라는 사실을 의심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다.
여기에 러드야드 키플링의 원작소설이 가진 스토리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동물들이 키운 아이가 동물들과 함께 힘을 합쳐 정글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은 '타잔'류의 모험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더불어 이 같은 재미를 위해 존 파브로 감독은 1967년 월트 디즈니의 유작이 된 만화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동물들의 춤과 노래를 곁들인 뮤지컬 요소, 정의가 승리한다는 권선징악 스토리에 주인공이 결코 불행해 지지 않는 행복한 결말, 과격한 폭력 장면의 배제 등은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같은 코드다.
그러면서도 모글리와 원숭이들이 정글을 누빌 때 드러나는 속도감과 아슬아슬한 캐릭터들의 대결 장면 등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지 못한 요소들을 투입해 긴장감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이것이 손으로 그리기만 하면 무한대의 표현이 가능한 애니메이션을 능가하는 재미를 선사한 비결이다.
단순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흥행 공식같은 코드만 따라한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차림이나 장면 등을 적극 차용했다.
타잔 팬티를 닮은 모글리의 옷차림, 곰의 배를 두드리며 배처럼 타고 강 위를 흘러가는 장면, 거대한 폭포 앞을 모글리와 흑표범이 지나가는 장면, 카아가 모글리를 최면에 빠트리는 장면 등은 애니메이션의 실사 장면을 보는 것 같다.
그만큼 애니메이션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예전 팬들도 사로잡겠다는 존 파브로 감독의 영리한 계산이 보인다.
따라서 디즈니 만화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은 물론이고 원작소설을 보지 않은 사람들까지 흥미롭게 볼 만한 잘 만든 작품이다.
디즈니는 존 파브로 감독을 비롯해 제작진이 그대로 참여하는 2편도 제작할 예정이라니 어떤 작품이 나올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1080p 풀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선명하고 동물들의 털 한올 한올 움직임이 보일 만큼 디테일이 뛰어나다.
DTS-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사방 스피커에서 각종 효과음이 끊임없이 쏟아져 자연스럽게 정글 같은 서라운드 효과를 만들어 낸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 제작과정, 주인공 캐스팅과 음악설명 등이 HD영상으로 들어 있으며 음성해설만 제외하고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정글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인도 벵갈루루에 있는 정글을 10만장 이상의 사진으로 찍어와 포토 리얼리즘 기법을 통해 디지털로 만들었다.
주연을 맡은 닐 세티는 전세계에서 2,000명이 넘는 아역배우들과 경합을 벌인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모든 동물들 또한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 냈다.
악역인 호랑이 시어칸의 목소리는 이드리스 엘바가 맡았다. 그는 '토르' 시리즈와 '주토피아' 등에 출연했다.
모글리가 폭포 앞을 지나는 장면은 1967년에 울프강 라이트만 감독이 만든 디즈니의 동명 애니메이션 장면과 흡사하다.
거대한 뱀 카아가 모글리에게 최면을 거는 장면도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닮았다. 다만 만화에서는 수컷이었으나 영화에서 암컷으로 바뀌었다. 목소리 연기는 스칼렛 요한슨이 맡았다.
모글리가 곰 발루를 배처럼 타고 가는 장면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본 장면이다. 발루의 목소리는 빌 머레이가 연기했다.
만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웅장한 스케일이 영화의 장점이다.
10만년 전에 멸종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영장류인 기간토피테쿠스를 작품 속에 등장시켰다. 제작진 말처럼 마치 '지옥의 묵시록'에 나오는 말론 브란도를 연상케 한다.
뉴욕의 인도계 가정에서 자란 닐 세티는 무용 수업 선생의 권유로 이 작품의 오디션을 봤다.
결말은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약간 다르다. 원작은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됐다. 그 중 '모글리의 형제들' '카아의 사냥' '호랑이 호랑이' 등 3편이 애니메이션의 토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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