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로스앤젤레스 11

LA 컨피덴셜(블루레이)

커티스 핸슨 감독의 'LA 컨피덴셜'(L.A. Confidential, 1997)은 한 편의 잘 만든 추리소설 같다. 1950년대 유행했던 범죄 수사물처럼 미국판 누아르를 지향하는 이 작품은 LA에서 벌어진 일련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다. 용의자에 대한 폭력을 불사하는 거친 형사들의 이야기는 더쉴 해미트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연상케 하게, 팀을 이뤄 사건 해결에 몰두하는 모습은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이야기는 정교한 플롯을 유지하며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은 두 가지, 캐릭터의 개성을 확실하게 살린 캐스팅과 탄탄한 각본이다. 러셀 크로와 가이 피어스, 케빈 스페이시 등 3명의 배우가 확연하게 스타일이 다른 3명의 형사를 맡아 맛..

카페 소사이어티(블루레이)

우디 앨런 감독의 '카페 소사이어티'(Cafe Society, 2016년)는 선택에 관한 영화다.그런데 주인공의 선택이 아닌 운명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삶을 다뤘다. 우디 앨런은 "사람들이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서 내리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영화를 보면 등장인물의 선택보다는 타인의 결정에 따라 삶이 좌우된다.뉴욕 토박이인 주인공 바비(제시 아이젠버그)는 삶의 변화를 주고 싶어서 화려한 할리우드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유명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는 삼촌(스티브 카렐)에게 일을 배우던 바비는 아름다운 여인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그러나 운명의 장난에 따라 뉴욕으로 돌아오게 된 보비는 그곳에서 형의 클럽일을 돕는다. 클럽 매니저 일을 하며 새롭게 자신의 사교적 능력을 발..

크래쉬 (블루레이, 감독판)

공포물이 주는 두려움은 미지의 존재, 즉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다. 나와 다른 형태, 움직임, 소리 등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몰라서 방어기제처럼 공포가 작동해 경보를 울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종 차별도 공포물이나 다름없다. 모르는 것을 무서워하는 공포물처럼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이 배어 있다. 폴 히기스 감독의 '크래쉬'(Crash, 2004년)는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인종 차별 문제를 공포영화처럼 섬뜩하게 다뤘다. 서로에 대한 오해에서 빚어진 사건들이 결국은 미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만들고, 이를 깨뜨릴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인물들의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제작 및 연출, 원안에 공동 각본까지 쓴 폴 히기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미국 사회가 오랜 세월 인종..

LA 유니버셜 스튜디오-비벌리 힐즈

LA에 1주일 동안 머물면서 유니버셜 스튜디오, 비벌리 힐스, 산타모니카 해변, 디즈니 콘서트홀, 할리우드 볼에서 열린 한인뮤직페스티벌 등을 봤다. 사막 기후답게 낮에는 덥고 저녁에는 쌀쌀한 날씨가 계속됐다. 한국은 머무는 기간에 흐리고 비가 왔다는데, LA 역시 대부분 아침에 흐린 날이 많았다. 날씨도 닮아가는 것을 보니 We are the world가 맞긴 맞나보다. 현지에 거주하는 지인들을 만났는데, 미국도 기름값이 자꾸 올라서 난리란다. 지난해에는 1갤런이 2달러대였는데, 지금은 3달러를 훌쩍 넘어섰단다. LA에 연수차 머물고 있는 선배도 차 끌고 다니기 겁날 정도라는 얘기를 했다. 코리아타운 최대 뉴스는 연일 벌어진 한인 살인사건이었다. 한 달새 무려 19명의 한인이 살해당하는 바람에, USA투..

여행 2006.05.25

LA 차이니즈 시어터

영화의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 가면 빼놓지 않고 들리는 곳이 바로 차이니즈 시어터다. 흔히 언론 보도나 사람들은 줄여서 차이니즈 시어터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명칭은 맨스 차이니즈 시어터다. 이곳은 유명 할리우드 대작들의 월드 프리미어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며 극장 앞에 유명 스타들의 서명과 함께 손도장, 발도장이 찍혀 있어 널리 알려졌다. 국내 피카디리 극장이 이것을 흉내냈다. 이 극장은 1927년에 마피아 멤버였던 시드 그로맨이 세웠다. 우리로 치면 자유당 시절 충무로를 휘어잡은 임화수같은 깡패 두목이었는데, 중국식으로 극장을 세운 뒤 흥행을 위해 당시 스타들을 위협해 손도장을 찍게 만든 인물이다. 당시 할리우드에서 그의 말은 곧 법이었기 때문에 스타들은 그를 무서워하며 협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여행 2006.05.24