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패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猫の恩返し, 2002년)은 새로운 지브리 스튜디오 시대의 출발을 알린 작품이다.
그전까지 지브리 스튜디오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번갈아 가며 작품을 만드는 시스템이었다.
그렇다보니 두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나이가 든 두 사람의 뒤를 이을 후계자 양성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러던 차에 1999년 일본의 한 테마파크에서 고양이를 소재로 한 20분 분량의 작품을 의뢰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전에 만든 작품 '귀를 기울이면'에 등장하는 고양이 바론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구상했다.
이를 토대로 '귀를 기울이면'의 원작 만화를 그린 히이라기 아오이에게 스토리 구성을 의뢰했다.
아오이가 그린 만화는 나중에 '바론 고양이 남작'이라는 만화책으로 출간됐다.
그런데 테마파크에 문제가 생겨 작품 제작이 어렵게 됐다.
그래도 지브리는 이왕 시작한 기획이니 비디오물로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선발된 사람이 '이웃집 야마다'의 원화를 그린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이다.
모리타 감독은 곧 미야자키와 다카하타의 뒤를 잇는 지브리의 신세대 감독으로 발탁됐다.
모리타는 9개월에 걸쳐 콘티를 만들었어 프로듀서 스즈키 도시오에게 보여줬다.
스즈키는 모리타의 콘티가 너무 훌륭해 비디오가 아닌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을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이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고양이를 구해 준 한 소녀가 고양이 나라에 초대돼 고양이 신부가 될 뻔한 상황에서 탈출하는 내용이다.
황당하고 동화같은 이야기지만 귀여운 캐릭터와 가벼운 웃음거리를 적절히 배치해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매력은 수채화 같은 그림에 있다.
맑고 투명한 색감과 아련함을 느끼게 하는 풍경화 같은 배경은 절로 어린시절 읽던 그림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둥글둥글한 곡선이 잘 살아 있는 캐릭터들도 정감있다.
아울러 일본 가수 츠지 아야노가 작곡하고 부른 주제가 '바람이 되다'도 멜로디가 계속 생각날 만큼 좋다.
일본에서 출시된 블루레이에는 이 작품과 함께 '기브리즈 에피소드2'도 함께 들어 있다.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에서 제외된 이 작품은 약 20여분 분량의 가벼운 소품으로 지브리 스튜디오 사람들이 겪는 소소한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카레집에서 매운 맛 카레에 도전하는 이야기와 어린 시절 첫 사랑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이야기들이 색연필 그림처럼 묘사됐다.
부드러운 그림과 파스텔톤의 색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6 대 9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일본에서만 출시됐다.
하지만 '귀를 기울이면' 본편의 경우 한글 자막과 우리말 녹음이 함께 들어 있어서 편하게 볼 수 있다.
'기브리즈 에피소드2'는 한글 자막이 없다.
음향은 '귀를 기울이면'과 '기브리즈 에피소드2' 모두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한다.
각 채널을 꽉 채우는 음향 덕분에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고 저음이 묵직하다.
부록으로 제작과정이 들어 있으나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귀를 기울이면'에 등장한 고양이 무타와 지구샵, 고양이 신사 바론 등이 다시 등장한다.
이 작품에는 378명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수채화처럼 부드러운 그림이지만 디테일이 아주 꼼꼼하게 살아 있다.
아름다운 배경은 '모노노케 히메'에서 배경을 그린 다나카 나오야 미술감독의 솜씨다.
음악은 '귀를 기울이면'의 음악 감독 노미 유지가 맡았으며 도쿄오페라시티 콘서트홀을 빌려서 녹음했다. 연주는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맡았으며 파이프 오르간까지 동원했다.
뚱뚱한 고양이 무타는 지브리 스튜디오에 수시로 드나들던 들고양이를 모델로 그렸다. 주제가 '바람이 되다'는 우쿠렐레를 연주하는 츠지 아야노가 우쿠렐레 반주만 이용해 불렀다.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에 포함되지 않은 '기브리즈 에피소드2'가 일본에서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에 들어 있다.
'기브리즈 에피소드2'는 손그림이 아닌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작품인데도 마치 손그림처럼 정감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는 'No Woman No Cry'가 삽입됐다.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두 번째 에피소드.
모모세 요시유키 감독은 부드러운 파스텔톤 색감과 조명을 잘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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